애매한 중간지점 도돌이표 앞에서

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by 에시

어쩌면 나는 지금,

출발선도 아니고 도착지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중간지점에 서 있다.


대단하게 이룬 것도 아니다.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다 갖춘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위치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분명 애써왔고, 버텨왔고, 선택해왔는데

막상 지금의 나를 설명하려 하면

어딘가 비어 있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서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해볼까?”


그 다음에 바로 따라오는 목소리.


“괜히 무리하는 거 아닐까?”

“지금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또?”

“혹시 실패하면?”


그 질문들은 언제나 논리적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두려움이라는 걸 나는 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또 한 번 세상 앞에 서야 한다는 것.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혹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춘다.

결정하지 않은 채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같은 말로

내 마음을 달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나 혼자 눈치를 본다.

미래의 내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그때 왜 안 했어?”


그 질문을 듣는 상상을 하면

지금의 안정이 갑자기 초라해진다.

지금의 안전이

어쩌면 가장 큰 리스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돈도, 명예도, 안정도

누군가가 보기엔 애매한 단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완성된 상태에서 시작한 사람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미완성인 채로

결정을 하고

도전을 하고

실패를 겪고

그 위에 또 무언가를 쌓는다.


지금의 나는

대단한 성공담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사람은 되고 싶다.


“하고 싶은데, 무서워.”

그 솔직한 문장을 인정하는 사람.


머뭇거림은

나약함이 아니라

진지함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작게라도 한 발을 내딛는 연습을 한다.


아직 부자가 아니어도,

아직 모든 걸 갖추지 못했어도,

아직 누군가의 기준에서 ‘성공’이라 불리지 않아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 고민 속에서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나이를 먹는 쪽을

더 두려워한다는 것.


그래서 결국,

머뭇거리면서도

나는 또 생각한다.


“그래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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