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살다 보면 유난히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기회,
마음을 단번에 끌어당기는 사람,
지금 당장 나를 안심시켜 줄 선택들.
그것들은 대개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를 움직인다.
머리로 판단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손은 그 뒤를 따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멈추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을 향해 자연스럽게 손을 뻗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열매 하나가 아니라
그 열매가 열린 나무 전체라는 사실을.
어떤 선택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선택이 어떤 자리에서 맺힌 열매인지,
어떤 시간 속에서 자라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를
함께 보아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부분만 보고 전체를 놓친다.
지금 당장의 만족이 좋아 보이는가,
지금의 감정이 나를 기쁘게 하는가,
지금의 기회가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지만 조금 더 오래 생각해 보면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이 선택이 내 삶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지금의 달콤함이 앞으로도 건강한 열매로 이어질 수 있는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살아간다.
마음이 끌리는 순간에도 잠시 멈춘다.
그리고 눈앞의 것보다
그 뒤에 있는 그 선택이 이어질 삶의 방향을 먼저 생각한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마음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정하고, 위로가 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내 삶에 좋은 일인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을.
그 사람의 삶의 태도는 어떤지,
책임감은 있는지,
지금의 다정함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점점 소모되는 사람은 아닌지.
이런 것들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눈앞의 열매가 달콤할수록
우리는 나무를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높은 보상, 화려한 이름, 매력적인 제안은
언제나 달콤한 열매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지라는 사실을.
나는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
그 환경은 오래 지속 가능한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맞는가.
지금의 보상이
미래의 소모를 대가로 한 것은 아닌가.
그래서 삶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은
좋은 것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좋아 보이는 것을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이미 눈앞에 있고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을 때는 더 그렇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일단 잡고 보자.
나중에 생각하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떤 포기는
상실이 아니라 자기 보존이 된다.
어떤 포기는
겁이 아니라 분별력이 되고,
어떤 포기는
더 큰 삶을 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들은
욕망이 없어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욕망이 있어도
그 욕망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에 멈춘다.
어쩌면 지혜라는 것은
많이 가지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가지지 않을지 결정하는 능력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나는 그렇게,
서른을 조금 넘긴 나이에
상당히 높은 연봉의 직장을 내려놓았다.
날 아끼는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내가 얼마 받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왜 그만두냐고 했다.
그 나이에 얻기 힘든 좋은 기회들이 펼쳐진 자리인데
아깝지 않느냐고도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눈앞의 열매보다
그 열매가 열린 나무 전체를 보게 되었다.
그 나무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랄지,
그 열매를 계속 따며 살아가는 삶이
내가 오래 견딜 수 있는 삶인지.
그래서, 그 결론으로
나는 그 열매를 따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선택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
눈앞의 것보다
그것이 자라고 있는 나무를 먼저 보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