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공원을 거닐며 나무들을 보다가
이상한 가지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가지들은 낮게 퍼져 있었고,
끝마다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유독 곧게 위로 치솟은 가지가 있었다.
색도 조금 더 밝았고, 매끈했다.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그 끝에는
꽃망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왜 저 가지만 저럴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건 도장지라고 불리는 가지였다.
도장지는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하게 가지치기를 당했을 때 생긴다.
나무는 그 상처를 메우기 위해 갑자기 힘을 쏟아붓고,
그 결과 하늘로 곧게 치솟는 가지 하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가지에는 꽃이 잘 피지 않는다.
도장지는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그 가지를 통해 길이를 늘리고,
균형을 회복하고, 살아남을 준비를 한다.
꽃을 피우는 일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도장지의 끝은 대개 텅 비어 있다.
꽃망울 대신, 아직 쓰이지 않은 시간 같은 것만 매달려 있다.
나는 그 가지를 보며 내 인생을 떠올렸다.
사람의 삶에도 도장지 같은 시간이 있다.
남들은 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일 때,
나는 위로만 뻗어가는 시간들.
성과도 없고
결과도 없고
끝에는 아무 꽃도 보이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은 겉으로 보면 쓸모없어 보인다.
실제로 과수 농가에서는 도장지를 잘라내기도 한다.
열매 맺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하지만 나무에게 도장지는
회복의 시간이다.
잘려 나간 가지를 대신해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한 시간.
꽃을 피우기 전에
먼저 살아남기 위해 자라는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도 그렇다.
어떤 시기에는
꽃이 없다.
보여줄 결과도 없고
자랑할 성과도 없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
하지만 어쩌면
그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도장지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꽃을 피우기 전에
조용히 위로 자라고 있는 시간.
그래서 공원 나무의 그 가지를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꽃이 없다고 해서
잘못 자라고 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그저 위로 자라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