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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Aug 08. 2022

8. 다양한 가족을 이해하는 방법

수많은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기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많았었나?

상담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를 보면 현시대에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이제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두어 번 만난 모습으로 그들의 모든 일상을 이해할 순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아무런 편견 없는 눈으로만 바라봐야 보인다.

우리는 이미 '요보호대상자',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라는 아주 구시대적이고, 촌스러운 단어로 그들을 지칭하는 전문가 집단이라 편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비판적으로 계속 성찰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이상한 게 아니야.'

'조금 다른 것일 뿐이야.'라고.




조금 오래된 사연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 한다.


가족을 생각하니 문득 떠오른 몇몇 상담이 있었다.


외국인 신분으로 우리나라 안마소에서 일을 하던 여성이 환자분이셨는데 다른 이상이 있어 병원에 와서 치료받던 중 에이즈임을 알게 되었던 분이었다.

에이즈에 대한 수많은 편견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본인이 에이즈라는 완치할 수 없는 질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을 때-더구 타국에서- 그분이 겪었을 그 충격과 공포는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분의 곁에는 한국인 남자 친구가 한분 계셨다. 안타깝지만 모든 사람이 색안경을 끼고 보았기도 했던 그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고, 본인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돕고, 어떤 질병인지 알게 된 후에도 환자를 더 다독이고 감싸주려고 애쓰시는 진실된 모습에, 그리고 환자가 정상적인 의료체계 내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결국 함께 외국행을 선택한 그분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색안경을 쓰고  그분을 바라봤던 나를 질책했다.


또 얼마 전에는 다운증후군 염색체를 가진 사람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윤리적 이슈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유전이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임신을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권리도 없는 것인가?'


입원 환자 분 중에 이미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한 후 다시 임신을 시도하여 또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하게 된 환자분들 뵈었다. 나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 했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가족들 꾸려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마음을 가져야 했던 걸까.


이 점에 대해서는 잠시 판단 중지. 유보했던 것 같다.


가장 최근에는 정작 직계가족은 환자와 연락 닿기를 원치 않아하는데 조카라든지, 이종사촌이라든지, 그런 분의 방문이 잦기도 했다.


'환자와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부모, 자식 이외의 수만 가지 대답을 들어온 상담의 역사도 참 오래된 것 같았다.


가족관계 증명서 상에 등재되어야만 가족이 아니었다.


증명서에 없지만, 그 누구보다 환자를 가족처럼 아끼고 소중히 대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환자에게는 그분들이 모두 가족이 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해서 꾸리게 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어느 누구의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모든 선택의 결과에 책임은 있기만을 바랐다.


보통의 생각으로 평범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족이라 할지라도 온 마음을 다해 내 가족 구성원을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이 단단한 책임으로 굳어질 수 있다면 다양한 그 가족들의 모습을 응원하고, 지지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회복지사는 그 무엇보다도 편견을 버리고, 수많은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그런 마음이 제일 필요하겠구나. 하는 익숙했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했던 상담들.



마음이 지칠수록

내 마음을 더 돌보고 닦아보고 더 깨끗하고 가벼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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