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분은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이별하게 되어서... 등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한 이유의 개수만큼 떠오르는 분이 많았다.
얼마 전 정말 예기치 않게, 한 4년 만의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더듬더듬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말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전화기 너머이지만 또렷하게 느껴졌다.
내 이름을 불러주시고, 2018년에 상담해주셨던 그때 그분이 맞는지 물어봐주시는데,
바로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함도 잘 잊히기 쉽지 않은 독특한 분이셔서 더구나 한 번에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매년 1000분이 넘는 환자분들을 뵈면서, 나는 참 많은 분들의 순간을 스쳐 지나느라
오랜 시간이 흐르면 모든 분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염려해볼 수 없었는데
그분께 2018년의 나는 아직 뇌리에 선명했나 보다.
살기가 바빠, 그리고 갑작스럽게 발병한 정신과적 질병으로 약물에 적응하느라
그간 감사인사도 잊고 지냈노라고 하시면서, 얼마나 고마운 분들이 많았었는지를 말씀하시고는
그때 환자분을 돕기 위해 함께 애써주셨던 많은 기관의 선생님들 이름을 불러주셨다.
까마득한 2018년.
무려 4년여 전이다.
나는 4년 전에 고마운 어떤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있는가.
진짜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도리어 감사드리고 싶을 만큼의 고마운 인사를 받았다.
당시 우리 병원에서 후원금으로 진료비도 지원해드리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어서 모든 기관의 선생님들이 기뻐했던 것도 잠시, 당연히 잘 지내실 거라 생각했던 그분이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청과 환시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은 모두에게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 후에 가끔가끔 약물 치료와 행정 입원을 몇 번 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나 또한 핑계이겠지만 또 다른 환자분들의 상황에 몰두하느라 이분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직접 연락 주셔서, 지금은 약도 잘 먹고 있고 증상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인생에 감사하고 있다고 하셨다.
앞으로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아파서 다시 병원에서 보는 일은 없도록 약속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도 중얼거리는 '참으로 고마운 분이 많아...' 하시는 그 작은 속삭임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함께 환자분을 도왔던 병원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환자분께 같은 연락을 받고, 같이 4년 전으로 잠시 돌아갔던 것 같다. 열심히 환자 한 분이라도 더 도와드리려고 같이 발로 뛰던 그때로.
늘 생각하지만 결국 도움을 받는 쪽은 항상 나였던 것 같다.
직업 상의 위치가 내가 꼭 도움을 주는 위치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분들의 살아온 세월 속에서 얻게 되는 성찰은 고작 30여 년을 살아 다 알 수 없는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얻게 해 준다.
환자분 덕분에 4년 전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하게 받았었는지, 누군가에게 감사했었는지 잠시 떠올려봤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겐 있었는가. 반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