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여주인공인 줄 알았다.

20대) 29살._2

by 라미

"애가 너무 자주 아프네. 낮잠은 좀 더 지내다가 재우는 게 어때?"

"여기저기 코로나 감염이라는데 애는 어린이집 보내도 되는 거야?"


아이를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 삶에 숨 돌릴 틈이 생기나 싶던 찰나에 코로나가 터지고

애는 말로만 듣던 대로 콧물이 줄줄하는가 하더니

가끔 열도 나면서 어린이집 적응기를 혹독하게 치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애만 기관 적응기를 거치냐 한다면 아니다. 엄마 역시 가정보육이 당장 가능한 환경인데 어린이집에 보낸 죄(?)로 다양한 걱정과 염려에 시달려야 했다.

내 자식 걱정은 내가 제일 많이 하는데.


[다음 주 월요일 면접 오전 11시입니다.]


제삼자의 걱정과 다르게, 엄마의 눈에는 내 아이는 너무나 기관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1) 등원과 생활 사이에 엄마를 찾지 않고

2) 하원할 때 너무나 즐겁게 엄마와 재회 인사를 하고

3)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청소 선생님, 담임 선생님, 원장님 등등 모두를 너무 반갑게 대한다.


아이의 말을 모두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된단 말도 알고 있고, 그렇지만 아이가 이유 없이 울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는 말도 알고 있는데

전직 보육교사로서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하는지 여부를 따질 때는 타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주의 깊게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취업이 하고 싶었다.


"일단 애가 어린이집을 싫어하는 거 같지 않고, 나도 당장 담임부터 안 하고 보조교사로 시작할 거야. 몇 시간만 맡기면 되니까 한번 해 볼게."


아이가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빨리 나는 사회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전직 K장녀로서 내 목소리 톤과 나의 자존감은 자립심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얼른 경제적 자립이 하고만 싶었다.


"어머니. 아이가 열이 나네요. 얼른 와주셔야겠어요."


나의 취업 조건은 딱 2가지였다.

1) 집에서 최대한 가까울 것

2) 육아기 단축 사용이 가능하다면 담임으로, 아니면 무조건 보조.


생각보다 2번 조건으로 연락이 오는 곳이 더러 있었고 나는 곧 취업을 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어린이집에서 덜컥 아이가 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시기에 열이 난다는 연락은 80% 코로나 의심이란 말이었기 때문에 긴장, 걱정, 불안보다는 참담한 심정이 가득했다.


"아이가 두 돌도 안 됐고, 백혈구 수치도 너무 낮아서 저희는 입원해서 조금 지켜보면 어떨까 싶어요."


당장 취업은 안 되겠구나.. 실망이 베이스가 된 참담한 마음으로 아이를 픽업하고 병원으로 향하자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의사 선생님 입에서 백혈구가 어쩌고 하는 말이 나왔고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니..


[띠띠* 띠띠* 띠리띠리띠띠* 언제나 즐거워 꼬마기차 띠띠*~~]


두 돌이 지나기 전까지 미디어 노출을 안 하겠다는 다짐은 무슨.. 입원 첫날부터 꼬마기차가 나오는 만화를 주야장천 틀어놨고, 그마저도 지루해하면 꽁꽁 싸매서 편의점 쇼핑에 나섰다.


*나의 경험과 주위 엄마들과의 소통에서 쌓은 데이터가 알려주길, 독박육아의 최고 선물은 남편도 조부모도 아닌 새로운 장난감이랬다.


"음~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네요. 월요일 오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퇴원합시다."


[A 씨 아이는 괜찮나요? 우리 다음 주에 얼굴 한 번 볼까요?]


퇴원 허락과 함께 근무시작 일정을 조율하고 있던 기관의 연락이 같은 날 나에게 떨어졌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일을 또 못할지 모르기도 하고, 세상에 안 아프면서 크는 아이는 없으니까

일하기로 굳힌 내 결심을 그대로 밀어붙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뛸 듯이 기쁜 엄마와는 달리 일주일간 외출이라곤 복도와 편의점 잠깐이 전부여서 투정이 늘어난 아이를 보고 있자니

어느 것이 나은 선택인지, 출근을 하면서 아이를 케어할 방법은 도저히 없는지, 더 고민할 찰나도 느껴지지 않고 출근을 포기했다.


[아이를 좀 더 키우고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마음을 다해 죄송하단 연락을 한 번 더 남기고

그토록 바라던 재취업을 잠시 미뤘다.


"이거 자동차 뒤로 당겼다가 탕! 놓으면 앞으로 간다? 볼래?"


재취업은 미뤄졌어도 퇴원도, 자유로운 외출도, 아이와 나들이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미뤄지지 않았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내자

다시 기회가 생길 거다는 다짐과 위로를 1초 정도하고 다시 아이를 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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