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30._2
알바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얼마나 맛이 갔는지 알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랄까?
주문표가 없어서 빨리 외워서 포스기에 입력해야 하는데 단체손님이라도 오는 날엔 주문 실수는 부지기수였고
배달 주문이 밀리면 어찌나 마음이 다급해지던지 꼭 하나씩 빼먹고야 말았다.
사장님도 좋은 분이신 관계로 차마 나에게 뭐라 하지 못하고 가게가 바쁠 땐 자연스럽게 나는 설거지행 그리고 20대 동생은 홀 전담.
먼저 출산을 해 본 언니들의 말로는 앱을 낳으면서 머리도 같이 낳았다고들 하던데 이게 진짜인지
몇 개 안 되는 주문을 못 쳐내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점점 같이 일하는 사람들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졌다.
'어머니, 00 이가 열이 나네요. 지금 바로 원으로 와주세요.'
하늘에서 내게 약간의 힌트를 준 것만 같았다.
그 당시 한창 코로나가 유행이어서 아이가 다니는 원에도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결국 내 아이마저 발열이 시작되었다는데 나는 이 전화에 왜 그리 숨통이 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까?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억지로 잡아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했고 사장님에게 알리니
곧 새 사람을 구할 테니 걱정 말고 아이 보는데 집중하란 연락을 주셨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열만 날 뿐이지 잘 먹고 잘 놀아서 같이 블록 놀이도 하고 슬라임, 지점토, 만들기 키트 등등 쉴 새 없이 뭔가를 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다.
그 당시 아이가 코로나 격리에 들어가면 엄마도 연달아 감염되어 근 한 달을 집에서 보내는 게 수순이었는데 나 역시 그랬고 모든 격리가 끝나고 아이를 다시 원에 보내는 날엔 정말 하늘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나오는 것 같았다.
"이제 다시 알바 구하게?"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생활비도 모자라고 이제 어린이집 다니는데 내가 굳이 집에 있을 필요가 없잖아."
"유치원 들어가면 구하는 게 어때? 어차피 어린이집 다니다 졸업하면서 유치원으로 옮기면 또 적응이다 뭐 다해서 신경 쓰일 텐데."
"그것도 그렇지.."
K와 연애를 하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면서 정말 딱 하나 잘 맞는다고 느끼는 부분은 K는 정말 육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가 입는 옷과 신발을 제외하곤 항상 아이가 뭘 먹는지, 어린이집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는지, 내가 아이와 하원 후 뭘 했는지 늘 궁금해하고 주말마다 계획이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알바도 나쁘진 않은데 차라리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이제 10대도 아니고, 이왕 다시 일을 시작할 거면 경력이라고 쌓을 만한 걸해야 다시 애 때문에 일을 쉬게 되더라도 또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서빙 알바 하나를 못해내는데 다시 직장에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애가 아프단 연락에 일단 이 알바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솔직히 해방감 비슷한 게 느껴졌는데 알바가 안 맞았던 걸까, 내가 너무 쉬어서 일하는 감이 떨어진 걸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내 몫을 해내면서 일할 수 있을까?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나를 또 덮쳤지만
엄마, 아빠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옆에서 뭐라고 종알종알 거리는 아이를 보니까
이상하게 알바 실패담과
수많은 걱정보다 오히려 자신감이 샘솟는 것 같았다.
'내가 너를 두고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끝나면 안 되지.'
알바 사장님 죄송했어요.
마음은 에이스였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여겨주세요.
아르바이트하던 저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다시 직장을 가져보고 싶어요!
이번엔 진짜 잘하려고 더 애써볼게요.
"유치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안되고, 내가 하던 일 다시 하는 건 좋아. 나 딱 한 번만 더 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