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급날엔 매운 라면과 소주
보통 직장인의 월급날 25일.
비싸거나 혹은 평소에 좋아하는 것
아니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사들고 가거나 외식하며 내 노동에 대한 위로를 찾는 것 같다.
나의 위로는 매운 라면과 소주.
어느 방송에서 말하길, 라면 표지에 있는 재료 대로 넣고 끓이면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무조건 맵게!
기본 베이스부터 매운 라면을 찾아야 하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ㅇ라면!
1>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수프와 면을 거의
동시에 넣고 고춧가루를 한 숟갈 넣는다.
2> 꼬들꼬들한 걸 좋아해서 면이 풀리기 전에 종종 썬 파를(꼭 종종!) 넣어주고, 계란은 절대 X
3> 뭔가 순정 라면은 허전하다 싶으면 팽이버섯을 넣길 추천한다.
이대로 끓이면, ㅇ라면 자체가 뒷맛이 텁텁하지 않은 개운한 매운맛인데
고춧가루가 들어가 국물 색이 다홍과 새빨강 그 중간색이 되고 파가 들어가서 어쩐지 미세하게 달달 맵싹 한 맛이 된다.
팽이버섯이 생각보다 꼬독꼬독하게 씹혀서
먹는 내내 TV도 눈에 안 들어오고 라면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끓인 월급날 라면은 예쁜 그릇에 덜지 않고 꼭 냄비째로 먹어야 하는데
그럼 엄청 뜨겁고 맵싹 해서 한 달 내내 매웠던 남에 돈 벌던 내 모습들이 생각이 안 난다
아니 먹는 내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잠깐 숨 돌리려고 찾는 소주 한잔까지 더하면,
'와___'
속에서 올라오는 탄식 같기도 하고
감탄 같기도 한 소리를 내뱉으며 내가 나에게 주는 위로는 끝이 난다
나이를 먹으면 끊겠다던 욕지거리를 누구보다 상스럽게 내뱉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을 숨기고자 얼굴과 입만큼은 사회성 좋은척했던,
바쁘고 종종거렸던 한 달이 그냥 또 늘 그래왔듯 지나간다.
모든 직장인에게 추천하지만
특히! 부양가족으로 인해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어떤 직장인에게 더 추천한다.
나의 온전한 시간이 너무나 짧은데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매운 라면과 소주 한 번 즐겨보셨으면 좋겠다.
참고로 맵부심이 좀 있다 하시는 분들은 파 대신에 청양고추를 좀 넣고 막판에 콩나물을 넣는다면
시원하게 매운맛이 뭔지 분명히 느끼실 거 같다.
돌고 돌아 드디어 입에 맞는 실비김치를 찾아서
라면 한 젓가락
실비김치 한 젓가락
소주 한 모금 하면서
이 달에 살 것들이나 정리해야겠다.
다들 이렇겠거니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