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마스터의 추천 안주

2] 급하게 행복하고 싶을 땐 참치회

by 라미

나는 싸움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감정소모가 심한 데다 필요에 의해서든, 마음이 안 좋아서든 화해할 때는 생각과 눈치를 더해서 더 큰 감정을 들여야 해서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꼭 싸움을 해야 할 때가 있더라


예를 들면 나를 누르고 꺾어서 이기려고 하는 누군가나

애가 귀여워서 울리고 싶다는 어른을 만났을 땐

첫마디부터 봐주지 않는다.


기를 쓰고 싸우고 온 날에는 재밌는 드라마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가장 친한 사람에게 털어놓자니 그때 감정이 다시 생각나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아서 얼른 배달앱을 켜서 참치회 소자를 하나 시킨다.


1> 주로 모둠을 시키는데 첫 입은 꼭 가마살을 먹는다.

*순 개인적인 취향인데 너무 핏빛 색도 아니고 예쁜 선홍빛에 다른 부위보다 조금 더 씹을 때 쫀쫀한 느낌이어서 추천해요!

2> 그다음은 꼬독꼬독한 식감의 황새치 뱃살을 선호하는데, 이건 꼭 같이 주는 단무지랑 먹어야 더 맛있는 거 같다.

3> 초생강은 잘 곁들이지 않는데, 뭔가 여태 입안에 감돌았던 기름기가 다 지워지는 것 같아서 참치 먹는 기분이 안 난달까? 그래서 초생강은 잘 먹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김은 빼고 참치 회 한 점에 무순과 백김치, 그리고 고추냉이 곁들인 이 조합이 최고인 것 같다!

이렇게 먹어야 아쉬움 없이 나를 위해 참치 좀 먹는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은 어딜 시켜도 구성도 좋고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긴 한데 그래도 좋아하는 구성으로 시키면 3만 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참치 회 한 점에 잔도 꺾지 않고 연거푸 소주를 마시다 보면 약간 광대부터 이마가 따끈해져 오기 시작하는데 그때쯤이면 '흐흥' 웃음이 난다.


싸움은 넌덜머리가 나지만, 어쨌든 이 또한 지나 보낸 나에게 주는 격려 같은 느낌이랄까.

누군가 이겨먹었다고, 혹은 져서 분하다는 게 아니라

살아내기 바빠죽겠는데 싸우는 순간도 지나 보낸

나에게 주는 격려.


'어유'소리가 절로 나는 그 싸우는 순간까지 살아낸 나에게 3만 원 정도 보상은 괜찮은 것 같다.

참치회를 먹을 땐 소주를 좀 빠르게 마시는 편인데


이상하게 참치회 먹을 땐 빨리 알딸딸 해지고 싶다.


그 기 빨리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기름진 참치회로 덮고

첫맛은 미미하게 알싸한데 목 넘기는 맛은 생수 같이 시원하기만 한 소주로 싹 밀어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