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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Jul 15. 2022

말을 잘하는 법_성인부적(聖人不積)

말로 흥망한 진나라  상앙 이야기

상앙 

우리 사회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을 꼽으라면 정치인, 교수, 변호사 등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여러 분야에 해박하고 유창하게 말을 잘해서 자신의 논리로 다른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사람들이다. 즉 칼 같은 논리와 유창한 근거로 상대방과 논쟁에서 압도하는 힘이 있고 그런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이런 방식의 말 잘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나도 말을 잘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말 잘하기는 다르다. 나는 지나치게 조심하지도, 지나치게 흥분하지도 않고 나의 생각이 잘 전달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말하기를 하고 싶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그 이치는 무엇일까?        


신언불미 미언불신(信言不美 美言不信)”     


놀랍게도 도덕경 마지막 81장이 ‘언(言)‘에 대한 가르침이 담고 있다. 세상 사는데 그만큼 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전의 마지막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말이란 한마디로 ’신언불미‘이라고 이른다, 신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로는 믿을 신(信)으로,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신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한 사람은 말을 유창하게 하지도 않고, 아는 사람은 말을 박식하게 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말해야 신험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어서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부적(聖人不積)”      


‘성인은 쌓지 않는다.’ 대체 무엇을 쌓지 않는다는 말인가. 신험 있는 말에 대해 말하다 뜬금없이 ‘쌓지 않는다.’ 라고 하니 도대체 무엇을 쌓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의문점이 생겼다. 나는 사마천 <사기>의 상앙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통찰할 수 있었다.        


상앙은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서 변법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여 군주의 절대 권력을 확대시켜 진나라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부강하게 만들었고, 결국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진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대단한 인물이다.


원래 상앙은 위나라 사람이다. 그는 왕의 첩이 낳은 공자 신분이었다. 어려서부터 역시나 재능이 빼어났으며, 형명(形名)의 학문을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자신의 나라인 위나라에서는 등용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웃 진나라로 갔고 그는 진나라 효공을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진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변법을 유세했다. 하지만 위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말을 쉽사리 믿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강력한 개혁안은 처음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여러 차례 진 효공을 만나기를 청하였고, ‘화려하고 강렬한’ 말들로 진 효공을 설득했고 결국 그는 진나라에 등용되었다.          


일단 상앙은 진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옛 풍습을 고치고,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서 새로이 법을 만들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개혁을 처음엔 진나라 사람들도 반대했다. 역시나 그때마다 상앙은 ‘화려한 말과 박식한 지식’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 때 상앙이 자신의 변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런 말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탕왕과 무왕은 옛 법을 따르지 않아 왕 노릇했고, 하나라 걸 왕과 은나라 주왕은 예법을 바꾸지 않았지만 멸망했다.”     


이 말은 궤변이다. 왜냐하면 걸왕과 주왕은 포악하고 그릇된 정치로 백성의 원망을 사서 멸망한 것이지, 그들 나라의 옛 법을 바꾸지 않아 멸망한 왕들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탕왕과 무왕은 무도한 왕조를 무너트린 왕들이지 옛 법을 따르지 않아 왕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목지신의 상앙

이렇게 그는 ‘화려한 말재주’로 등용이 되었지만 사실 그가 백성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만든 법들 중 다수는 아주 강경해서 백성들이 잘 따를지가 그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섯 집들을 한 조로 묶어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죄지은 사람은 무조건 허리를 자르고, 게을러서 가난한 자는 체포하여 노비로 삼는 등 살벌한 법들이었다. 그래서 그가 벌인 이벤트가 “이목지신(移木之信)”인 것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법을  따르게 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를 벌인 것이다. 즉, 나무 하나를 옮겨서 신뢰를 만들었다는 뜻으로, 그는 아주 큰 나무를 저작거리 한쪽에 세워놓고 단지 반대쪽으로 옮겨 놓은 사람에게 큰 금액을 주겠다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나무를 옮긴 한 사람에게 상앙은 약속대로 큰돈을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상앙을 말을 믿기 시작해서 그가 만든 여러 새로운 법령들을 따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최소한 알고 있었다. 말은 신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는 것으로 신뢰를 만들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역사 속에서 ‘신험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되었을까? 사마천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상군은 성품이 각박하고, 진 효공에게 벼슬을 얻고자 유세를 하면서 내용이 없고, 화려한 말을 늘어놓아 자리에 올랐으며, 법을 어기는 사람에게 가혹하게 형벌을 가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장군을 속인 인물로 좋지 않은 평판을 얻은 인물이다”     


즉, 그는 사람을 속이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발한 ‘이목지신’ 이벤트 이후에 그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그 이후 그가 엄격한 변법으로 나라를 다스린 지 10년 정도가 되자, 진나라에는 실제로 도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차 불편함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럴 때면 상앙은 그런 사람들을 변방으로 쫓아버렸다. 그리고 또 당시 왕자 신분인 공자 건이라는 사람이 어떤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때도 상앙은 가차 없이 왕자의 코를 베어버리는 벌을 내렸다. 이렇게 강력한 법치국가로 성장한 진나라는 부국강병을 이루어 전국시대 최강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오만함이 늘 문제의 시작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진나라가 강해지자, 그는 갖은 말로 진 효공을 설득해서 위나라를 공격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전투 중에 위나라 장군을 만나서 화친을 말하고, 술을 마시게 한 뒤, 숨겨둔 그의 무장한 병사들로 하여금 위나라 장군을 죽이게 했다. 이렇게 법치를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거짓말로 기만해서 약소국을 이겨놓고 자신은 이 일로 상군으로 봉해졌다. 그러자 세상은 점차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고 사기에 전한다. 그러자 그도 불안했던지 당시 조량이라는 어떤 현인에게 자신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

      

“내가 진나라를 다스리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소?” 그러자 그는 말했다.


무서운 형벌로 백성을 상하게 한 것은 원한을 사고, 재앙을 쌓아놓는 일입니다. 당신이 만든 혁신과 새로운 제도는 도리를 등지고 이치에 어긋나서, 백성의 원한을 사고 있으니, 당신은 위태롭기가 아침 이슬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상군은 그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진 효공이 죽자 그는 반란을 의심받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위세 등등하던 상군이 변방 근처 한 여관에 몰래 몸을 숨기고 있을 때 상앙을 몰라보고 그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상군법에 의해서 여행증이 없는 당신을 숨겨주면 나도 연좌되어 벌을 받으니 당신을 숨겨 줄 수 없습니다.” 상군은 그때 비로소 자신이 만든 엄격한 법에 자신이 당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인 위나라로 도망했으나 위나라 사람들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치졸한 수법으로 위나라를 곤경에 빠트린 상앙에 대해 위나라 사람들은 그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높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상앙은 결국 사지가 수레에 묶어 찢어 죽임을 당하는 가혹한 거열형이라는 형벌을 받고 비참하게 죽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에 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고. 똑같이 법이 적용되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방인인 그를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앙이 간과한 중요한 이치가 있었다. 그것이 노자가 말한 ‘성인 부적(聖人不積)’아닐까. 사람들의 마음에 원한과 원망이 쌓이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 그 사람을 믿을 수 있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치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원한을 쌓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아래의 구절이다. 단순하지만 심오하다. ‘다른 사람을 위하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라.’ 그럴 때 ‘내가 더욱 많이 누릴 수 있다’라는 것이다.      


위인기유유(爲人己兪有), 여인기유다(與人己兪多)”    

 

요약하자면, 말을 잘하는 방법은 내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유창하고 아름답게 말하느냐에 있지 않다.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원망을 쌓는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말을 할 때, 나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이고, 그것이 신험()이다. 그래야 비로소 나의 생각들이 실현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진나라 상앙은 말의 신험의 중요성은 알았지만, 진정 신험있는 말이 법과 규율이 아닌,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지 못해 결국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자신이 죽임을 당한 아이러니하고 슬픈 삶을 산 것이리라.     

신언불미 미언불신 (信言不美 美言不信)  
          신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신험이 없다.
선자불변 변자불선 (善者不辯 辯者不善)
           좋은 사람은 말을 잘하지 않으며, 말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지자불박 박자부지 (知者不博 博者不知)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으며,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성인부적 (聖人不積)
           성인은 쌓지 않는다.
기이위인기유유 (旣以爲人己兪有)
           다른 사람을 위함으로 자신이 더욱 갖게 되며,
기이여인기유다 (旣以與人己兪多)
           다른 사람에게 베풀수록 자신이 더욱 많게 된다. 
천지도 이이불해 (天之道 利而不害)
           천지의 도는 이롭지만 해가 되지 않는다. 
성인지도 위이부쟁 (聖人之道 爲而不爭) 
           성인의 도 또한 위하지만 다투지 않는 것이다. 

                   - 도덕경 81장 - 












(노자 도덕경 8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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