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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Sep 08. 2022

리더십을 기르는 법_상선약수(上善若水)

천하를 통일한 물의 리더십 유방 이야기

  

2022년 봄, 영주 소수서원 죽계천 물길

우리는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아이도 이왕이면 리더십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그 리더십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냥 당시 유행하는 리더십 책을 열심히 읽고 따라해 보려고 노력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내 나와는 거리가 멀고 너무 어렵다고 느끼고 단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이 있다. 그것은 노자 <도덕경> 리더십에 관한 고전이라는 것이다. 사실 <도덕경>은 ‘성인’으로 일컬어지는 ‘리더’가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 깨달아야 하는 이치, 즉 도덕(道德)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형이상학적 이치를 물, 나무, 하늘, 땅, 바람, 연못 등 우리 주변의 자연을 이용해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은 많이 인용되곤 한다. 그 뜻은 “가장 좋은 것은 마치 물()과 같다라는 말이다. 즉 비유적인 표현이다. 도의 경지, 그 경지에 이른 성인, 즉 리더의 모습은 마치 물과 같은 모습이라는 말이다.      


물을 어떤 물성을 갖고 있는가. 먼저 물은 아래로(下) 끊임없이 흐른다. 그리고 위치를 구분하지 않고 어디든 흐른다. 그러면서 메마른 대지와 만물을 보듬어 적시고 만물을 생(生)하게 돕는다. 그리고 물은 그 차갑고 맑음으로 세상을 정화한다. 또 때론 무섭게 내려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기도 한다. 그리고는 결국 계곡을 지나, 강에 이르고, 바다가 되어 세상 모든 것을 넓게 품는다. 이것이 물이다. 이런 물의 성질이 도(道)의 모습과 같다고 <도덕경>에서는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성인/리더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십을 논할 때 인문학적으로 많이 인용되는 인물로 초한쟁패의 유방이 있다. 그는 진나라 말에 천하 강자이던 항우를 결국은 이기고 중국을 재통일하고 지금의 중국의 기틀을 마련한 한나라의 시조이다. 즉 그는 성공한 리더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방에게도 '상선약수' 즉, 물과 같은 리더십의 모습들이 있을까?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며 싸우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에 처하며, 그러므로 도에 이른다.     

거선지(居善地)
땅에 거하며     

심선연(心善淵)
마음은 연못처럼 그윽하며    

여선인(與善仁)
어질게 더불며

언선신(言善信)
말은 신험있게 하며   

정선치(正善治)
바르게 다스리며     

사선능(事善能)
능히 일을 잘하며     

동선시(動善時)
시의에 맞게 움직인다.    

- 도덕경 8장-     


사마천의 <사기> <<고조본기>>에 유방은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처럼 농사일을 하지 않아, 겨우 지방 말단 관리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품이 사람을 좋으며, 너그러운 편이고, 남을 위해 주길 잘하며, 마음 씀씀이가 옹졸하지 않았다”라고 전한다. 그리고 진시황제의 행차를 보고 “응당 사내라면 저래야지”라고 했다는 걸 보면 리더로서의 욕망도 있었던 것 같다. 또 가난하고 돈 한 푼 없이도 어느 자리에 가든 기죽지 않았다. 유방은 분명 사람을 좋아하고 더불어 함께 하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_여선인(與善)의 모습이 있다.     

 

또, 항우는 전장에서 힘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하지만 말의 힘으로는 유방을 이길 수가 없었다. 특히 항우 앞에서 유방 자신이 천하를 재패해야 하는 명분을 논리적으로 말하자 민심은 바로 유방에게 흘렀다. 이에 화가 난 항우는 철퇴를 던져 유방의 가슴에 맞기도 할 정도로 항우는 말로는 유방을 당할 수 없었다. 말 속에 차가운 물과 같은 신험이 느껴지는 리더의 모습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_언선신(言善信)이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유방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점이 그의 '용인술'이다. 그에게는 항우와 다르게, 소하, 장량, 진평, 한신, 조참, 하우영, 번쾌, 역이기 등 여러 능력 있는 신하들이 곁에서 그를 조력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방의 리더십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항우가 함양을 차지한 뒤, 유방을 오지인 한중 지역 왕으로 보낸다. 이에 파촉 지역으로 들어갈 때는 유방은 장량의 말을 듣고는 항우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함양으로 되돌아가는 절벽 외길인 잔도를 태워 버린 것이다. 그리고 소하를 믿고 한신을 파격적으로 대장군으로 임명하기도 하고, 또 한신의 유세를 듣고는 과감히 초한 전쟁에 돌입한다. 또 한나라가 초나라가 접전일 때 장량과 진평의 이간계 계책도 기민하게 선택하고 실행한다. 즉 유방은 중요한 순간에 주위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그 때에 맞는 선택을 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방은 무엇보다 정확하고 빠른 판단력이 가능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상선약수(上善若水)_동선시(動善時)와 일맥 한다. 시의적절한 움직임, 물과 같은 리더의 모습이다.  

    

반면에, '동선시(動善時)'를 이루지 못한 리더의 모습은 패배한 항우와 한신에게서 찾아볼 수도 있다. 항우는 자신의 책사 범증이 홍문관에서 과감하게 유방을 죽여야 한다고 했지만 뇌물에 정신이 팔려 살려주고 결국 자신이 유방에게 죽임을 당했다. 한신도 자신의 책사 괴통이 천하의 묘책 '삼분지계' 계책을 냈지만,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해서, 결국 유방에게 토사구팽 당해 죽는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른 선택을 한 것이다. 물과 같은 냉정함이 리더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유방은 사람과 더불어 하기를 잘하며, 말에 신험이 있고, 시의적절한 냉정한 판단력으로 많은 사람을 이끌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그는 상선약수, 물의 리더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선약수 리더십의 본질은 한마디로 “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이다. 즉, 세상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임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방은 완벽한 리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혼란의 시대에 천하를 통일하는데 필요한 물의 리더십의 몇가지 모습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을 보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자기를 비판하는 다른 세력과 계속 싸우기만 하고, 오직 부자들의 욕심만 채워주기에 바쁘다. 그런데 그런 리더를 선출한 것은 우리다.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흐르는 물을 한번 바라보며, 상선약수,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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