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사수불 5산 종주(5-4)
<수락산 구간>
결국 수락산 들머리를 지난다.
오로지 또 오를 뿐. 이젠 오르고 나면 중간 탈출로도 없다고 봐야 된다.
막 지나온 도봉산과 사패산이 흐릿하게 멀어졌지만
그보다는 저 높이 솟아오른 수락산 주봉이 더 아득하고 높아 보인다.
그늘조차 없는 도정봉 오르막길에서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눈이 따갑다.
새로 채운 물 한 병을 다 마시고 쉬기를 거듭하면서 가까스로 도정봉 부근까지 도달했다. 130m의 도정봉 계단이 천리길처럼 높고 고되다.
밧줄을 붙든 손목도 힘이 빠져 버겁기만 하다.
도정봉엔 바람 한 점 없어 태극기가 조금도 펄럭이지 않는다.
뻣뻣하기 이를 데 없는 건조한 날씨, 주봉을 쏘아보다가
도정봉을 등지고 그리로 발을 내딛는다.
홈통바위라고도 불리는 기차바위에 다가갈수록 길이 무척 미끄럽다. 다리에 힘이 빠져 더 그럴 것이다.
저 바위를 정면돌파하느냐, 우회하느냐를 놓고 또 갈등한다.
장암역으로 가는 석림사 방향 내리막길을 그냥 지나치는 걸음걸이가 너무 무겁다 보니
주봉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전신에 힘이 빠져 로프를 놓칠까 싶어 우회로로 빠지려다가 기차바위와 한판 맞짱 뜨기로 한다.
한참을 기다려 기차 밧줄을 움켜쥐긴 했는데 좀처럼 힘이 실어지지 않는다.
스틱을 접고 가까스로 기어올라 후미에 붙은 열차들을 보니 뜨끈한 육수가 하염없이 흐른다.
어지럽고 나른하다. 10여 분 숨을 고르고 쉬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다.
네 번째 정상, 가까스로 수락산 주봉까지 왔다.
친구와 후배가 불암산으로 마중 나온다고 하니 그나마 힘이 솟는다.
하강바위를 스쳐지나고
철모바위도 눈인사만 나누고는
주봉을 뒤로하고 젖 먹던 힘을 모두 뽑아내어 덕능 고개로 향한다.
코끼리바위. 코끼리 등을 밟고 누군가 손을 흔들기는 하는데 자세히 보니 나랑은 관계없는 몸짓이다.
치마바위도 그냥 지나친다.
덕능 고개를 지나 불암산으로, 이제 총목표점의 9부 능선쯤 온 셈이다.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는 느낌이다.
덕능 고개까지 내려섰다. 마지막 불암산만 남았다.
어제, 오늘 네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장 힘들었던 수락산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불암산을 오르며 겸허하고 숙연하게 기도를 드리게 된다.
"스틱을 접을 때까지 지켜주시고 또 지켜주옵소서."
곳 / 동막골 - 도정봉(2.4km) - 도정봉 안부 - 기차바위 - 수락산 주봉(1.8km) - 철모바위 - 도솔봉 아래(0.9km) - 덕능 갈림길 - 덕능 고개(2.8km) / 총 7.9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