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북도사수불 5산 종주(5-4)
사패산에서 내려와 잠시 눈을 붙이고 도보로 한 시간 거리를 이동하여 수락산 입구 동막골 들머리까지 왔다. 북한산에서 시작해 불암산을 종점으로 하는 5산 종주 중 가장 힘들고 가장 갈등하게 하는 곳이 이 지점이다. 체력이 바닥을 보이고 눈꺼풀이 무거울 즈음 세 산을 타고 도심으로 하산했다가 또 올라가려니 망설임이 없을 수 없다. 지난 종주 때도 그랬었다. 뜨끈한 사우나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때처럼 똑같은 마음을 담아 속으로 기도를 올려본다.
“신이시여! 끝까지 가고 못 가고의 여부는 신께 맡기겠나이다. 다만, 우리 의지가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주소서!”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가 지금 오르는 수락산행을 더욱 고되게 할 것 같다. 더구나 동막골에서 수락산 주봉까지는 그늘이 거의 없이 기복 심한 능선의 연속이다.
뙤약볕 등로를 치고 오르는 것도 고되거니와 도정봉과 홈통바위의 슬랩 암벽, 주봉을 찍고 도솔봉으로 내려서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도정봉 오르는 긴 계단이 역시 고되다. 130m의 계단이 천릿길처럼 느껴진다. 도정봉에 올랐을 때는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가 야속하다.
“아까 백운대에서의 바람이 그리워.”
한기를 느껴서 얼른 내려왔는데 지금 그 바람을 맞고 싶은 것이다.
장암역으로 하산하는 석림사 방향 내리막길을 그냥 지나치는 걸음걸이가 무겁다 보니 가야 할 주봉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수락산이 이렇게나 먼 길이었다니.”
가파르고 미끄러운 바윗길, 숱하게 나타나며 시험 들게 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데가 산 아니던가. 매번 그런 데라는 걸 알고 왔지 않은가.
“아무리 멀어도 이젠 기어서라도 가야지.”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을 텐데도 끄덕 없이 잘 올라온다.
마주쳐 피할 수 없다면 어쩌겠는가. 바위벽에 손바닥 문질러가며 기어올라 새롭게 길 내야지. 넘어지지 않고 산 오르내리길 바라는가. 자빠진 발길마다 교훈으로, 엎어진 흔적마다 지혜로 되새길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그렇게 해야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끝을 보는 데가 산 아니겠어?”
다리보다 팔의 힘이 더 요구되는 슬랩 구간인데 체력이 소진되는 시점이라 올라섰을 때는 땀이 철철 흐른다. 바위 위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나서야 몸을 일으킨다. 홈통바위 상단 바로 위로 608m 봉이다. 여기부터는 그나마 그늘숲이라 조금은 힘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는 이한테는 절대 정상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독립운동이 이만큼 힘들까.”
수락산 주봉(해발 637m)의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고 병소는 3.1 만세운동이라도 떠올렸던가 보다.
“독립운동은 탑골공원 같은 데서 하니까 이보다는 덜 힘들겠지.”
주봉에서 마주한 도봉산 사령부가 깃발을 펄럭이며 성원해준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며 또 지켜주겠네. 힘들 내시게나.”
정상의 조그마한 바위가 코끼리 형상이다.
하강바위는 클라이머들에 의해 포박되었다.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등 도봉산 바위 봉우리들이 하늘 찌르며 장대하게 솟아올랐다면 철모바위, 배낭바위, 하강바위 등 수락산 바위들은 오밀조밀 조경을 위해 배치한 소품들처럼 여겨진다.
수려함과 웅장함으로 비교하려면 수락산은 촌색시 같아서 강퍅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수락산 바위들이 그렇다는 건 도봉산과 다르다는 것일 뿐, 그 다름은 상호 동등한 가치의 특색이며 뚜렷한 개성일 뿐 우열을 헤아리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은 등산로가 다양하고 계곡도 수려한 데다 교통이 편리해서 휴일이면 수도권의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돌산으로 화강암 암벽이 노출되어 있으나 산세는 그다지 험하지 않다. 수락산이 힘든 건 바로 지금처럼 연계 산행을 하며 인색한 수림을 걸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