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시대 때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산도는 진나라 황제인 무제 사마염에게 친구의 아들을 추천하려고 입궐하였다.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황제는 산도를 신뢰했으므로 기대를 갖고 물었다.
“혜소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혜강은 죄인으로 죽었으나 그 일은 아들 혜소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서경에도 이르기를 아버지의 죄는 아들에게 묻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죄 때문에 총명한 아들이 초야에 묻혀 지내는 건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혜소는 지혜롭고 재주가 뛰어나니 폐하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혜롭고 학식이 높은 혜강은 특히 문학에도 재능이 탁월했는데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다. 끝까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다가 미움을 사 처형을 당했다.
“그래? 그대의 말이라면 믿을 만하지. 어떤 벼슬이 적당하겠나?”
“비서랑으로 써 주십시오.”
“그대가 이처럼 적극 추천하는 사람이라면 비서승이 더 어울릴 것 같군.”
황제는 더 높은 벼슬을 하사하여 혜소를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황제의 명을 받고 혜소가 낙양으로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환송했다.
“총명하고 품성도 훌륭하다더니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군.”
“의젓하고 늠름해.”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마치 닭의 무리 속에 우뚝 선 한 마리의 학처럼 느껴지는군.”
혜소가 입궐했을 때 그를 본 대신 중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자네가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면 더욱 놀랐을 걸세.”
혜소의 아버지 혜강과 함께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던 왕융이 뛰어난 아들보다 그의 아버지는 더욱 뛰어나다고 말해 결과적으로는 혜강을 더 나은 학鶴으로 묘사하는 모양이 되었지만 군계일학의 일화는 아들인 혜소를 지칭한 내용으로 진서 혜강 전과 세설신어 지용 편에 실린 글이다.
많은 사람 가운데 돋보이는 인물을 일컫는데 학립계군鶴立鷄群이나 무리 중에 가장 빼어나다는 발군拔群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요즘에는 유난히 튄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조용한 가운데도 군계일학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돋보이려 치장하여 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거나 그 사람의 뛰어남이 외관상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면의 실력이 세상에 가치 있게 표출되었을 때 진정한 돋보임이 아닐까 여겨진다. 단, 모난 돌이 정 맞는 식으로 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