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토요일, 화창한 봄날, 양천구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제13회 양천마라톤대회입니다. 대회 본부에서는 일찌감치 배번호와 참가기념품으로 티셔츠를 보내왔습니다. 다른 마라톤 대회는 5km 참가비가 3만 원 정도 하는데 이 대회는 참가비가 15,000원입니다. 거기다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티셔츠까지 보내왔으니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작년 11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왔습니다. 그동안은 마라톤 당일 아침에 일어나 짐을 쌀 때, 마치 군대에서 100km 행군 준비를 하는 것 같은 무거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담도 되고 긴장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꼭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의 부담이 없습니다. 이미 마라톤에 익숙해진 것이지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니 괜한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평소에 특별히 시간을 내서 마라톤 연습을 하지는 않지만 생활하면서 다리 근력을 키우는 활동을 일부러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하체가 많이 단련이 되었으니 상체 운동을 따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 굽혀 펴기 운동이나 스쿼트 혹은 플랭크 운동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운동을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길을 걷고 있는데 차량이 왼쪽 뒤에서 훅 들어왔습니다. 깜짝 놀라 오른쪽으로 1m 정도 몸을 날려 피한 적이 있습니다. 몸놀림이 가벼워진 것이 마라톤 덕분입니다. 오랫동안 길을 걷거나 야외 작업을 할 때도 이전보다 덜 피곤한 것이 튼튼해진 다리 근육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무의식 중에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홀가분했던 지난번 생각이 나서 그만두었습니다. 지난번 참가할 때는 가방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으니 우산이 필요 없고, 물이 필요하지만 물은 대회장에 가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외출용 양복바지도 입지 않고 그냥 츄리닝 복장으로 가방도 메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대회장으로 갑니다.
마라톤 출발은 8시 30분입니다. 8시까지는 오라고 대회본부에서 문자가 왔었는데 늦었습니다. 5호선 오목교역에 내리니 이미 8시 반입니다. 5km는 맨 나중에 출발하니 아직 여유는 있습니다. 역을 나가 오목교 아래로 내려가 해마루 축구장으로 갑니다. 구청에서 하는 행사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잠바를 벗어 맡겨야 하는데 물품보관소가 곧바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늦게 와서 마음이 급한데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자원봉사자도 있었습니다. 이곳저곳 물으며 돌아다니다 결국 대회본부에 가서 물어보고 찾았습니다.
오늘 참가자는 5,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행사를 위해 수많은 천막이 축구장을 빙 둘러 설치되어 있습니다. 50개는 넘는 것 같습니다. 물품보관소는 그 많은 천막 중 한쪽 구석에 있었습니다. 양천구청에서 주최하니 행사요원도 많고 관련 단체도 많습니다. 특히 가족 동반 참가자들이 많습니다. 한쪽에서는 팝콘과 뻥튀기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체 별로 설치된 천막에서는 두부김치며, 김밥, 순대를 먹고 있습니다. 마치 축제분위기입니다.
갑자기 멀리서 하늘 위로 폭죽이 터집니다. 하프팀이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으니 출발신호가 폭죽입니다. 이제 10km 팀이 열을 지어 출발선으로 나갑니다. 그 앞에는 취타대가 아리랑을 연주하면서 대열을 이끌고 나아갑니다. 그런데 연주 가운데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대목이 묘하게 크게 들립니다. 10리란 조선시대에 5km 정도였으니,(주1) 10km 팀은 반환점을 돌면서 발병 날 수도 있다고 조심해서 뛰라는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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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습니다.
임태홍의 5km 마라톤 이야기
< 5km 제1부 시작편 >
0.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1.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 생애 두 번째, 5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3. 새해 첫날, 세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4. 네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5. 5km 마라톤 다섯 번째로 뜁니다
6. 5km 마라톤, 여섯 번째 참가기
< 5km 제2부 졸업편 >
7. 5km 마라톤, 7번째 뜁니다
8. 8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 온에어런 서울마라톤
9. 5km 마라톤 9번째-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어울림마라톤
10.10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올림픽공원의 가을
11. 5km 마라톤 11번째, 가을날 안양천 사랑밭 기부런
12. 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