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토요일, 오늘은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2주쯤 전에 우편으로 배번호와 티셔츠를 받았습니다. 대회요강, 참가자 유의사항, 대회코스 지도, 참가자 명단 등이 담긴 40쪽 분량의 자료도 함께 왔습니다. 마치 작은 신문처럼 편집이 된 타블로이드판 자료집입니다. 주최자가 한국해양산업 총연합회와 한국해운신문이라고 하더니 거기 신문사에서 발간한 모양입니다. 참가자 명단을 보니 참가자 수가 굉장히 많아 1만 명 정도 됩니다. 이름을 보니 외국인 참가자들도 20명이 넘습니다.
마라톤 장소는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출발은 8시 30분입니다. 며칠 전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출발 1시간 전까지 모이고 8시경에 경품권 추첨을 하여 상품을 준다고 합니다. 그 말에 귀가 솔깃해져 서둘러 출발을 합니다. 지난번에는 가방을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봅니다. 휴대폰도 가지고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번을 주저합니다. 휴대폰 없이 외출하면 꼭 휴대폰 쓸 일이 생기고 위급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잠시 한나절 휴대폰을 휴대하지 않을 뿐인데 이러저러한 걱정이 앞섭니다. 생각해 보면 토요일 오전에 무슨 급한 일이 있을까요? 이것이 혹시 휴대폰 의존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감하게 휴대폰 전원을 끄고 한쪽에 내려놓습니다. 휴대폰 쓸 일이 생기면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겠지요. 달리다 사고 나면 동료 참가자들이 구급차를 불러주겠지요. 휴대폰 없이 달리면 훨씬 더 편합니다. 주머니 안에서 덜렁거리는 휴대폰을 신경 쓸 일도 없고, 물품보관소에 맡겨놓고 분실 걱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은 그런 편함을 느껴봐야겠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대회본부에서 보내준 티셔츠 차림으로 길을 나섭니다. 월드컵 경기장 가는 6호선 전차를 탔습니다. 전차 안에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들도 마라톤 참가자인 모양입니다. 국방색의 마라톤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중 한 아주머니는 무릎에 밴드를 하고 다른 아주머니는 약간 뚱뚱합니다. 지금까지 마라톤 대회에 6번이나 참가했는데 마라토너는 날씬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수다쟁이 아주머니들인데 마라톤 선수들입니다. 대회장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철에 오릅니다.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보니 열차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라톤 참가자들입니다. 신기한 경험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습니다. 앞 광장에는 참가 단체들의 천막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수광양 xx 공사, 인천 xx 고등학교, 동진상선,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해양조사협회, 대한해운 등등 바다와 관련된 단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이고 해양산업이 발달하였다고는 하나 이렇게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바다와 관련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오늘은 가방도, 휴대폰도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서 물품보관소에 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참가자들 구경에 나섭니다.
광동제약, 티웨이, 경희대 학생 모임 등 단체 참가자들도 있습니다. 대학생들도 많고 30, 40대 직장인들도 많이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넓은 광장이 비좁아서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떤 천막 안에서는 동료들끼리 편하게 주저앉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즐거운 분위기입니다. 한잔 마시고 뛰면 몸이 더 가벼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장실 쪽을 둘러보니 최신식의 화장실 전용 컨테이너가 3대나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공동화장실은 보통 여자 화장실이 부족하여 그 앞에 긴 줄이 생기는데, 여기는 남자 화장실 앞이 긴 줄입니다. 아마도 내부구조가 잘 만들어져 여성용이 충분하게 배치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무대 쪽에서는 체조 음악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이돌 가수 공연 같이 멋진 춤을 춥니다. 혹시 무슨 걸그룹 일까 생각했는데 치어리더들입니다. 체조를 따라 하라고 음악에 맞추어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는데 체조는 따라 하지 않고 넋 놓고 구경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어서 경품 추천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후쿠오카 2인 왕복 카페리 승선권, 오사카 크루즈 승선권, 통돌이 세탁기 등등 많은 경품 추천이 있었습니다. 어떤 초등학교 학생 한 명은 제주도 크루즈 여행 티켓에 당첨되었습니다. 2장이나 받았는데 덕분에 가족여행을 가겠습니다. 저도 추첨표를 넣었는데 모두 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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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습니다.
임태홍의 5km 마라톤 이야기
< 5km 제1부 시작편 >
0. 마라톤을 시작해 볼까?
1.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 생애 두 번째, 5km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3. 새해 첫날, 세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4. 네 번째로 뛰는 5km 마라톤
5. 5km 마라톤 다섯 번째로 뜁니다
6. 5km 마라톤, 여섯 번째 참가기
< 5km 제2부 졸업편 >
7. 5km 마라톤, 7번째 뜁니다
8. 8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 온에어런 서울마라톤
9. 5km 마라톤 9번째-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어울림마라톤
10.10번째 5km 마라톤 참가기 -올림픽공원의 가을
11. 5km 마라톤 11번째, 가을날 안양천 사랑밭 기부런
12. 5km 마라톤 12번째, 이제 졸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