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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Nov 07. 2023

"K팝! 너 지금 칠레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한류 이야기

K팝은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K팝이야기입니다.

K팝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2019년 10월부터  2달 정도 칠레 전국에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반대시위였습니다. 시위가 격화되어 영화관이 불타고 20명 넘게 사망하고 급기야 대통령 퇴진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그 와중에 K팝이 주목되었고 K팝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까지 있었습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대화체로 정리한 것입니다. 


“K팝! 너 지금 칠레에 무슨 짓을 한 거야.”(칠레 정부)

"아니, 왜 엉뚱한 K팝을 들먹입니까? 망신스럽네요."(칠레 야당 의원)


“정부가 근거 없이 떠벌이는 것은 아닙니다. 다 근거가 있다고요.”(칠레 내무부장관)

“시위의 근본 원인을 따져보시오. 지금까지 시위 진압하면서 25명 넘게 죽인 책임이 어디 있다고요? K팝이 사람을 죽였냐요?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자기들 책임은 외면하고 외부 세력에 떠넘기려는 수작입니다. ”(야당)


“K팝이 칠레에서 인기를 끈 지 20여 년 만에 또다시 '국가적인 주제(a country theme)'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내무부는 K-팝이 시위의 배후 세력 중 하나라고 단정했습니다.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칠레 라테르세 신문사)


“나 지난번에 K팝 아이돌 입국하는 거 보려고 공항 갔는데, 그때 내가 공항에서 본 것은 시위 사태 주범들이었네? 다 검정마스크를 하고 들어오던데 혁명 전사들이었어? 우와”(K팝팬)

“그래 BTS, 슈퍼주니어 그리고 공항에 있던 K팝 아이돌들이 칠레 사회 혼란 주범들 이래.  공항을 독점하고 있던 그 사진이 지금도 인터넷에 널려있어. 그들은 얼굴도 모두 검정마스크로 가렸지. 앞으로 니들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네티즌)


“엄지 하고 검지를 교차하면서 눈앞에 갖다 대고 윙크를 해 그것은 바로 ‘새 혁명의 인사법’이야. 우리는 그것을 손가락 하트라 하지. 하하하.”(K팝팬)

“내 사진 봐바. 우리 집 앞 벽에 ‘K팝을 들어라. 경찰을 불태워라.’ 써놨어. 어울리지? 나는 혁명전사야. ㅋㅋㅋ”(네티즌)


"근거 없는 헛소리가 아니라니까요. 첨단의 빅테이터 기술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정말 기막히고 정교한 정보를 분석해 검찰에 보냈습니다. 시위참가자들은 조종당하고 있습니다."(곤살로 블루멜 내무장관)

“방금 내무장관이 말한 '기막히고 정교한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K팝 팬 등에 책임을 씌우고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야당 카롤 카리올라 하원의원 트위터)


“아니 왜 정부말을 못 믿습니까 분명한 증거가 있다니까요. 검찰에 보낸 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을 보세요. 보고서 분량이 112쪽이나 됩니다. 과학적 근거가 흘러넘친다니까요. 10월 시위가 시작된 후 한 달 동안 소셜미디어 등에 등장한 시위 관련 언급 6천만 건 가량을 분석했습니다.” (칠레 내무부 대변인)


“아니 돈지랄했구먼. 그 돈이면 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니게 해 주겠네.”(네티즌)

“보고서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밝히시오. 터무니없는 보고서에 엄청난 세금을 낭비했구먼.”(야당 정치인들)


"지하철 운영비가 없다고 50원 올린 사람들이 국민 세금을 엉뚱하게 썼네요.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야당 하원의원 마르셀로 디아스)

“보고서 작성에 세금은 일절 투입되지 않았습니다.”(칠레 정부)

“국민 여러분, 사실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폭력 시위 등을 선동한 게시물 중 칠레 밖에서 생산된 것들이 상당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우리가 확보했다는 건데 야당은 무슨 소리합니까?”(정부 대변인)


"이런 발표를 내놓는 정부가 부끄럽다. 인권을 침해하고 고문하면서 시위 배후가 케이팝이라니, 정부가 우리를 놀리는 게 틀림없다."(칠레 트위터)

“정부는 칠레의 젊은 이용자들이 시위 초기 8일간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시위 동참을 유도했으며, 주로 정부의 인권 침해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음을 확인했다. 우리 특별조사팀은 10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한 달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시위와 관련해 500만 명의 사용자가 쓴 게시물 6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 게시물 중 19.3%가 칠레 밖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이것은 시위 초기에 외부 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상에서 주로 영향력을 미친 그룹은 5개가 있었다. 러시아방송 RT나 베네수엘라 방송 텔레수르, 아르헨티나 좌파 인사들, 칠레 안팎의 유명인 그리고 K팝 팬들이다. 이 중 K팝 팬 집단은 세 번째로 영향력이 컸다. 이것은 사실이다.”(칠레 내무부 대변인)


“미친! 돈이 없다는 넘들이 그 돈 어디서 나온 것이냐? 국민세금으로 헛짓거리 한 거지.”(네티즌)

"K팝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서 선행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K팝은 전적으로 정치와는 무관하다"(K팝 전문가)


“그럼 지난 2017년 3월에 방탄소년단 칠레 공연을 허락한 놈들은 어떤 놈들이냐? 2018년 3월 KBS 뮤직뱅크 열리게 했다고 으스대던 넘들은 그럼 불순세력들이냐? 올 1월 SM 타운 콘서트를 K팝 전용 경기장이라고 내주면서 대형 공연을 하도록 한 사람들은 다 정부 내 숨어 있는 혁명파들이냐?”(네티즌)


"우리 사회의 부가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고,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것이 핵심이지. 정부는 지금 뭐 하고 있어? 이 정도면 내무부 관계자들은 자기들 거짓말을 믿는 소시오패스다."(트위터)

“아니 뭐... 제 말은 그러니까... 뭐 K팝이 시위 배후세력이라고는 안 했습니다.”(정부 대변인)

“아니 말을 돌리지 마시고. 시위 초기 8일간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K팝 팬들이 시위 동참을 부추겼다면서요?”(네티즌)


“아니 그게 아니라... 뭐냐.... 그러니까 우리 보고서는 시위 전까지만 해도 K팝 팬들이 착하고 정치·사회 이슈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시위 이후에 갑자기 돌변했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시위 중에 사망한 사람들 숫자를 칠레 정부가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가 인권 침해나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이 침묵을 하고 있고 정부가 SNS를 차단하고 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위 사태의 배후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있다는데 K팝 팬들들이 그걸 믿지 않고 비꼬고 비웃고 있다는 것이지요”(내무부 관계자)


"그러니까 정부 보고서는 폭력을 조장하는 해외 세력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해외에서 작성된 트윗 비율이 70%에 이르렀습니다. 진짜 심각합니다.”(칼라 루비라르 칠레 정부 대변인 CNN칠레와 인터뷰)


“저는 산티아고대학 한국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입니다. 이번 시위 사태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 있고,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케이팝 자체는 특정 정치적 연관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케이팝은 자기 계발과 노력을 중요시합니다. K팝 팬들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는데 이러한 점이 시위에 작용했을 수는 있습니다."(콘스탄자 조르퀘라 연구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요즘 칠레 젊은 세대는 주목하는 정당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관심을 케이팝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가 격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시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시위 관련 정보를 SNS에서 공유하게 된 것으로 이어졌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K팝 자체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콘스탄자 조르퀘라 연구원)


“수치스럽습니다. 우리는 케이팝을 범죄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정책이 필요합니다."(칠레 사회당의 마르셀로 디아즈 하원의원)


“똑똑하신 공무원님. 이번 주 12월 27일 금요일. 산티아고에서 시민들이 대규모 K팝 행사를 한답니다. 하하하. 행사이름은 ‘칠레 K팝 팬 대규모 행진’이에요. 와우. 그 알량한 보고서는 제쳐 놓고 K팝 랜덤 댄스 게임 한판하실까요? 오실 때는 손가락 하트 배워오세요. 그것은 우리들의 혁명 마크랍니다. 하하.”(K팝팬)

“정부관계자 여러분, K팝 댄스하실 때, 블랙핑크 조심하세요. 특히 Forever young이요. 그 안에 혁명구호가 들어 있거든요. Blackpink is the REVOLUTION! 이라고요. 크하하하.”(K팝팬)


이러한 시위의 결과인지 2021년 12월 19일, K팝 아이돌 트와이스의 열성팬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35세로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트와이스 멤버 정연을 특히 좋아하는 팬이기도 합니다. 미국 NBC뉴스는 그의 대선 승리에 K팝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현지시간 22일 보도) 한 국내 뉴스 기자는 이 보도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최근 칠레에서는 보리치 당선인이 한 손에는 한국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정연, ‘스트레이키즈’의 ‘한’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로 ‘손가락 하트’를 만든 사진이 널리 퍼지고 있다.K팝 팬들은 대선 과정에서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 ‘팬덤×보리치’ 같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그를 응원하는 게시물을 속속 올렸다. 그의 당선 후에는 K팝으로 그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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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다음의 뉴스와 칠레 K팝팬들의 인터넷 댓글을 보고 조합해서 ‘재미있게’ 구성했습니다. 


「"K팝 팬들이 시위 부채질".. 황당한 칠레 정부」, 국민일보, 김상기 기자, 2019.12.25. 

「K팝이 시위 배후 -황당한 칠레정부 보고서」, 동아일보, 조유라, 2019.12.25

https://news.v.daum.net/v/20191225030137138 

「'K팝'이 반정부 시위 배후세력? 칠레 정부의 '황당 보고서'」, 머니투데이, 박준이, 2019.12.24.

 https://news.v.daum.net/v/20191224153332157 

「"칠레 시위 배후에 K팝 있다(?)".. 칠레 정부 보고서에 'K팝 팬' 지목」, 디지털타임스, 김광태, 2019.12.24. https://news.v.daum.net/v/20191224114622525 

「칠레 '반정부 시위 보고서' SNS 조롱거리 된 이유?」, 머니투데이, 강민수, 2019.12.24.

https://news.v.daum.net/v/20191224154000362 

「"시위 배후에 K팝".. 칠레 정부 보고서 억지 주장」, 연합뉴스 tv, 고미혜 2019.12.25.

https://news.v.daum.net/v/20191225103843764 

「Time24 news Chilean government claims K-pop has spurred protests in the country」 December 23, 2019 https://www.time24.news/2019/12/chilean-government-claims-k-pop-has-spurred-protests-in-the-country.html

「"시위 배후에 K팝".. 칠레 정부 보고서 억지 주장」, 연합뉴스 tv, 고미혜 2019.12.25.

https://www.donga.com/news/People/article/all/20211227/110975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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