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토요일. 오늘은 마라톤 대회가 있습니다. 금년 여름은 너무 더워서 8월 마라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요즘 비가 자주 옵니다. 오늘 대회는 제4회 선샤인런. 집합 장소는 잠실종합운동장 나들목 앞 청소년광장. 집결 시각은 8시, 출발 시각은 9시입니다.
새벽 6시 30분.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봅니다. 출발지, 서울 성북구 기온은 26도. 체감온도 29도, 습도는 94%.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시원해 한낮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어제도 비가 내렸고, 오늘도 8시경, 그리고 10시경에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잠실 쪽 상황을 보니 현재 기온이 25도이며, 오전 내내 비가 온다고 합니다. 선샤인 런이라면, 햇빛이 내리쬐는 마라톤인데 오늘 현실은 비가 쏟아지는 우중 마라톤이 될 것 같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섭니다. 가방 안에는 커다란 비닐도 한 장 집어넣었습니다. 비가 오면 뒤집어쓰고 달려야겠습니다.
2호선을 타고 가서 잠실 종합운동장 역에 내리니 벌써 8시 25분이 되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기온은 좀 더 올라서 28도. 운동장을 빙 돌아 한강 쪽으로 갑니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 인지 참가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승용차에서 내리는 참가자들이 있어 그들 뒤를 따라갑니다. 나들목을 찾는데 공사 중 간판이 있습니다. 길을 모르니 앞사람들을 따라서 공사 중 간판 사이를 지나 한강공원 쪽으로 나갑니다.
청소년 광장으로 들어가니 빗속에서 모두들 출발 준비가 한창입니다. 시간은 벌써 8시 48분. 12분 남았습니다. 급히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습니다. 가지고 온 비닐봉지를 뒤집어 쓸까 했으나 포기합니다. 대신 속옷은 전부 벗고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습니다. 휴대폰도 가방에 넣어서 맡겨야겠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며 달릴 각오를 합니다. 날이 더우니 차라리 비를 맞으면서 뛰는 것이 좋겠습니다.
탈의실을 나갑니다. 사방을 둘러보니 간혹 비닐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참가자들은 비를 맞으며 뛸 모양새입니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하프팀이 출발합니다. 오늘 전체 참가자는 3,000명쯤 된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빗물이 더 굵어졌습니다. 10분 뒤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출발! 신호와 함께 10km 팀도 출발합니다.
오늘 코스는 잠실 청소년광장을 출발하여 잠실대교(2km 지점), 잠실철교(2.5km 지점. 5km 주자 반환점), 올림픽대교(3.5km 지점)를 거쳐 천호대교(5km 지점)에서 되돌아옵니다.
스타트 라인을 벗어나니 폭 1.5m 도로가 3열로 펼쳐진 3차선 도로가 나옵니다. 맨 왼쪽은 보행로, 오른쪽 두 개 차선은 자전거 길입니다. 참가자들로 가득 찬 빗 길의 마라톤입니다. 비가 더 많이 내려서 걱정이 되었으나 달리기 시작하니 오히려 시원하고 좋습니다. 비에 젖은 도로 위로, 저 멀리 오른쪽에 롯데월드타워가 보입니다. 한강변에 떠 있는 선착장 지나니 1km 안내판이 나옵니다.
시골에 있을 때는 매일 걷고 헬스도 다니고 해서 운동을 했지만 일주일쯤 전에 서울로 올라온 뒤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달리니 오른쪽 엉덩이 관절과 무릎이 많이 불편합니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려도 좋을 텐데 빗줄기가 예상보다 가늡니다. 그동안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며 항상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왼쪽으로 한강이 보이고 도로 양쪽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구름 덕분에 뜨거운 햇빛은 가려지고 빗방울이 주룩주룩 떨어지니 달리기에 최고입니다. 간혹 나타나는 물웅덩이를 피해서 달리다 보니 잠실대교 아래까지 금방 왔습니다. 대교 아래 공터가 넓어 불어오는 공기가 시원합니다.
대교를 지나고 2km 안내판을 지나니 약간 경사진 도로가 나옵니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랐습니다. 잠실 철교 지점까지 오니 식수대가 나옵니다. 천천히 걸어가 물을 한잔 들이키고 다시 달립니다. 곧이어 5km 팀의 반환점(2.5km 지점)이 나오고 길은 잠실철교 밑으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빗방울이 쉴새없이 떨어집니다. 철교 아래를 벗어나니 평평한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20m 가까이, 높이 자란 나무들이 절벽처럼 줄지어 서서 한강을 가리고 있습니다.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도 보입니다. 3km 지점까지 왔습니다.
비가 더 오길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빗줄기는 더 약해졌습니다. 올림픽 대교 밑을 지납니다. 길은 다시 경사로를 올라서 서서히 내려갑니다.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 그 가운데로 한참을 달리다 보니 불편하던 엉덩이 관절과 무릎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리 하체에 힘을 주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달립니다. 멀리 한강 건너 강변북로의 아파트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4km 안내판이 나왔습니다. 이제 반환점까지 1km. 2차선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달리는 자전거는 거의 없습니다. 비는 이제 그쳤습니다. 멀리 천호대교가 보입니다. 2차선 도로는 3차선 도로로 바뀌고 천호대교 아래까지 달려오니 식수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5km. 반환점을 돌아 식수대 앞으로 가 초코파이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물 한 컵을 받았습니다. 욕심은 초코파이 한 조각을 더 먹고 싶었으나 고개를 돌려, 천천히 걸으면서 시원한 물을 마십니다.
이제 돌아오는 길. 비는 내리지 않고 대신 햇빛이 간혹 도로 위를 뜨겁게 내리쬡니다. 비를 흠뻑 맞을 각오를 했는데 아쉽습니다. 멀리 한강을 바라보면서 올림픽 대교를 목표 삼아 달립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경사진 길이 나오고 약간 굽어진 빗길을 돌아 다시 내려갑니다. 올림픽 대교 아래를 지나 1km를 달려서 잠실철교 밑을 통과하고 거기에 또 500m 정도 더 달려 잠실대교 아래까지 왔습니다. 축축했던 도로는 금세 말라 있습니다. 햇빛이 더 뜨거워지니 숲 그늘을 찾아서 달립니다. 멀리 버드나무 아래로 선착장이 보입니다. 선착장 있는 곳이 골인 지점입니다. 그런데 그 선착장까지 다 왔는데 골인 아치는 없고 멀리 또 다른 선착장이 보입니다. 달리다 보니 멀리에 또 다른 선착장이 보입니다. 그렇게 선착장 3개를 지나, 거의 1km를 달리다 보니 골인 아치가 나왔습니다. 힘을 내서 느리게나마 마지막 스퍼트를 합니다. 드디어 골인!
기념품과 식수, 간식을 받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앰뷸런스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광장으로 들어옵니다. 무슨 일일까? 들어오면서 보았던 참가자가 타고 있을까? 그 여성 참가자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간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앰뷸런스는 나들목 쪽으로 나갔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이번에 10km는 얼마나 걸렸을까? 그동안 제가 10km 뛴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번째 2025년 1월 01일 : 1시간 16분
2번째 2025년 2월 16일 : 1시간 5분 39초
3번째 2025년 3월 09일 : 1시간 9분 2초
4번째 2025년 4월 13일 : 1시간 9분 2초
5번째 2025년 5월 24일 : 1시간 16분 5초
6번째 2025년 6월 15일 : 1시간 19분 58초
7번째 2025년 7월 20일 : 산악마라톤 3시간 24분
오후 2시 42분경.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완주 축하 문자가 왔습니다. 기록은 1시간 11분 44초. 빗 속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출발시간은 9시 9분 51초, 도착시간은 10시 21분 36초. 10km를 달린 참가자들 가운데 순위는 총 1,661명 중 927등, 남자순위는 1,311 명중 772 등입니다. 10km 여성 참가자들은 350명. 그중에서 저보다 빨리 달린 여성은 155명. 60대 이상 참가자들만 보면 총 52명 중 28등이었습니다. 어느 그룹에서나 대략 중간입니다.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허벅지 근육이 아직도 뻐근 뻐근하지만, 빗속을 달린 멋진 마라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