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강의 <고농서로부터 얻는 지혜>의 강사는 한겨레생명평화농장 이사 이선재선생님이었습니다. 2023년 겨울농사 학교 두 번째 강의입니다.
고농서란 옛날 전통시대의 농업 관련 서적을 말합니다. 이 강의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두 7권의 농서 소개가 있었습니다.
<중국 농서>
1. 『관자』
2. 『범승지서』
3. 『제민요술』
<조선 농서>
4. 『농사직설』
5. 『농가집성』
6. 『색경』
7. 『한정록』
8. 『임원경제지』
농서 소개가 있기 전에 선생님은 전통시대의 농서가 음양오행 사상, 주역, 풍수 그리고 절기를 중시했으며 관찰과 경험에 근거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당시는 모든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으며 정치, 행정의 주요 관심사는 항상 농사였습니다. 각 농서별로 선생님의 설명과 자료, 그리고 제가 직접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상세한 소개를 덧붙입니다.
1. 『관자』
저자는 관중(관이오, BC 약 725-645)입니다. 관중은 중국 춘추시대 초기 제나라의 재상으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습니다. 그가 지은 『관자』는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음양오행 사상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의 말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족하고 나서 예절을 알게 되고, 먹거리가 넉넉해야 염치를 바로 알게 된다."
"검붉은 땅은 조직이 성글고 입자가 굵고 단단하며 토질이 기름져 곡물을 심는데 적합하다. 삼을 심으면 그 색이 희고, 그것으로 짠 베는 희고 누렇다."(제58편 지원)
이 책은 일부 내용이 저자가 죽은 뒤에 추가된 것이 있어 위서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혹은 전국시대에서 전한까지 당시 여러 사상가들의 언행을 모아서 편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서적이기도 합니다.
2. 『범승지서』
이 책은 범승지(氾勝之)가 지은 것으로 범승지는 전한 시대의 관료이자 농업가입니다. 그는 산둥성 범수(氾水) 부근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범승지서』는 기원전 1세기의 저술로 인류 최초의 농업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본은 없어지고 후대의 저작에 인용된 내용을 모아 복원한 책입니다. 그는 전한 시대에 의량으로 재직한 공무원이었으며 농업연구에 힘썼습니다. 특히 황하 유역의 농업을 연구하고 땅갈이, 씨앗 뿌리기, 씨앗처리, 작물별 재배법 등을 연구하여 책을 지었습니다.
이 책은 중국 관중 지방의 농경과 재배 기술에 대한 경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농서로 특히 구전법(區田法)과 시비법(施肥法)이 특징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구전법의 한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나라 탕왕 시절에 극심하고 오랜 가뭄이 있었다. 재상이었던 이윤은 구전법을 체계화하여 발달시켰는데 얕게 판 구덩이에 거름을 주고 여기에 맞게 작물을 재배하는 요령을 백성들에게 알려주었다."
이외에도 범승지의 책에는 밭 경작법, 보리와 오이, 박 재배법, 벼논의 수온 조절법, 뽕나무 묘목 가지 치는 법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 『제민요술』
AD 500년경 후위의 태수 가사협이 편찬한 책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의 원류로 평가되며 후대의 농서에 깊은 영향을 미친 책입니다. 중국 화북지방의 농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밭작물 재배법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무 가꾸기, 짐승 기르기, 항아리, 술 등에 관한 기술이 보입니다. 내용가운데 일부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곡식의 씨앗이 발아하여 말의 귀 모양이 되었을 때, 끝이 뾰쪽하고 날카로운 호미로 김매기를 한다. 날카로운 호미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곳에서는 큰 호미로 보충한다. 모름지기 오곡은 작은 호미를 써서 김매는 것이 좋다."
4. 『농사직설』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서로 세종 11년(1429년)에 편찬되었습니다. 정초와 변효문 등이 왕명을 받고 편찬한 이 책의 내용은 주요 곡식에 한정된 것이나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편찬자들은 각 도 감사에게 명하여 각지의 사정에 익숙한 농부들에게 물어 땅에 따라 이미 경험한 농사 기술을 자세히 듣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편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각 지방에 배포하여 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이후 조선에서 출판된 농서들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는 중국의 옛 농서에 의존하여 각 지방의 지도자들이 농업을 지도하였으므로 실제로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시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등장하여 각 지역에 따라 적절한 농법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농사를 지을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책의 내용은 비곡(備穀, 종자 선택과 저장 및 처리), 지경(地耕, 논밭 갈이), 종마(種麻, 삼의 파종, 재배와 수확), 종도(種稻, 벼의 재배), 종서속(種黍粟, 기장, 조, 수수의 재배), 종직(種稷, 피의 재배), 종대두소두(種大豆小豆, 콩, 팥, 녹두 재배), 종맥(種麥, 보리와 밀 재배), 종호마(種胡麻, 참깨 가꾸기), 종교맥(種蕎麥, 메밀 재배)등 10 항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5. 『농가집성』
이 책은 공주목사 신속이 1655년에 편찬한 종합 농서입니다. 『농사직설』이 나오고 200년이 지난 뒤에 증보하여 편찬한 것으로 세종의 『권농교문』, 주자의 『권농문』, 강희맹의 『금양잡록』과 『사시찬요초』 등을 합철한 것입니다. 합한 뒤에는 각 부분의 내용을 당시 사정에 맞게 개수하고 보충하여 실질적인 내용과 체재를 갖춘 종합 농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풍토에 맞추고 고유의 농업기술도 추가되어 조선전기의 농학을 총 집대성한 책으로 평가받습니다. 농촌진흥청이 1972년에 번역하였습니다.
『금양잡록』에는 80여 가지의 곡식, 작물의 이름이 나오며, 품종별로 파종기 · 성숙기 등이 기술되어 있으며, 『사시찬요초』에는 월별, 24 절기 별로 각종 곡식과 작물 및 채소와 약초 등의 재배법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구황촬요』에는 솔잎을 비롯한 각종 초목의 입, 껍질, 뿌리, 종자, 종피 등을 가루로 만들어 곡식가루에 섞은 뒤 조리해서 대용식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참고자료) 이춘녕, 「농가집성」,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
6. 『색경』
이 책은 박세당이 1676년에 편찬하였습니다. 원나라에서 1273년에 출판된 『농상집요』를 주로 인용하였는데 한전 농법을 주로 소개하였습니다. 소농층을 전제로 저술되었으며 기본적으로 "농가의 경영규모는 자기 역량을 헤아려 작은 것이 좋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색경(穡經)』이란 농사에 관한 경서라는 뜻이며 지방의 농경법을 소개한 농법 기술서입니다. 곡식 재배와 관련하여 논벼 · 밭벼 · 보리 · 밀 · 조 · 기장 · 수수 · 콩 · 팥 · 참깨 · 들깨 · 삼 · 모시 · 목화 등에 대해 설명이 있고, 채소 작물과 관련하여 오이 · 수박 · 박 · 동아 · 토란 · 아욱 · 가지 · 무 · 순무 · 겨자 · 생강 · 마늘 · 파 · 부추 · 상추 · 버섯 등의 재배법 설명이 있습니다. 또 대 · 송백 · 오동 · 괴나무 · 닥나무 · 치자 · 백양 등 각종 나무의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 · 복숭아 · 자두 · 살구 · 능금 · 대추 · 밤 · 감 · 모과 · 은행 · 포도 등의 재배법, 그리고 꽃 · 국화 · 지황 · 회향 · 마 · 위포 등 화초와 약초의 재배법도 싣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각종 과수의 접붙이기 방법도 신접(身椄) · 안접(眼椄) · 피접(皮椄) · 지접(枝椄) · 압접(壓椄) · 탑접(塔椄) 등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돼지 · 닭 · 거위 · 오리 등을 기르는 방법과 양어 · 양봉에 관한 내용도 기술되어 있어 상당히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농사에 대한 기술을 서술하였습니다.
참고자료) 이춘녕, 「색경」,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
7. 『한정록(閑情錄)』
이 책은 저자 허균이 산림에 사는 사대부들의 참고서로 그리고 자신의 은퇴를 대비하여 저술한 농업책입니다. 중국의 여러 책에서 은둔이나 한적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했습니다. 상당히 체계적이며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농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자는 1610년경 관직에서 파직되었을 때, 이전에 중국사신으로부터 받은 『세설산보(世說刪補)』 · 『옥호빙(玉壺氷)』 · 『와유록(臥遊錄)』등 책을 다시 읽고 그중에서 내용을 발췌하여 은둔 · 한적 · 퇴휴(退休) · 청사(淸事)의 4 분야로 나누어 정리하였습니다. 1618년에는 그 내용을 압축하여 16개 분야로 나누고 부록을 더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한정록』입니다.
이 책은 1980년 아세아문화사에서 간행한 『허균전서』에 수록되어 있는데, 1981년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하였습니다.
참고자료) 박노춘, 「한정록」,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
8. 『임원경제지』
서유구가 1842년에서 1845년 사이에 저술한 책으로 조선 최대의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은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토대로 조부 서명응(徐命膺), 아버지 서호수(徐浩修)를 이어 서유구까지 3대에 걸쳐 완성하였습니다. 농업을 중심으로 향촌 생활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였는데, 특히 「본리지」에는 전제(田制), 수리, 비료, 작물 재배법, 농기구 등 농사일 전반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고 「관휴지」에는 채소, 과채류, 약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본리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사는 근본을 다스리는 일이다. 힘을 써야 할 때를 놓치지 않으면 먹는데 곤궁하지 않다. 제 때를 아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1년 내내 바쁘기만 하고 고생할 뿐이다. 그러므로 제 때를 아는 것이 으뜸이고 흙을 아는 것은 그다음이다."
작물을 뿌리고 거두는 때를 잘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고농서를 정리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서 전체적인 고농서의 규모를 파악했으니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필요한 자료를 찾아 활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한문으로 된 책들이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활용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통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는데도 고농서는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 강의였습니다.
참고) 고농서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는 다음 사이트에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농촌진흥청 농업과학도서관 (https://lib.rda.go.kr/main.do) 소장자료 검색에서 '온고이지신' 검색
- 동서남북 (농업과학기술도서) 사이트(https://lib.rda.go.kr/pod/main.do)에서 '온고이지신'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