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태학 속의 전통 농법>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11월 29일, 2023년 겨울농사 학교 <전통농업에서 배우다> 세 번째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농생태학 속의 전통농법>으로 강사는 토종씨드림 이사 김석기 선생님이었습니다.


우선 '농생태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니 이것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합니다. 농생태학(agroecology)이란 농업 생산 시스템 속에 적용되는 생태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생태학이란 생물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 즉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학문으로서 '농생태학' 보다는 운동으로서 농생태학을 염두에 두고 이 강의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즉 농생태학 운동(agroecological movement)으로서의 농생태학입니다. 'agroecological'이란 단어는 '농업과 환경에 관한'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농생태학은 '환경을 중시하는 농업을 추구하자.'는 뜻이 강한 개념입니다.


이번 겨울농사 학교의 주제는 <전통농업에서 배우다>입니다. 따라서 이 강의의 핵심은 전통 농법을 살펴보는 것인데, 환경을 염두에 두고 현대에 되살릴 수 있는 농업 기술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강의 내용 중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강의는 전체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됩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입니다. 전반부는 산업화된 현행 농업의 문제점을 소개하고 후반부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농생태학의 농법을 소개합니다.


1. 산업화된 현행 농업의 문제점


농업은 약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로 인류의 농업 생산 방식에는 큰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런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는 1) 산업혁명, 2) 1, 2차 세계대전 그리고 3) 새로운 농업 기술의 개발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녹색혁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소비하는 일까지의 모든 과정이 산업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산업화 속에서 농업은 생산과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행의 농업입니다. 선생님은 이 같은 현행 농업의 기본적인 방법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1) 작물 육종을 통해 신품종 혹은 개량종을 만들어 냄

- 여기에 기여한 사람은 녹색혁명의 설계자라고 하는, 새로운 밀 종자 개발자 노먼 볼로그임

- 멘델이 1865년에 식물 교잡에 성공함

- 멘델의 성공을 농업에 활용하여 귀리 종자를 생산하여 판매한 사람은 영국 식물 육종학자 존 가튼임

2) 기계화, 규모화, 집약화를 추구함

3) 화학 비료라고 하는 물질을 대량으로 투입, 사용하게 됨

4) 화학물질로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라는 농약을 만들어 대규모로 사용하여 토양 파괴, 환경 파괴를 야기함

5) 수자원의 남용. 즉 저수지의 대형화, 농수로의 현대화 등을 통해서 대규모의 관개시설을 가동함

6) 시설하우스를 만들어 고투입의 집약적 농사를 지향하여 폐비닐의 환경문제를 야기함


위와 같은 농업 방법은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인구를 늘리는데 큰 공헌을 했지만 지속이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아울러 토양 기반이 악화되고,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결과를 가져오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등으로 기후변화를 부채질하는 문제점을 낳았습니다.


2. 농생태학의 농법


선생님은 현행 농업의 방식을 개선하고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농법을 제안합니다.


1) 씨앗은 농사의 근간이므로 토종 씨앗이나 우리 환경에 적응된 토착종을 심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함

-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03년에 토마토는 408종이 있었는데 80년 뒤인 1983년에 79종으로 줌

- 같은 기간에 옥수수는 307종에서 12종으로, 그리고 오이는 285종에서 16종으로 줄어듬

- 토종 씨앗을 받고 심기를 10년간 지속하면 자신이 원하는 작물 특징을 고정시킬 수 있음


2) 흙을 살리는 순환의 종사로 전환해야 함

- 논밭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다시 논밭으로 돌려주고, 똥오줌 등을 활용하여 건강한 흙 만들기를 해야 함

- 모든 병해충을 이기는 근본은 건강한 흙에 달려 있음


3) 화학물질 의존도를 낮추고 콩과식물을 활용해야 함

- 전통시대의 2년 3작식 농법(조 -> 밀, 보리-> 콩 -> 묵힘)을 반복하는 농업 필요

- 일본인 학자 다카하시 도오루가 이러한 2년 3작 농법을 극찬함

- 콩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콩을 적극 활용해야 함


4) 돌려짓기, 사이짓기, 섞어짓기 등으로 토지 활용도와 다양성을 제고

- 특히 작물별 특성, 즉 키, 덩굴 등을 활용하여 작은 땅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음

- 멕시코, 케냐의 사례 : 키큰 옥수수와 덩쿨로 자라는 강낭콩, 땅을 덮는 호박을 섞어지음

- 밭의 위치, 경사도, 빛 환경에 따라 작물을 잘 배치하여 토지 활용도를 높임


5) 작물을 강하게 키우도록 함

- 식물이 곧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직파를 권장함. 헛골에 직파하는 방법이 좋음

- 모종 보다는 씨앗으로 심을 때 뿌리가 더 깊게 뻗어 내려 가뭄에 강함


6) 풀과 함께 사는 길을 찾아 공생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함

-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을 잘 활용하고 풋거름, 풀 멀칭 등으로 활용

- 흙을 덮는 피복 작물을 활용하여 토양 침식과 습기 증발을 방지

- 캐모마일, 한련화, 세이지, 제라눔, 타임, 차이브, 바질, 백일홍, 메리골드, 민트, 라벤저, 로즈메리 등을 작물과 함께 밭에 심어 작물의 생육을 돕고, 해충은 막고 꿀벌은 불러들임


작물을 생산해서 판매하려고 할 때는 이러한 농생태학적 농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규모의 텃밭 농사에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농사가 환경 하고도 직접적으로 관련되니 지혜롭게 농사를 지어야겠습니다.


선생님이 배포하신 자료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여기에 적어둡니다. P.E.James 등의 자료를 이용해 일본에서 만든 전 세계 산림식생 분포지도입니다. 수업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한중일의 문화와 우리 민족의 기원과도 관련될 수 있기에 지도를 보면서 소개해봅니다.


우리나라의 산림 식생은 크게 두 개로 나뉩니다. 낙엽수림과 상록수림입니다. 참나무, 단풍나무가 대표적인 낙엽수이고 소나무, 대나무가 대표적인 상록수입니다. 한반도 남부지역이 상록수림에 속합니다. 한반도 그 외 지역과 만주지역, 그리고 중국의 산둥반도 이북 지역은 낙엽수림 지역에 속합니다. 이 지역은 고대에 우리 민족의 영향력이 미쳤던 지역입니다. 산림 식생이 같다는 것은 기후가 같다는 것이고 결국은 문화가 같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주 먼옛날 고대에는 같은 문화권이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황하 이남 지역은 상록수림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중국 전체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넓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후대입니다. 참고로 일본은 남부 지역, 즉 도쿄의 서쪽은 상록수림 지역이고 동쪽은 우리나라 북부와 같은 낙엽수림 지역입니다. 상록수림과 낙엽수림이 대체로 반반입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열대우림과 열대계절림 지역입니다. 그 외 아시아 지역은, 즉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사막기후 지대입니다. 도표에서는 황무지로도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기후입니다. 그 사막지대 바로 위에 만주에서 유럽까지 좁은 띠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 기후대가 초원지대(스텝 기후대)입니다. 연평균 기온은 18도 미만이고 강우량은 250mm에서 500mm 정도입니다. 반건조 지역입니다. 빙하기 때 한반도가 이 기후였다고 합니다. 중앙아시아 사막지대 바로 위 지역입니다. 이 스텝기후대 바로 위에 또 하나의 좁은 띠가 있는데 이 역시 만주에서 유럽까지 이어져 있고 비가 좀 더 많이 내리는 프레리 지역입니다. 그 띠 위에 또 하나의 띠가 바이칼호 부근부터 유럽까지 이어지는데 그것은 우리 민족과 친근한 산림인 활엽수림지역입니다. 유럽 전체 역시 활엽수림지역입니다. 우리나라 남부(부산 가덕도)와 중부(강원도 정선군 청동기 유적, 충청북도 제천 황석리 유적) 그리고 중국 산둥반도에 유럽인의 DNA가 고인골에서 나온 적이 있는데 유럽과 우리나라는 기후적으로 상당히 친숙한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이번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를 보고 생각난 것을 적어봤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지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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