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1월 1일, 오늘은 새해 첫날입니다.
바깥에는 함박눈이 내리는데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영하 21도입니다. 요즘 이런 날은 비교적 따뜻한 편입니다. 이곳은 중부지방인데도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 많습니다. 대신 여름에는 영상 30도가 보통입니다. 어떤 해는 여름과 겨울이 거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구의 자연환경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북극과 남극에는 빙산이 사라지고 기온에 따라 얼음 층이 형성되었다가 녹을 뿐입니다. 극지방 기후가 불안정하니 극한의 추위가 중위도 지역으로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동해가 얼고 일본 앞바다가 얼기도 합니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환경이 언제 어떤 식으로 안정을 되찾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본뜬 한국인 보호구역 KMZ 설치 법안이 정식 발효되는 날입니다. 10여 년의 요란한 준비 끝에 작년에 법안이 통과되고 금년부터 거대한 실험이 시작됩니다. 인구회복 프로그램입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은 일정한 자치권이 인정되지만 한국인 보호구역은 자치권이 없습니다. 사실상 DMZ 즉 비무장지대의 확대 개념으로 준 군사지역입니다.
한국인 보호구역 KMZ는 Korean-Mendering Zone의 약자로 엄밀한 뜻으로는 손상된 한국인의 유전자를 수리하거나 복원하는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DMZ와 다른 점은 이곳이 무장지역이라는 점입니다. 범위는 수도권을 제외한 남한의 모든 지역이 이에 해당됩니다. 옛날에 지방 또는 농어촌이라 불리던 지역입니다. 말하자면 오늘부터 수도권 바깥 지역은 모두 군사지역이 되는 것이며 남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거대한 군사작전이 오늘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반도 주변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큰 것만 들면 우선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국 양쪽의 평화조약 체결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점령을 끝까지 외면했으며 우리나라는 중립을 지켰습니다. 대만은 중국에 점령당했으며 결국 반도체를 비롯하여 모든 산업을 중국이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와 중국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현재는 휴전상태입니다. 필리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이 중국과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인 적이 있으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군사적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전쟁의 여파로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했습니다. 전투에서 작은 핵배낭을 터트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구 인구는 대규모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50억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입니다.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은 잘 피했지만 인구는 계속 감소해서 작년 12월 현재 겨우 2,000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북한 지역은 4,500만 정도였습니다.
2020년대와 비교해 보면 남북한의 인구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시 남한이 5천 만, 북한이 2천 만이었습니다. 북한은 2050년대부터 인구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남북한 사이에 통일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북한은 10년이던 군인 복무기간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였습니다. 결혼을 하면 제대를 시켜주고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현재 북한은 앞으로 50년에 걸쳐 인구 1억 명을 목표로 출산 장려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정치가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남한에서는 통일에 대해서 반대 여론이 많아지고 다양한 보완 장치가 논의되어 왔습니다. 일단 남북한의 완전한 결합은 뒤로 미루어지고 남북한 연합정부보다는 자치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연합정부가 창설되고 지금까지 20여 년이 경과되었습니다.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던 K-out이란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K-Die out로 '한국인이 멸종되다', '죽어 없어지다', '사멸되다', '단절되다', '대가 끊기다'는 의미입니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약해지지 않는 한류의 영향력을 비꼬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분명한 현상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많은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해서 안 낳는 것이 아니라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즉 K-out은 K-불임의 다른 표현입니다.
한국인들이 아이를 못 낳게 된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주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060년대에 발생한 산둥반도 원자로 폭발사건 때문에 수도권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었다.
2. 무분별한 일본의 농산물, 해산물의 수입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생리기능이 피폭을 당했다.
3. 전 세계적인 조사를 보면 한국인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
4. 수도권에 한국인 대부분이 몰려 살고, 그 안에서 극심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 50층 이상 되는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거문화가 한국인의 번식 능력을 저하시켰다.
6. 한국인들의 지속적인 출산 회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었다.
7. 주변국에서 흘려보낸 미지의 바이러스에 수도권 한국인들이 감염되어 생식능력을 잃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민 정책을 통해서 인구를 늘리려고 했지만 그 정책은 실패하였습니다. 현재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1,500만 명이며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나머지 100만 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이며, 임시 거주 외국인이 300만 명입니다. 이들은 단기 비자를 소유하고 입국하여 2, 3년 정도 기업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근로자들입니다. 나머지 100만 명 정도는 불법 입국자들입니다. 이 모든 숫자를 합하여 2천만 명 조금 넘습니다. 인구 감소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순수 한국인은 1,000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통계청이 발표하였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국방입니다. 현재 정규군은 남자 5만 명, 여자 5만 명입니다. 2040년부터 여성 군복무가 의무화되었습니다. 군 복무기간도 3년으로 늘었습니다. 남북한 연합이 탄생된 뒤에 이들 정규군은 거의가 북한군과 함께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에 배치되었습니다. 극히 일부가 남북평화군이라는 이름으로 DMZ에 배치되어 남북한 주민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 통제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에서 여러 차례 반납을 요구했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된다는 것을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국 정부가 예비군 부대를 별도로 창설하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이것을 근거로 한국 국방부는 제77군단과 제88군단을 한국군 내부에 창설하고 남자 10만 명, 여자 10만 명을 별도로 모집해 이들 군단에 소속시켰습니다. 77군단이 남자 5만, 여자 5만, 88군단이 남자 5만, 여자 5만입니다. 이들 20만 군대는 한국 국방부가 작전권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갖는 작전권은 남북 연합군 전체로 보면 아주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군은 이 때문에 한국에 10만 명 규모의 병사를 추가 파견하였으며, 그들의 주둔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한국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협약하였습니다.
10만 명의 미군 부대는 KMZ, 즉 한국인 보호구역(이하 보호구역이라 부름)에 주둔합니다. 20만 명 규모의 77군단과 88군단도 이 지역에 주둔합니다. 결국 수도권 외 지역에 30만 명의 병력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 때문입니다.
현재 보호구역에 한국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30여 년 전 인구가 3천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때부터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지방의 기업체, 자치단체 그리고 주민들 거의 모두가 사라졌습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정도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주택, 건물, 기간 시설 역시 폐허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백 지역에 들어선 것이 대규모 영농업체와 제조업, 물류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외국인 임시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 외국인들이 300만 정도이며 지방의 주민들입니다. 100만 명 정도가 불법으로 이들 중에 섞여 있습니다.
이들 외국인들은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이들은 임시로 거주할 뿐입니다. 만약 영주권을 주면 바로 수도권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수도권에 사는 한국인들처럼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인구는 여전히 줄어들 뿐입니다. 그동안의 이민 정책이 실패한 이유입니다. 이민 정책이 실패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출신 지역별로 나라별로 한 곳에 모여 삽니다. 지방 전체에 약 100개의 외국인 정착촌이 있습니다. 작게는 1만 명 단위 크게는 10만 명 단위의 정착촌도 있습니다. 서해안 지역에 주로 있는 중국인 정착촌은 대개 자기 고향별로 모여 삽니다. 동해안 지역은 러시아인 정착촌이 많습니다. 남해안은 일본인 정착촌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만, 필리핀, 베트남, 태국, 미얀마, 인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등 수많은 외국인들이 반독립적인 정착촌을 형성했습니다. 일부는 자치권을 획득했으며 일부는 투쟁 중입니다.
외국인 정착촌의 현실은 우리 정부의 외국인 이민 정책이 완전히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인 정착촌 연합과 일본 정착촌 연합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본국에서 비밀리에 무기 공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있었을 때도 중국인 정착인들과 베트남 정착인들 사이에 유혈 충돌이 있었습니다. 임시로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전혀 버리지 않고 한국인으로서의 동질성을 조금도 느끼지 못합니다. 심지어 한국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도 자국 사람들이 모여사는 한국 내 정착촌과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착 외국인들은 서로 간에 극도의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의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제77군단과 제88군단이 각각 10만 명 규모로 창설된 것은 이러한 국내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대응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현재 외국인 정착촌에 대해서 마음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음으로 양으로 자기 나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한국 내에서의 다양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어차피 한국인들이 앞으로 30년에서 50년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항의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77군단과 88군단은 오늘부터 큰 임무를 두 가지 부여받게 됩니다. 하나는 외국인들 상호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일이며 또 하나는 한국인 재생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