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오 2-1. 스스로를 칭찬하다

이탁오의 생애와 사상

by 임태홍

이탁오는 어떤 사람일까요? 『분서』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비꼬는 글이 있습니다. 제목은 「자찬(自贊, 스스로 칭찬함)」(권 3)입니다.


“그 성격은 편협하고 성급하다. 얼굴 표정은 우쭐하고 자만하며, 그 말투는 천박하고 비속하다. 그 마음은 미친 듯하며 바보 같기도 하다. 그 행동은 경솔하고, 교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누구든 보는 앞에서는 친근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하지만 평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그 사람의 단점 찾기를 좋아하고 그의 장점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단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사람과 관계를 끊어버리고, 또한 평생 그 사람을 해치려고 한다.”


‘그 성격은 편협하고 성급하다.’ 이 말은 자신의 성격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의 말투가 천박하고 비속하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자신의 속마음 솔직히 드러낸 것입니다. 심지어 그는 어떤 사람을 미워하면 그 사람을 해치려고 한다는 자신의 위험한 성격까지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자신에 대한 ‘칭찬’을 이어갑니다.

“속마음은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추구하면서도 스스로 자기는 백이⋅숙제라고 하고, 본바탕은 원래 『맹자』에 나오는 제나라 사람처럼 비열하고 가식적이면서도 스스로 자기는 도덕군자라고 생각한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주(周) 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공격한 것을 비판하여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없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처럼 이탁오도 스스로 절개가 있음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자기 속마음은 다르다고 비판합니다.


또 『맹자』(이루하, 離婁下)에 나오는 제나라 사람이야기를 빌려 자신이 비열하고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비꼬았습니다. 맹자에 나오는 제나라 사람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항상 부귀한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었다고 가족들에게 거들먹거렸는데 나중에 가족이 몰래 뒤를 따라가 보니 사실은 남의 제사 집을 돌아다니면서 구걸하여 먹고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없으면서 집에 오면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위선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이탁오는 ‘칭찬’이라는 단어로 자조하였습니다.


그는 또 이렇게 자기를 소개합니다.

“분명히 하나도 남에게 주는 것이 없으면서도 유신(有莘)을 입에 담고, 분명히 털 한 오라기도 남을 위해 뽑아주지 않으면서도 양주는 인(仁)을 해친다고 한다.”


‘유신(有莘)’이란 은나라의 고명한 신하 이윤(伊尹)이 은거했던 땅을 말합니다. 이윤은 은나라를 건국한 탕왕(湯王)에게 발탁되기 전에 유신 땅에 은거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탕왕을 도와 하나라의 폭군이었던 걸왕을 제압하고 은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웠는데, 그는 의가 아니고 도가 아니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남에게 주지 않았고,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탁오는 원래부터 자신은 남에게 지푸라기 하나라도 줄 생각이 없었는데 입으로는 이윤의 이야기를 들어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는 것입니다.


양주(楊朱)는 전국시대 사상가인데 “내가 털 한 오라기를 뽑아서 천하에 이익이 된다 할지라도 나는 뽑아주지 않겠다.”(『맹자』진심하)고 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인 것이지요. 이런 양주를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仁)을 해친다.’라고 이탁오는 비판하였는데 사실은 그 자신도 속마음은 양주와 매한가지라고 비판합니다.


“걸핏하면 세상 모든 것과 어긋나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음속 생각과 전혀 다르다. 사람 됨됨이가 이와 같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한다. 옛날에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아직 나쁘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는데,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아직 괜찮단 말인가?”

『논어』(자로 편)에 자공(子貢)과 공자(孔子)의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자공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아직 좋다고 할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자공이 또 이렇게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면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아직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마을 사람 중에 선량한 사람이 좋아하고 선량하지 않은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 제일 낫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또 어떤 말을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백이면 백 모두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입니다. 착한 사람들 대신에 어떤 일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잘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지요.


이탁오는 스스로를 평가하기를 사람 됨됨이가 아주 못됐고, 하는 말은 자기 마음과 달라서 겉으로만 남에게 좋게 꾸며대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이런 사람인데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아직 나쁘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공자가 한 앞의 말만 가져와 자신을 비꼬았습니다. 더 나쁜 경우도 있는데 자기 자신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탁오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남한테 보여주기 전에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쓴 글이지만 자신을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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