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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Dec 25. 2023

엄마를 찾아온 아기고양이

시골고양이 금순이 이야기

아기고양이 몽골이는 겁쟁이지만 호기심이 많습니다.

몽골이 엄마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시골고양이입니다. 몽골이를 낳고 한 달쯤 뒤에 몽골이를 분가시켰습니다. 그것은 결국 실패했지만 첫 번째 몽골이의 분가 시도였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몽골이와 숲 속에서 이틀 동안 함께 지내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11월 7일경 날씨는 영하로 바뀌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모스는 이미 꽃이 떨어지고 노란 국화꽃도 마지막 꽃봉오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즈음 저는 추위가 더 깊어지기 전에 텃밭으로 넘어오는 대나무를 쳐내기 위해 대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금순이가 대나무숲 앞에서 막아서며 하악거립니다. 


평소에 하우스 바깥에서 금순이는 저에게 별로 하악거리지 않습니다. 제가 다가가면 금순이는 피해서 도망가니 하악거릴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제가 대나무숲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금순이는 그 앞에서 하악거렸습니다. 저는 그것을 무시하고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빽빽이 자란 대나무를 잘라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몸을 돌려 도망갑니다. 꼬리를 보니 몽골이 꼬리입니다. 몽골이는 엄마에게 검은색 털을 받았고 알 수 없는 아빠 고양이에게 노란 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몽골이 몸은 온통 검은색과 노란색 털로 덮여 있습니다. 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웬일인지 몽골이는 엄마가 버린 곳을 떠나 다시 하우스 가까운 곳의 대숲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그것을 알고 제가 그 대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던 것입니다. 그 뒤로 저는 가끔 대숲으로 가 일을 했고 엄마 고양이 금순이는 그때마다 저를 막고 하악거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몽골이 엄마는 제가 대숲으로 가는 것도 막았지만 몽골이가 하우스로 돌아오는 것도 막고 있었습니다. 몽골이는 대숲 안에서 먼 곳에 있는 엄마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운 엄마입니다.


며칠 뒤, 오후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집 주위 어딘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날카로운 비명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는 생쥐가 찌익찌익 소리 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날카롭고 높은 고음의 소리입니다. 이런 소리는 상당히 멀리까지 퍼집니다. 어디서 나오는 소리지? 하고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살펴보았습니다. 패널로 만든 창고 아래에서 그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저를 막아서며 금순이가 하악거립니다. 창고 안에서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멈췄습니다. 제가 뒤로 물러서니 금순이는 하악거림을 멈췄고, 건물 안에서는 다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몽골입니다. 몽골이는 평소에 그렇게 소리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하우스 안에서 항상 조용히 눈치를 보며 없는 듯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무서우니 엄마가 빨리 구해달라는 것이었겠지요. 


어찌 된 일인지 몽골이는 건물 안쪽 바닥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 건물은 바닥이 판자로 덮여 있고 그 아래에 흙바닥이 있습니다. 가끔 쥐새끼들이 그곳으로 들락거립니다. 그것을 막느라고 철망을 건물 바닥에 설치해 놨는데 그 망을 비집고 건물 바닥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어딘가에 있는 쥐구멍으로 큰 쥐를 쫓아 들어갔는데 들어간 구멍을 못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몽골이는 아마도 안에 들어가 거기에 있는 쥐새끼들을 잡아먹었을 겁니다. 쥐를 잡아먹고 돌아 나오려는데 구멍을 못 찾아 당황해서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 고양이는 바깥에 조용히 앉아서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고만 있습니다. 사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안에서 아기 고양이는 엄마가 옆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크게 울어댑니다. 그렇게 울다가 굶어 죽어도 엄마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그저 바깥에서 조용히 앉아있을 뿐입니다.


저는 창고에 들어가 마루 바닥 한쪽을 뜯어보았습니다. 마루는 이중으로 되어 있고 짐들이 쌓여있어 몽골이가 있는 곳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날은 이미 저물고 방법이 없어서 다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여전히 건물 한쪽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더 처량하게 울어댑니다. 내 새끼라면 목숨을 걸고 그 건물을 뒤집어서라도 몽골이를 구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몽골이가 공포를 이겨내고 침착하게 자기 살 길을 찾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며칠 지나면 굶어서 몽골이 몸이 더 홀쭉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좁은 쥐구멍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고로 쫓아갔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습니다. 바깥에 앉아 있던 엄마 고양이도 거기에 없습니다. 몸을 돌려 하우스로 가봤습니다.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 몽골이가 거기에 같이 있습니다. 몽골이를 보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보고 싶었던 얼굴입니다. 몽골이는 얼굴이 커다란 동그라미입니다. 그 동그라미의 1/2 아래 지점에 두 개의 작은 동그라미가 있는데 그것이 눈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더 작은 동그라미가 하나 있는데, 몽골이 입입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면 놀란 몽골이 눈은 더 똥글해집니다. 그리고 몸이 굳었다가 정신이 번쩍 들면 낡은 침대 아래로 들어가 숨는 것이 몽골이의 평소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침대 아래가 아니라 자기 앞에 있는 엄마 품속으로 깡충 뛰어듭니다. 그리고 커다란 머리를 엄마 품에 집어넣고 엄마 젖을 힘차게 빨기 시작합니다. 숲 속에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잊지 못한 엄마의 품입니다. 배가 고플 때 더 생각났던 엄마의 젖입니다. 몽골이에게 이 세상은, 그리고 저는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습니다. 죽을 만큼 무서운 것을 몽골이는 보았고, 경험했습니다. 몽골이는 그만큼 더 성장했고 엄마의 품이 얼마나 위대한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품이 바로 앞에 있는데 어디로 도망을 갑니까? 언제고 떠나기 싫은 엄마의 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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