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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Jan 19. 2024

사는 것이 힘들 때 얀테의 법칙

능력 있고 잘 나가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크게 보면 이런 친구들이 많습니다. K-pop이나 영화, 드라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커다란 명예와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기업 단위로 생각해 봐도 삼성, 현대, LG, SK하이닉스, 한화 등 세계를 상대로 수조, 수십 조씩 벌어들이는 기업체가 수두룩합니다. 덕분에 거기에 못미치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고단할 때가 많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의 스타들은 한번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나면 그 명성을 10년, 20년씩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기를 얻어도 몇 년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서 스타들의 노력과 경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기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용히 국내에서 확보된 이익을 바탕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크게 되면 제2의 삼성, 제3의 현대가 되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사업확장을 시작합니다. 삼성이 반도체에서 저렇게 성공했으니 우리는 배터리다, 우리는 방산 무기다, 우리는 바이오다, 우리는 로보트다, 우리는 신소재다 등등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립니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과 경쟁이 성공한 그들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공을 꾀하는 보통사람들에게도 그런 정신과 강박관념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마치 유행병과도 같습니다. 수많은 성공자들과 엄청나게 많은 실패자들이 함께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곳입니다. 숨 막히는 경쟁과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심지어는 천대와 멸시가 우리 사회의 기본 룰입니다. 정부도 정치가들도 언론도 성공한 사람들만 바라봅니다. 사실 그들은 전 국민의 5%도 안된, 극소수 사람들인데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특별한 사람으로 자라왔습니다. 부모님이 말합니다. "너는 넓은 바다에서 용왕님이 데려다준 아이란다." "너를 낳을 때에 동산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뛰쳐나오는 꿈을 꿨단다." "큰 꿈을 꾸고 스스로를 믿어라." "온 천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세상의 빛이 되어라."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해라." "남보다 앞장서서 리더가 되어라. 용기를 가지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워라."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녹녹지 않습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나에게 찾아올 행운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주위에 그런 어려움을 뚫고 철인적인 인내심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죽을힘을 다해 따라갑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힘이 들 때 조용히 읽어보고 마음의 위로를 삼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얀테의 법칙이라는 북유럽 사람들의 교훈입니다.


첫째,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둘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셋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다. 

넷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섯째,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섯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일곱째,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잘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마라.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마라. 

아홉째,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열 째,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마라.


노르웨이의 작가 악셀 산데모세가 쓴 소설 <도망자>에 나오는 보통 사람들의 10가지 행동 규칙이라고 합니다. 북유럽의 나라들은 행복지수가 상위 10위권 안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137개국 중 57위라고 합니다. 잘 사는 나라(OECD) 가운데에서 최하위 바닥권입니다. 그러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빈부격차가 OECD 나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심리적, 문화적인 요인이 더 큽니다. 문화적 요인이란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얀테의 법칙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얀테의 법칙을 천천히 읽어보면,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경쟁에서 뒤처져도 마음의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그 결과물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 나쁜 일을 보고 너무 내 일처럼 흥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똑똑하지도,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다 나 만큼은 압니다. 그러니 중요한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설사 직책이 과장, 국장, 사장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남들이 생각한 처럼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가끔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남을 가르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그런 자격도 의무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이 나를 주목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며 내가 설사 세수도 하지 않고 헐렁한 츄리닝에 꾸질꾸질한 가방을 메고 거리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나 자신은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마음을 놓고 살다가 또 경쟁심이 불타오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가끔은 미친 듯이 어떤 일에 몰두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친구들을 따라서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좋아서 할 뿐입니다. 이렇게, 얀테의 법칙을 되새기면서 스스로의 행복지수를 높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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