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수틸레사, 왜 이렇게 잘 팔릴까?

부담스럽지 않은 향을 찾는다면, 로에베(LOEWE)만의 서정을 권합니다.

by 퍼퓸그라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였던 로에베(LOEWE) 하우스. 향수 트렌드에 우디(woody) 바람이 불며 대표 라인인 ‘001’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 두 가지의 향수 중 '001 맨'은 머스크, 샌달우드, 라벤더 노트가 부드럽게 섞인 모던한 향이고, '001 우먼'은 포근한 샌달우드에 바닐라와 코코넛이 어우러져 비교적 달콤하다. 맨과 우먼, 붙여진 이름과 상관없이 젠더리스 향수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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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의 투명한 유리로 만든 반듯한 보틀에 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린 원목 뚜껑은 미니멀한 디자인이 줄 수 있는 감성을 가장 섬세하게 담아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과 향기, 감정을 향수에 담아내는 로에베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면 향과 보틀이 딱 맞아떨어진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튀지 않는 요소들을 한데 모아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로에베의 능력이다. 내추럴한 원료와 향의 분위기, 이 향을 입을 사람의 개성을 고려한 보틀 컬러로 제품마다 원료, 향, 분위기, 스타일링을 매치해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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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에 색이 있다면 어떤 색일까? 신선한 공기를 떠올리면 연녹색의 산뜻한 컬러가 떠오른다. 울창한 나무가 내뱉는 숨으로 순수하게 차오른 생명력. 푸르고 쾌청한 풍경에 달콤한 열매와 자그마한 꽃봉오리를 더해 아이레(AIRE) 라인의 ‘수틸레사(SUTILEZA)’라는 향수에 담아냈다.


로에베 향수를 널리 알린 일등 공신 ‘수틸레사’. 수많은 프루티 플로럴 향수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비결은 바로 은은함이다. 강한 향취에 지친 사람이나 복잡한 향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원한 배와 상큼한 청사과, 청초한 은방울꽃을 부드럽게 담아내 거부감 없이 맑고 산뜻하다. 청량한 느낌이 마치 고급스러운 샴푸 향 같아 깨끗하고 향기로운 이미지를 덧입기에도 제격이다.


로에베 향수의 공통점이다. 어렵지 않지만, 단순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향기. 사과나 배 향을 모를 사람이 있길 한가, 집마다 쓰는 제품이 달라도 ‘샴푸 향’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예상 못 할 사람은 없을 거다. 누구나 알 법한 향을 그들만의 감성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냈다.


로에베는 클래식하고 세련된 향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에센시아(ESENCIA)’ 라인을 살펴보자. 짙은 녹색의 보틀 컬러가 마치 뿌리에 가까운 풀의 색을 닮았다. 실제로 흙과 맞닿은 식물의 향을 패츌리, 베티버로 표현했다. 파인애플로 에너제틱한 스킨 향을 더하고, 로에베 특유의 우디 어코드로 밸런스를 잡는다. 자기관리를 즐기는 깔끔한 수트 룩의 남성이 어울리는 단정하고 차분한 향으로, 이 향에서도 로에베는 어김없이 자연의 진정성과 부담스럽지 않은 개성을 담아냈다.


지구에 향기가 있다면 포근한 흙 내음을 기반으로 온갖 생명력을 끌어안는 너그러움이 느껴질 것 같다. ‘어스(EARTH)’는 이름 그대로 흙과 물,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꽃과 사람이 그려진다. 살냄새처럼 머스키한 앰버 향 위로 잔잔하게 느껴지는 미모사와 바이올렛이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편안함을 선사한다. 잘 가꾸어진 따뜻한 자연의 향 그 자체로, 어떤 계절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로에베 하우스의 정서를 사랑한다면 빠트리기 섭섭한 향.


자연 속에 살면서도 자연을 닮은 향에 매료되는 인간의 감각은 참 재미있다. 자연은 가장 오래된 진부함이자 가장 설득력 있는 반복 아닌가. 계절은 늘 돌아오고 해는 매일 뜨고 지고 꽃은 봄마다 피는데, 우리는 그걸 보고 매번 감탄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인데도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리는 안정을 느끼고 어떤 순간엔 경이로움까지 느낀다.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향, 다시 꺼냈을 때 더 깊게 다가오는 향은 마치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든든하다. 계절마다 다시 피는 꽃의 새삼스러운 감동처럼 로에베의 향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새로운 감격을 선사한다. 익숙함 속에서 특별함을, 단순함 속에서 깊이를 발견하게 하는 힘. 로에베의 향기는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취향이 된다.(사진 출처=로에베 공식 홈페이지 외)


Editor. Sonior

향수 브랜드 에세이를 기록합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향수는 퍼퓸그라피 공식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