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향수 '노운 언노운(nownunow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전 세계 수만 개의 향수를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데이터의 공백'.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2년 차 향수 전문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글로벌 조향사 마크 벅스턴과의 협업부터 'K-브랜드'에 대한 발칙한 정의까지, 퍼퓸그라피의 집요한 데이터가 빚어낸 브랜드 '노운 언노운(nownunown)'의 탄생 비화를 공개합니다.
'노운 언노운(nownunown)', 이 브랜드를 통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갈증은 무엇이었나요?
일명 ‘호드백(호감+피드백)’이라고 하죠. (웃음) 우선은 뿌렸을 때 나 스스로 기분이 좋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향기 좋다'는 기분 좋은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장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만족감을 채워주고 싶었거든요.
6가지 향 중 가장 '호드백'이 많은 제품은 무엇인가요?
‘웻 포레스트'와 '이노센트'를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특히 웻 포레스트는 기획한 대로 아주 잘 뽑힌 향이라 더 애착이 가요. ‘비 온 뒤 숲 향’을 찾는 고객 니즈가 정말 많았는데, 조향 샘플을 처음 받아봤을 때부터 '아, 이거다!' 싶었거든요. 기획 의도와 결과물이 완벽하게 일치했을 때쾌감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조향사 마크 벅스턴(Mark Buxton)과 협업하셨죠. 글로벌 조향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려면 세계 최고들과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협업은 단순히 주문을 맡기는 OEM 방식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기획해서 하우스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논 OEM(Non-OEM)' 형태였습니다. 에디션 1번인 '웻 포레스트'의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선 마크 벅스턴이 꼭 필요했어요. 그의 하우스는 베티버를 정말 잘 쓰고, 알싸한 시트러스 계열에 독보적인 강점이 있거든요. 또 그 하우스만의 머스크는 굉장히 특별해요. 뽀얀 우유같은 비누 향과는 결이 다른, 마치 '쌀뜨물로 샤워한 뒤 피부에 남는 잔향' 같은 프레시함이 있죠. 제가 구현하고 싶었던 자연스러움과 완벽한 짝이었습니다.
마크 벅스턴과의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단순히 향을 만드는 걸 넘어 제조 절차 전반에 대해 정말 상세히 가이드 해줬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제가 어떤 의도로 이 향을 기획했는지 그 '의도'를 아주 깊이 있게 물어봐 줬다는 점이에요.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덕분에 밀도 있는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소통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미지 키워드부터 어코드, 향에 대한 설명 자료를 아주 상세하게 만들었어요. 그 기획서를 바탕으로 화상 미팅을 하며 세부 사항을 조율했죠. 깉은 맥락에서, 시각적인 부분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고집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예뻐 보일지 끊임없이 검증해야 했거든요. 구성원들에게 계속 묻고, 그 안에서 미적인 본질을 찾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한 버전을 계속 만들어 보면서 조형적인 완성도를 높여갔죠.
바틀 컬러가 굉장히 다채로워요. 컬러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6가지 향의 컨셉과 어코드가 워낙 명확해서 색상 범주는 정해져 있었어요. 다만 실제 생산했을 때 유치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이었죠. 마음에 들 때까지 컬러칩을 만들고, 제가 원하는 정확한 레퍼런스를 직접 떼어다 공장에 보내면서 하나하나 맞췄습니다. 고생스러웠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았어요.
로고 디자인도 범상치 않은데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나요?
한마디로 '시장의 룰에 맞서는 험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유럽 브랜드들이 정해놓은 전형적인 틀을 따르고 싶지 않았거든요. 절제되고 클래식한 디자인이 이미 공식처럼 굳어져 있지만, 저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트렌디하고 새로운 '멋스러움'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바틀 형태부터 표현 방식까지 노운 언노운만의 에너지를 담아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싶었죠. K-브랜드로서 증명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고요. 물론 위트만 쫓으면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여정'과 '세상의 대칭 원리'라는 철학적 뿌리를 로고와 바틀의 반사 구조에 녹여냈습니다. 상반된 것들이 마주 보고 합쳐질 때 비로소 완벽한 하나가 된다는 깨달음을 담은 결과물이죠.
대표님이 정의하는 'K-브랜드'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보통은 한옥이나 기와, 쑥이나 한라봉 같은 한국적 소재를 쓰는 걸 K-브랜드라고 생각하시잖아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K의 본질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는 '에너지' 그 자체예요. 한국만큼 빠르고 멋스럽게, 폭발적인 에너지로 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드물거든요. 노운 언노운은 그 에너제틱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발견한 인간의 욕망을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지극히 한국적이며, 이건 외국 브랜드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독창성이라고 확신해요.
요즘 향수 브랜드가 정말 많잖아요.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뭐라고 보세요?
첫째는 고객의 확실한 니즈, 둘째는 브랜드의 정체성입니다. 메시지가 패키지에 담겨야 하고, 패키지가 향기로 연결 되어야 하며,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까지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꽉 맞물려야 해요. 바이레도나 르라보가 그걸 정말 잘하죠. 중심이 흔들리는 카피캣들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고객으로부터 출발한 브랜드'로서 노운 언노운만의 무기는 무엇인가요?
세 가지입니다. 첫째, 1,500만 명의 데이터가 만들어낸 '서사'.
둘째, 기존 시장이 채워주지 못한 '빈 공간' 공략.
셋째, 제가 12년간 쌓아온 전문성이 필드에서 그대로 발휘된다는 점입니다.
노운 언노운이 추구하는 근원적인 철학, 'I AM'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가장 깊은 뿌리는 '모두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슬로건이 '향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여정'인 이유죠. 향을 통해 취향을 확인하다 보면, 결국 '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라고 나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와요. 태어나서 체험을 통해 나를 완성해가는 그 본질적인 과정을 브랜드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운 언노운이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남길 원하시나요?
한 시대의 문화를 선포하는 존재감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딥티크나 조말론처럼 트렌드가 변해도 늘 '멋있고 울림이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 그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Editor. Sonior, Jay
Photographer. 하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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