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늘은 제발 그 노란 반바지 말고 긴 거 입어. 어? 나 민망해 죽겠단 말이야.”
“노란 거 나름 귀엽거든? 그거 입고 달리면 차 지나갈 때 불빛 반사돼서 안전해.”
윤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머리를 질끈 묶는다.
나는 속으로 웃는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저녁을 대충 챙겨 먹고, 신발장의 운동화를 꺼낸다.
에어팟은 늘 그렇듯, 내가 먼저 나눠 낀다.
오른쪽은 나, 왼쪽은 윤아.
우린 무슨 약속처럼 K-POP의 빠른 비트에 맞춰 문을 나선다.
“우리 걸을 거야, 뛸 거야?”
“러닝! 걸으면 심심해. 좀 빨리 뛰어보자. “
오늘도 별로 힘든 일도, 특별한 일도 없는 하루였다.
다람쥐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선, 가끔 밤공기쯤은 들어줘야 숨통이 트였다.
햇살이 다 빠진 자리에 남은 바람을 맞으며, 동네 골목을 달린다.
이마로 바람이 부딪힐 때마다 내가 살아 있단 게 실감 난다.
윤아는 옆에서 숨을 헉헉 쉬다가 말없이 웃는다.
“방금 나온 노래 제목이 뭐더라…?”
“음, 스키즈 노랜데.. 소리꾼이었나.”
말은 무뚝뚝했지만, 나는 뛰는 와중에도 노래 제목을 기억해 두기 위해 애썼다.
플레이리스트에 확실히 담아두고 윤아와의 시간에 두고두고 같이 들어야지 싶어서.
사실 우린 그다지 대화가 아주 많은 자매는 아니다.
그럼에도.. 종종 이렇게 서로의 템포에 맞춰 뛰어주는 걸로, 그날의 마음을 전한다.
가끔은 달리다가 동시에 하늘을 볼 때, 같은 구름을 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우리는 땀에 젖은 티셔츠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도
괜히 서로를 쳐다보며 웃는다.
“언니, 내일도 달릴까?”
“응, 안 그래도 내일 저녁에 심심할 거 같았어.”
그건, ‘좋아서’라는 말의 다른 말이다.
우리는 꼭 그렇게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잘도 알아챈다.
그게 우리가 서로를 아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