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회사도 쉬고, 어른도 잠시 어린이가 된다.
애인과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 갔다.
샌드위치, 참외, 아메리카노가 담긴 텀블러.
돗자리를 펴고 앉은 자리 위로,
나무 그림자가 느릿하게 흔들렸다.
푸르다.
숨 막히게 푸르다.
올해 처음으로 ‘여름’이 왔다고 실감한 순간.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봄에도 나무는 있었고, 가을에도 있었다.
근데 왜, 여름의 나무만 이렇게 초록으로 기억될까?
참외를 한 입 베어물고 핸드폰을 켰다.
검색창에 적었다.
“여름 나무 초록 이유.”
답은 엽록소.
어릴 때 교과서에서 수없이 본 그 단어.
엽록소는 식물 잎 속에 들어 있는 초록색 색소다.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게 해주는 주인공.
햇빛 속엔 빨간빛, 파란빛, 초록빛이 섞여 있는데
엽록소는 그중 빨간빛과 파란빛을 흡수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초록빛만 흡수하지 않고 튕겨낸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그 남은 색, 바로 초록.
여름엔 햇빛이 길고 강하다.
그만큼 광합성도 왕성하게 일어나야 하고,
식물은 더 많은 엽록소를 만들어 잎을 꽉 채운다.
그 결과 초록은 더욱 짙고 선명해진다.
즉, 여름의 초록은 빛을 받아 살아내려는
식물의 전략이자 노력의 결과다.
빛이 강할수록 엽록소도 많아지고,
초록은 더 뚜렷해진다.
우리가 느끼는 여름의 짙은 녹음은,
식물들의 ‘바쁜 계절’이라는 뜻이다.
다시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 초록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건 단순한 색이 아니라
햇빛을 흡수하고, 살아내기 위해 만든 일종의 방어막.
고요하지만 치열한, 그런 색.
살면서 우리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시간.
빛을 흡수하고, 버티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계절.
그러니까 누군가 여름의 색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거다.
“초록.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들의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