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초의 문명 크레타 섬 .
내가 크레타 섬을 처음으로 방문한 때는 25년전 1999년 6월의 일이다. 6월19일 우리가 결혼한날 . 바로 다음날 우리 부부는 그리스로 떠났다. 세상은 넓다라는 프로그램에 여러번 출현했던 남편은 이번 그리스 신혼 여행 지역도 세상을 넓다 프로그램에 낼 목적이었다. 그래서 친한 카메라맨과 친한 후배를 포함 네명이 그리스 땅을 밟게 되었다.
6살 차이나는 우리 부부는 사실 서로를 잘 몰랐다. 6개월 사귀고 탱크 몰듯 다가온 남편의 구애에 넘어갔고 나는 결혼과 동시에 떠날 지중해 여행에 들떠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빠져있는 그리고 다른 생각 서로 못하게 서로에게 올인하는 관계가 좋았던것 같다.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 몇명의 동갑 친구들이 있었다. 나를 좋아해주긴 했지만 그들과 결혼은 먼 날의 일이었기에 친구 이상은 아니었다. 남편을 만나기 직전에 만났던 친구는 참 마음이 착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나에게 좋은 감정으로 다가와주었다. 화내지도 않았고 여러번 내가 거절 해도 다시 연락해준 친구다. 나에게 신의 지문이라는 책을 선물하면서 ( 어쩌면 반어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곳에 가는건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 왜였을까? 나는 언젠가는 남미 쪽을 가고 싶다. 바로 그 책에 나오는 그곳 말이다. 그 책 때문이었을까? 당시 나는 친구와 함께 이집트 전을 보러가기도 했다. 그러다 세상을 여행하다온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나는 해외 여행은 캐나다 여행이 전부였다. 아마 여전히 해외에 나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해외 여행이 로망일게다.
25년전에 내가 겨우 전시회때나 가본 이집트를 직접 가본 사람 . 나에겐 로망의 대상일수밖에 없다. 거기다 어찌나 말 소리가 또박또박한지 귀에 쏙쏙 박히는 말 소리에 나는 이미 마음이 넘어가있었다. 지중해를 가려면 6월이 좋다는 그의 말에 넘어가 나는 6개월만에 결혼을 하고 그의 말처럼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때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하지만 내 신혼 여행처럼 나는 아직도 그리스를 여행하는 여행가가 되어있다. 시작이 무엇이었는지가 그래서 그렇게 중요한가보다. 특히 성지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나는 남편을 찍는 피디가 되었고 간간이 그 프로에도 얼굴을 내비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성경뿐 아니라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독일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 이란등.선망의 대상이었던 남편이 방문한 모든 곳을 촬영을 위해 함께 다니고 있다.하고 싶다던 바램과 로망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겐 꿈꾸는 듯하다.
파도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라새아의 밤 .
라세아에서 미항을 바라보며
한시간 반만에 이스라엘에서 크레타섬에 도착했다.
차 렌트해서 2시간만에 북쪽 이라클리온에서 남쪽 미항까지 산남고 평야 건너 지중해 끝 바다까지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왔다.
크레타 섬 방문은 이번이 4번째다.
크레타 섬에 추억이 어려있다는 것도 꽤나 복된 일이다.
신혼여행때 가족 여행때 중부시찰 목사님들과 그리고 다시 우리 둘 .
새로운 곳을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추억이 서린 장소에 다시 오는 것도 색다름이다. 같은 장소나 올적마다 새롭다 ..오늘 달은 반달이다. 붉은 석양이 지니 점점 달과 별이 도드라진다. 지중해 해변이 이렇게 그림같다니 .. 한국 추석도 그립지만 이곳 크레타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본다.
라세아 민박집 집주인은 5년새 돌아가셨다. 우리가 코로나 바로 직전에 왔을 때만해도 만나본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오늘 도착하니 그 딸과 엄마가 맞이한다.
하룻밤 묵는다니 조금 꺼려한다. 하루치 방세로 세탁이며 청소하려니 버거운가보다. 그래도 우리가 이곳 단골이라고 하니 나이든 어머니가 방청소를 하신다.
몇분후 올라가 잠깐 인사하며 몇마디 나누다 보니 지금은 캐나다에 이민가 사는데 여름 한철만 와서 휴가를 즐기며 일을 하신단다. 더 깊은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랬다. 남편이 하던 가업을 남편 사후에 계속 이어나가시는듯하다. 이곳엔 그녀와 남편과의 잊지 못할 추억이 남아있으리라. 사무실 벽에는 아직 남편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곳 크레타섬은 지중해에서 5번째로 큰 섬이며 그리스에서는 가장 큰 섬이다.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라 할수 있는 곳 미노아 문명이 탄생한 곳이다. 그리스의 최고의 신 제우스가 태어난 곳이라하면 이 섬의 무게를 바로 알아차릴수 있을게다. 이 유명한 섬에 로마로 압송되가던 바울이 이곳 미항에 잠시 정박하였고 유라굴로 풍랑을 만나 말타 섬까지 쓸려가는 일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크레타 교회에 디도를 보내 교회를 굳건하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크레타에 디도기념교화와 디도의 유골이 남아있다.
특별히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의 묘비가 있는 곳으로 그를 사랑하는 많은이들이 찾는 곳이기도하다.
밤이 짙어지니 바람이 차진다. 자꾸 기침이 나는 걸 보니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선선한 바람이 좋고 고요를 깨는 파도소리가 정겹다. 이렇게 그냥 한밤을 지새고 싶다.
새벽녘에 잠이 깨어 일어나보니
달은 간데 없고 하늘에 수놓인 별이 유난히 밝다.
갑자기 윤동주의 별헤는 밤이 떠올라 인터넷 검색해봅니다. 딱 제 마음이다.. 그리움이 몰려오는 밤이다.
무슨 해석이 더 필요할까?
나는 안개가 걷히는 순간을 느꼈다. 꿈에서 깬듯한 그런 순간 ..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그 순간이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그리움 . 그 단어는 가장 우아한 단어다 . 모든것을 다 싸잡아 보자기에 싸서 담아둔 단어다 . 모든 추억 모든 감정을 다 융합한 단어 . 그래서 우리는 그리움이 몰려온다고 표현한다. 바람이 불어오듯 파도가 몰아치듯 .그리움이 우리의 가슴에 파고들고 호흡을 통해 내뿜어져 나간다. 마치 동굴안에 고여있던 물이 정기적으로 뿜어져 올라왔다 다시 가라앉는 bubble spring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