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한인들을 모시고 국경을 넘다가 어디선가 내 가방을 잃어버렸다. 혹시 이스라엘 버스에 놓고 내렸나 싶어 전화해 보니 없다는 연락만 온다. 워낙 이것 저것 신경쓰다 가방을 어딘가 놓고는 안가지고 온것이다.
요르단 국경에 놓고 왔을 가능성이 높다.
요르단 암만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 담아왔다 잃어버린 화장품과 잠옷을 샀다. 잃어버린다는건 새것을 다시 살수 있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옛것은 버리고 새것을 취한다. 거고취신 멋진 말이다. 가방도 필요했기에 다음날 아시아 마켓 건너편 현지 가게에 들어가 가장 큰 가방을 골랐다.
아시안 마켓에서 이것저것 고른 한식을 하나하나 다 넣으니 딱 맞다. 이거다 싶어 뒤도 보지 않고 사온후 인터넷으로 skip hop 상표를 검색해보니 영국의 유명한 갓난 아기 엄마들을 위한 아기 기저기 가방? 아닌가?
인터넷 중고 가격으로는 25불 가량 되는데 나는 15기니를 주고 샀다. 진품은 100불이 넘는다.
남편은 이것 저것 넣기 좋다며 매우 흡족해한다.
내가 보기에도 매우 튼튼하고 구석 구석 넣을곳이 많아 유용하다. 이걸 득템이라 해야할지 모르겠다만 피란중 꽤 유용한 가방하나를 얻은셈이다.
오늘 다시 벳샨 국경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가고 있다. 국경에서 놓고 온 녹색 가방이 아직 있을지 물어보려한다.
잃은 양을 찾아 헤맨 목동처럼 다시 물어보려한다. 물론 새것을 얻은 기쁨이 크지만 옛것을 찾는 기쁨은 더하리라 본다. 과연 있을까?
벳샨 국경에 도착하니 무슨일인지 이스라엘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스라엘을 빠져나오는 사람 들어가는 사람 늘 이스라엘 국경은 붐비고 있다.
한 남성을 만났다. 왜 이스라엘을 들어가는지 궁금했다. 부모님이 바트 얌에 사시는데 두 자녀가 방학이라 놀러온것이다. 러시아에서 조지아를 거쳐 두바이에서 암만 그리고 벳샨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로 들어가려하는 것이다. 텔아비브 근처 도시 바트 얌에 있는 어린 자녀와 부모님에 대한 걱정에 젊은 남성의 초조함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많은 아랍인들이 국경을 넘고 있지만 왜 넘는지는 묻지 않았다. 모두들 전쟁중에도 떠나지 않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것이다. 우리처럼 말이다.
국경세를 다 내고 경찰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이 가방을 놓고 갔는데 찾을수 있을지를 물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도착과 출발지 사이에 있는 경찰 건물로 안내한다. 정중하게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며 친절하다.
잠시후에 내 녹색 가방을 들고 온다. 만약 이스라엘에 놓고 왔다면 어떤 상황일지 아는가? 누가 놓고 간지를 확인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절대 만지면 안된다. 그리고 그 주위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모든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그리고 폭탄 제거 로봇이 가서 폭탄이 있을지 모를 가방을 향해 총을 쏘게 된다. 그리고도 이상이 없으면 그제사 가방 수색에 들어간다. 이스라엘에서 의문의 가방은 함부러 만지면 안된다. 그래서 요르단 국경에 가방을 놓고 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말이다. 가방 안에 모든것이 다 남아있는것을 확인하고 여권을 보여주고 이름쓰고 싸인하고 가방을 받아왔다. 역시 내것을 도로 찾은것에 대한 안정감과 기쁨에 마음이 평안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방공호 근처로 가라는 전화 문자 메세지가 울림다. 잠시후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데 어디로 숨어야할지 모르겠다. 광야의 집에서 방공호까지 가려면 5분은 걸린다. 광야라는 잇점은 전쟁중엔 꽤 이득이다. 모든 미사일이 하이파와 텔아비브로 집중되고 있다. 그래도 요격되어 공중에서 폭발되는 미사일의 흔적과 소리와 진동을 멀리서도 누낄수 있다. 하이파에 16살 소년이 크게 부상당한듯하다. 이스라엘은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