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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Dec 20. 2022

길 위의 사람들

바울의 에그나티아 길로 따라


#성지가 좋다 - 비아 에그나티아 | 로도리보스ㅣ이강근 박사ㅣC채널[성지가 좋다] 378회

https://youtu.be/ANWafwpB-wI

인생을 살다 보면 일어날 거 같지 않은 일들이 가끔 일어날 때가 있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들. 하지만 늘 갈망하는 , 그런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간절히 바라면 소원이 이루어지는가? 바라던 소망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보 오늘은 로도리보스 Rodolivos (Greek: Ροδoλίβος)  

에 숙소를 정하려고 해. 바울이 간 에그나티아 길이 그곳에 있어. 바울이 빌립보에서 아볼로니아까지 가는 길에 들렸을 장소가 바로 이곳이야.. 그곳에 가서 바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텐데... "


난생처음 들어보는 곳에 숙소를 정한다는 설렘도 있었다. 늘 성경에 나온 도시 이름대로 바울의 길은 빌립보 아볼로니아 암피폴리 그리고 데살로니카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미 우리는 네 번의 답사를 마쳤고 조금 다른 관점에서  로마의 에그나티아 길을 따라가며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보려 했다.


모든 만남은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가던 길에 오던 길에 우연히 간 장소에서 말이다. 성경에 언급된 장소 짧은 한 단어에 불과한 도시를 가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강을 건너기도 하고 산을 넘기도 하고 하룻길이 넘는 곳도 여러 날이 걸리기도 한다. 그 긴 거리를 가는 길에. 만났을 사람들과 지역들을 에그나티아 길을 걸으며 만나보았다. 그 길 위의 만남은 바울 사도가 디모데를 만나듯 루디아를 만나 세례를 주듯 , 모든 것이 천사들의 예비함처럼 이번 여정이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도리보스는 조용한 동네였다. 너무 조용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처럼 느껴졌다. 많은 집의 차양이 내려져 있어 빈집이 많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슈퍼 문을 닫았다 하고 동네 식당은 6시 이후에 문을 연다 하니 잠시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평점이 좋은 숙소였다. 이층 집을 민박집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집안은 넓어 소파와 침대 그리고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벽난로도 구비된 산장 같은 집이었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깔끔하고 정갈한 집이다.  6시쯤 식사도 할 겸 숙소에서 나와 차를 몰고 센터로 향했다.


정말 조용했다.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한 식당에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 모여 티비를 보고 있다. 왠지 터키에서 보던 그런 말방 같은 카페다. 대부분 소다나 맥주 등을 마시고 있다. 남편은 이런 분위기가 촬영하기 좋다며 영어도 안 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냥 모든 말에 네네 하신다. 그리스어로 예스가 바로 "네"다 .


이 카페는 매우 유서 깊은 곳이었다. 전쟁 이후에 생긴 곳으로 마을의 역사적인 사진들을 다 걸어놓고 있다. 사진 속 젊은 청년이 자기라며 손짓하시는 분. 이분이 내 아버지라며 웃으시는 분.. 이스라엘 키부츠에 갔을 때 느낀 그 기분이다. 동네가 한 키브츠처럼 서로 잘 알고 끈끈하게 서로 도우며 사는 그런 마을 말이다. 저녁이라 식사를 해야 해서 다른 곳에 가서 먹었지만 내일 다시 와서 이 말방에서 다시 영어 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여운을 남기며  나왔다.


다음날 아침 비가 온 궂은 날씨라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면을 끓여먹었다. 양배추 등 가져온 야채 넣어 끓이고 어제 저녁 너무 양이 많아 싸가져 온 샐러드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얼른 짐 정리하고 주위를 살피러 나갔다.


사도 바울이 지나간 에그나티아 도로라든지 사도 바울 기념교회를 찾고 싶었지만 딱히 원하는 소스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남편이 다시 중심 센터 그 카페에서 찾아보고 싶다며 어제 갔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써클을 도는데 남편이 한 분을 가리키며 저분 영어 할 줄 아냐고 한번 물어봐봐 한다. 창문을 내리고 내가 카메라를 든 상태에서 말을 건네려니 그가 우리를 보고 다가온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카메라는 원치 않는다. 수염과 머리를 길게 기른 모습이 범상치 않다. 마치 그리스 수도사 같은 얼굴이다. 이렇게 남편 조끼를 보더니 한국 사람이군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 아내도 한국 사람이지 한다. 설마 했다. 수도사 같은 분이 조크를 다하시네 생각했다.


집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한 여성을 데려 나오는데 동양인 같기도 서인 같기도 한 한 여성과 함께 나온다. 정말 한국인인가? 여성우리를 보더니 너무도 상기된 얼굴로 밝게 웃는다. 내 할머니가 한국인이에요. 아빠 쪽이 한국인 피가 섞었어요.  한국말은 전혀 못하고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본인도 너무 좋아서 남편과 사진도 찍으며 기뻐한다. 2년 전에 돌아가 아버지 사진도 보여주며 아버지가 유도 선수였다며 자랑한다. 신기했다 . 이 외진 곳에 살아가는 한국인 이라니.. 어떤 연고로 이곳에 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들어와서 차 한잔 하자는데 아 그렇게 좋을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외진 곳에서 이런 분을 만나다니.  다행히 영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이분들을 만나니 숨통이 트인다.

집은 2층 건물로 바깥에서 본 초라한 지배하는 달리 2층은 꽤


그녀의 이름은 엘렌 더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하지민 56세다. 그녀의 남편 이름은 요르고스 프라고스  (편하게 죠지로 부르겠다) 믿기 어렵지만 70다. 무려 나이 차이가 14살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여 나온 분으로  아버지가  한국인 할머니의 피가 섞인 반쪽 한국인이다. 그 옛날 만주 쪽에 사시면서 러시아 인과 결혼하여 사시다가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이주하셨나 보다. 엘렌은 어떤 이유에선지 묻진 않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스로 이주해온 분이다. 그리스엔 혼자 넘어온듯하다.

이미 30년도 넘은 시기에 젊은 나이로 이주해와서 따뜻한 남편의 보호 속에 그리스에 정착하게 된듯하다.

내가 엘렌 덕분에 이분이 우리에게 잘 대해 준다 하니 아니라고 우리 남편 참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다. 그게 마음에 전달된다.


시베리아 도서관에서 일했다는 엘렌은 이스라엘에도 란 키부츠에서 일이년 거주했었기에 히브리어도 조금 한다. 그리스어 영어 물론 러시아어도 가능하다.  


우리에게 마음을 연 두 부부는 내가 촬영을 해도 이제 전혀 거부감이 없다. 죠지는 자신의 서재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주 귀해 보이는 책장을 펼치며 고지도가 그려진 고대 책을 한 장 한 장 열어 보여준다. 그는 고대 그리스어로 읽을 줄 안다.

알고 보니 그의 삼촌은 수도사다. 한국에도 가본적이 있다는 그의 삼촌의 영향을 받아선지 그도 책이 많다. 역사 문학 지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한다.

에그나티아 길을 찾고 있다고 얘기하니 내가 그 고대길을 안다며 안내해 주겠단다. 오 주요 얼마나 고대하던 일인가


커피와 차를 마시고 바로 길을 떠났다. 처음에 교회터를 보여주겠다고 하여 곳은 비 온 뒤라 길이 질어 죠지의 차로 갈아타고 같이 다녔다. 차는 많은 낡아 보였다. 그래도 겉은 멀쩡하다. 산을 돌아 올라가려니 너무 멀다. 하는 수 없이 이 곳은 포기하고  에그나티아 길을 보여달라 했다. 다시 우리 차를 슈퍼 근처에 파킹하고  그의 차로 함께 이동했다. 그가 안내한 곳에는 로마 아피아 가도에서 본듯한 무너진 석조 건물의 뼈대가 그대로 남아있다.


얼마나 기쁘던지. 정말 로도리보스 산등성이의 한적한 마을에 로마가 만들어놓은 대도로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큰 돌로 깔아놓던 흔적이 남아 있는 에그나티아 길을 보여주었다. 양 옆으로 큰 돌의 윤곽이 잘 남아 있었다 역시 어느 책에도 없는 현지인만이 아는 그런 장소가 남아 있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를 인도했던 것이다.

우리는 값진 선물을 안겨준  이분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동네 음식점 바로 우리가 어제 갔던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간절히 기도하던 남편의 소망이 극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여러 대화중에 우리가 예루살렘에 산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무척 긴장하며 뭔가 굉장히 놀라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년 전 코로나 전에 이스라엘을 방문했지만 백신을 맞지 못해서 이제 여행이 어렵다고 했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뭔가 이스라엘에 오는 것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듯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매일 기적을 경험하며 살고 있어요.. 오늘도 내가 당신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우리가 만날 수  있었겠어요. 사실 우리가 그에게 더 감사한데 그는 뭔가 우리를 만난 것에 대해 굉장히 감격하는 것 같다.

드론을 날리는 남편이 신기한지 바라보고 있다

에그나티아 길에 남아있는 로마시대 건축물  이분들 아니었으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길이 질어  람께 이동했다

기념으로 그분들 집을 찍었다. 2층 집.. 땅도 많은 동네 유지다.

점심 접대.. 이스라엘에 없는 음식을 먹고 싶어 오징어를 시켰다. 그리스 오징어 구이 환상이다.


스티니 야마스. Good health

자신들이 직접 만든 포도주를 주며 건배를 한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꿀과 산에서 딴 차로 마실 식물을 한 움큼 봉지에 넣어준다. 우리를 언제 봤다고..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이렇게 환대해주다니..


그 옛날 바울이 선교하며 만난 루디아와 빌립보 사람들은 바울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마치 그 옛날 선교 여행을 다니던 2000년 전 모습이 우리의 만남 속에서도 이어지는듯했다. 그래서 그렇게 힘든 여중 가운데도 전도를 다녔고 그 다닌 지역에 편지도 써서 고마움도  표하고 계속 영적 교류를 이어나간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에서 만난 이들이지만 집안까지  들여 환대해주고 사랑을 주고 정을 주는 사람들.. 한 번의 만남이지만  평생을 두고 기억될. 그리고 다시 만나면 더 신앙적으로 깊어질 그런 만남이 그런 기적이 우리 삶에 일어나고 있다. 마치 2000년 전 바울의 기적처럼 말이다.



#성지가 좋다 . 로도리보스 



#성지가 좋다 . 로도리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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