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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Dec 19. 2022

예수님도 우셨나요? (그리스 집시마을을 다녀와서)

집시 마을을 다녀와서

하나님 오늘 저는 좀 울었어요 .

슬퍼서 운건 아니에요 .그냥 복받쳐 오르는 것이 있어 울었어요 . 마음이 먹먹해서 울었어요 .왜일까 왜일까.

이 밤  잠이 오지 않는 이 밤에 왜 울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


몇년 전에 터키에서  사역하시던 한 선교사님이 동네 청년의 칼에 찔려 돌아가셨어요 .우리가 마침 촬영 일정도 있던 터라 그곳에 돼지고기를 20키로 들고 위문 방문을 했어요 . 하나님도 기억하시죠? 돌아가신 분의 사모님과  아들 . 그리고 너무 놀라 일찍 태어난 갓난 아기를 보기 위해서요 .


그날도 처음에 저는 어떤 말로 위로해야할지 몰라 그저 바라보기만 했어요 . 마침 한국에서 오신  사모님의 어머니가 따뜻하게 밥을 차려 주셨죠 . 앉아서 밥을 같이 먹는데 사모님이 아주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거에요 . 저는 이 터키에 뼈를 묻으러왔어요 . 남편도 지금은 시댁에서 시신을 가져가시지만 나중에 다시 이곳에 남편의 시신을 모셔올거에요 .. 저는 다시 이땅에 선교 하러 올거에요.


너무 담담하게 말하는 사모님의 조용한 어조와 그저 손님이 와서 즐거운 듯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웃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말았어요. 오히려 사모님이 더 의아해 하는 눈치였어요 . 왜 우냐고 . 물론 사모님도 혼자 있으면 울거에요 아들도 돌아오지 않는 아빠의 존재에 슬픔을 느낄거에요 . 잠시 우리가 방문해서 잊은듯 보이는거겠죠 . 속으론 많이 아프겠죠 . 어쩌면 우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럴지도 몰라요 . 하나님 앞에선 많이 울겠다 싶어요 .


하지만  나는 현실을 알기에 . 아버지 없이 남편 없이 살아갈 젊은 새댁의 앞날이 평탄할리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순수한 그분의 마음에 울컥했나봐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 차라리 슬프다고 애통하다고 울고  살인자를 증오해야하는 것이 맞는데 말이죠 .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 당신이 원수도 사랑하라 하셨기 때문에요 . 터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왔기에  원수를 미워하지 못하더라구요 .. 너무 순수한 이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왔던거에요. .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저들을 용서하라.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일을 했는지 모른다고  그렇게 용서하는 듯했어요 . 그런데 아들은 어떨까요. 그 아들도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겠지만 아들에겐 어떻게 설명하죠? 그가 원수를 사랑할수 있을까요? 반항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가 원수를 사랑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단련과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가 필요할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아팠나봐요 .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와 아들이 겪어야할 고통의 시간때문에요 .


오늘은 마음이 아픈건 아니었어요 ..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오늘 그리스 땅에 사는 집시 마을을 다녀왔어요 .집시하면 곱추 이야기에 나오는 에스메랄다가 떠오릅니다. 춤잘추는 떠돌이 여인.. 집시하면 이탈리아에서 집시에게 소매치기 당했던 일. 그리고 겉으론 전혀 구걸할거 같지 않은데 구걸하는 여성들이 떠오릅니다.. 이미지가 않좋죠 .. 오늘 처음으로 그들이 사는 판자촌 마을을 다녀왔어요 .. 아 집시들이 이렇게 사는구나 .. 그리스인들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런데 그 집시들에게 교회를 세워두고 예수님을 전하는 한국 분이 있다니요 .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게 되었지요 ..


집시촌에 들어가기 전에 당부할 말씀을 주셨어요 . 집시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구요 . 그리고 그들을 보면 그냥 손 흔들어 웃어주라구요 . 사모님이 가르쳐준대로 마주보면 환하게 손 흔들어 인사를 했어요 ... 아 정말 화면에서 보던 난민들의 모습이었어요 . 판자촌에서 사는 ....


그렇다고 너무 가여워서 운건 아니었어요 . 사실 아이들이 너무 해맑아서 울었어요 ... 너무 아이들이 순수해서 울었어요 ... 사실 그래서 울었어요 . 그냥 눈물이 나는데 ... 그냥 숨기고 있었는데 .. 갑자기 사모님이 대표기도를 시키는 바람에 울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 아마 제 마음에 그런마음이 들었나봐요 . 내가 이들을 위해 해준것도 없는데 무슨 염치로 이들 앞에서 대표기도를 하나 하는 마음이 컸던것 같아요 .내가 무슨 낯짝으로 말이죠 ...


아 .. 어쩌면 말이죠 제가 하나님 앞에 갈 때에 그런 마음이 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내가 너에게 나의 양떼를 맡겼는데 너는 내 양을 잘 돌보았니? 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내가 이들을 위해 기도할 자격도 안되는구나 .. 어쩌면 저는 부끄러워서 울었는지도 몰라요 .. 하나님께 죄송해서 울었는지도 몰라요 .. 그들에게 미안해서 울었는지도 몰라요 . 그들이 소매치기를 하고 구걸하는 것을 비난하기만 했지 그들을 도울 마음이 내게 과연 있나 하는 생각요 .


막상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 아 그래서 이런 곳에 까지 선교사님들이 들어오시고 헌신을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미국 선교사들이 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 땅에 왔을 때

느꼈을 그런 감정을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그분들도 폐허의 한국을 바라보며 많이 우셨겠다 싶었지요 . 그래서 그 울음이 헌신이 되었고 우리 한국을 기독교국가로 거듭나 오히려 전세계에서 선교사를 보내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


한국 사모님이 공동체 일원이 하는 기도를 통역해주셨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전세계에교회가 세워지길 바란다는 기도에 놀랐어요 .. 아 이 구석진 장소에서도 세상을 바라보고 있구나 ... 그래서 놀랐어요 ..하나님을 통해 꿈이 보이고 있구나 해서요.


바울의 말씀처럼 낮은 곳에 처할지라도  내게 능력주시는 자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수 있다 하신 말씀처럼  ... 이들도 복음을 들고 간다면 전세계 어디로든 뻣어나갈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들도 변화될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 그 변화를 위해 30여년을 이 그리스 땅에서 사역하시고 한알의 밀알이 되어 복음을 전하시는 두 부부의 모습이 너무 감동이었어요 .. 이런 곳에서 사역을 하시다니요 .. 너무 위대해 보였지요 . 한두번 예뻐해줄순 있지만 같이 어깨동무하고 살아가기란 쉽지않기에요 ..


그래서 울었어요 .. 너무 감동이어서 ... 해맑은 웃음의 아이들과 그들을 품고 사역하시는 사모님 목사님이 너무 존경스러워서요 . 이 모든게 하나님 예수님 때문이라네요 .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요 .. 이게 너무 슬퍼설까요? 아니면 너무 기뻐서일까요?


선생님이 마지막에 아이들 공과공부후에 쥬스와 빵을 나눠줬어요 . 그런데 마지막에 저도 주네요 .. 일단 받았다가 다시 다른 꼬마에게 줬어요 . 예쁘지만 머리도 몇날며칠을 감지 않은듯한 그런 꼬마에게요 . 그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잘 받더라구요 .. 그런데 저 그 쥬스 마셨으면 또 울먹였을거에요 . 그냥 그랬을거에요 .. 그 깊은 감정은 말로 표현 못해요.   그냥 그냥 눈물이 나요 .


예수님도 그렇게 우셨나요?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나타나셔서 그를 통해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게 하셨군요 .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

너는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라 네가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 하시니"


저는 여전히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하고 이 땅을  떠나지만 제가 흘린 눈물 한방울 제가 드리는 기도 한마디로도 어린 새싹들이 자라나서  전세계 선교의 기둥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습니다. 언젠가 어떤 빙법으로든 도울  기회를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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