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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라엘 이영란 Mar 05. 2024

광야의 식탁

이스라엘에서 한국 음식 먹기

남편은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의례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함께 하게 된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또한 다양한 음식점을 가게 된다. 며칠전 내 생일에 예루살렘 성이 내려다 보이는 한 스카이 라운지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나와 아이들은 분위기가 좋고 음식 플레팅도 고급스럽고 무엇보다 맛이 좋아 천천히 음미하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 식당에 대해 그리 편안한 추억이 없는지 얼굴이 굳어진다.

“ 이곳은 대사관 직원들이 자주 와서 먹는 곳인데 늘 업무적으로 만나서 여기 오면 썩 편하지가 않아 “  누구와 만나는지에 따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  같은 장소에 같은 음식인데도 참 맘미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남편은 이런 고급 식당 보다 고기를 바로 사서 숫불에 구워 먹는 아랍 식당을 좋아한다. 요르단을 여행할 때도 좋은 식당 다 지나 허름한 현지인 식당에 들어가 제대로 닦지도 않아 보이는 허름한 식탁에 앉아 숯불에 갓 구운 요리를 사먹곤 한다. 값이 저렴하기도 하고 참 맛있고 무엇보다도 편하게 주문하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어 좋아한다.


지난번 그리스 산중마을을 들렀을 때 호텔 주인이 추천해준 식당에 간적이 있다. 그곳은 너무 깔끔헸고 약간 어두웠다. 고급 식당답게 코스요리를 시켜야하는 분위기였고 웨이터는 매우 깍듯했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불편했고 괜히 먹고 바가지 쓸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는 다시 나와 좀 밝은 분위기의 식당을 찾아 들어가보았다. 사람도 좀 더 많았고 분위기는 한층 더 가벼웠고 아늑했다. 웨이터는 밝았고 우리에게 음식을 고를 시간을 많이 주었다. 그리스에 가면 꼭 먹어야할 돼지 고기 요리를 시켜서 아주 편안하게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했던 것이 좋았다. 다 먹고 돈 아깝지 않은 곳 . 그런 식당이 최고다.


이스라엘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것중 하나는 음식이었다. 늘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 , 한국에선 가장 흔한 김밥조차도 내가 만들어 먹어야하는 이곳에서 나는  한국 음식이 너무도 그리웠던 적이 있다. 늘 오르던 생선도 이곳에서는 비싸기도 하지만 어떤 생선이 맛있는지 몰라 그 그리움이 더했다. 그래서 생선은 얼려 놓은 고등어만 사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 생선이나 이름을 찾아 가며 잘 사 먹곤한다.


몇년전 요르단 아는 권사님 집을 방문했는데 양고기를 된장에 푹 삶아 한국식으로 만들어 주었다. 남편은 개고기 같다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물론 요즘 나도 양고기를 오븐에서 푹 익혀 기름을 뺀 후에 된장국에 넣어 요리를 한다. 정말 맛있는 된장 양국이 된다.

예전엔 배추구하기도 어려워서 양배추 김치를 담궈 먹었는데  배추를 재배하는 키브츠 근처에 사시는 분이 사다 주시기도 하고 나도 직접 가서 사오기도 해서 이제는 두달에 한번 꼴로 배추 김치도 담근다. 왜 배추를 이렇게나 많이 생산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요즘 이스라엘인중에서도 김치를 담그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중국인이 많이 유입되어 그런듯하다. 배추는 히브리어로 크로브 씨니 즉 중국 배추다.

요즘은 중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인지 중국인들이 만든 두부가 인기다. 예전엔 좀 딱딱한 두부만 나왔는데 이제는 연두부 순두부도 생산되고 있다.  FTA가 생사된 이후로는 한국 식품들이 많이 들어와서 한국인들에게 히소식이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인들도 떡볶이를 알아서  고추장과 떡을 사서 만들어 먹는 이들도 있다. 스시집은 인구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시집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동양 음식에 대한 관심이 참 높아지고 있다.  지난번 모임이 있어 동양 음식점 을 갔는데 거의 대부분 종교인들이 와서 먹고 있다. 요즘 코셔 동양 음식점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돼지고기는 또 얼마나 사기 편한지 .  러시아인이 많은 피스갓제브에는 돼지고기 집이 2군데나 있다. 유대인들의 금기 음식이지만 20여년 전에 비하면 참 대담하게 돼지고기가 팔리고 있다.


며칠전 돼지고기를 사서 광야에 나가 모닥불에 큰 솥뚜껑을 얹어놓고 구워 먹었다.  물론 고기도 맛있었지만 위에 같이 얹은 신김치가 한몫했다.  오는 분들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일류 호텔 식당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베드로는 환상중에 유대인들이 부정하다 여기는 각종 네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이 있었다. 큰소리가 베드로에게 들리며 이것을 잡아먹으라 하신다.  그 소리를 들은 베드로는 주여 그럴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신다. 이미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베드로를 찾아온 가이사랴에서온 사람들과 함께 고넬로에게로 가서 말씀을 전하고 세례를 주게 된다.


이스라엘 땅에 살지만 어떻게 한국의 고향 맛을 잊을 수 있겠나 . 유대인들도 이집트에서 나온 이후 이집트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 타향에서   한국식으로 음식을 해 먹는다고 누가 정죄하리오 . 주님께서 축복하실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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