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추운 겨울이 되니 어느덧 수능이 끝나고, 고대하던 입시 결과가 모두 나왔다.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던 입시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1년 내내 꿈꿔왔던 시간이기에 열아홉의 나는 그동안 나의 욕망을 꾹꾹 담아 놓았던 버킷리스트를 꺼내보았다. 드라마 정주행하기, 찜질방에서 하루 자기,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배낭여행'.
그렇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낭만, 배낭여행. 나는 그런 낭만을 꿈꿔왔었다. 어릴 적부터 도전하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여행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낮선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것과 같았다.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로 멈췄던 '7인 7색'이라는 배낭여행 프로그램이 이번년도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이었다. 얼핏보면 "학교에서 가는 배낭여행? 그냥 편하게 여행하는거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일주를 하셨던 선생님은 그림자의 역할에 충실하신다는 것이 철칙이셨고, 비행기 티켓과 여행자 보험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것도 도와주지 않으셨다.
아무렴 어때, 이 소식을 듣자 마자 행선지는 듣지도 않은 채 무작정 선생님께 찾아가서 신청서를 받아왔다. 나는 신청서를 받고 나서야 이 배낭여행의 종착점이 중동인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행선지였으나, “중동”이라는 이 짧은 단어가 오히려 나를 더 설레게 만들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피라미드, 그리고 머나먼 타지와 배낭여행.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에 이보다 적합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가 중동인 배낭여행의 신청서를 내고,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하게 되었다. 여행은 18일, 약 3주간의 일정으로 20살과 21살로 이루어진 7명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비행기 티겟과 목적지였기에, 구체적으로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에 얼마나 머무를지, 어떤 지역에 방문할지, 어떤 것을 할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중동은 생각보다 더 미지의 세계였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나라여서 그런지 정보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다. 책을 찾아도,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국경을 넘는 루트도, 버스 운영 여부도, 확실치 않았다. 그럼에도 든 생각은..
여행 루트를 정해도 이대로 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그 미지의 세계, 우리가 한번 뚫어보자.
중동에 가기로 이미 결심했으니, 각오를 하는 수밖에. 친구들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우리는 있는 자료를 긁어모았고, 그렇게 우리는 이집트 1주일, 요르단 1주일, 이스라엘 1주일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비자부터, 각종 예방접종, 이집트의 첫 숙소 예약, 가방과 신발,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미지의 세계 중동으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