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그래 일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by 겸양

정주임이랑 어제 오후시간에 산책 나가서 커피를 얻어먹었다. 본인 과거 얘기랑 걱정되는 것들, 나도 이런저런 잡담하면서 돌아왔다. 내가 상담을 잘할 거라는 얘기도 듣고, 책에 관련된 얘기를 나눴는데 빌려주겠다고 해서 고맙기도 했고, 다녀오는 길이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 먹은 커피가 디카페인이라서 그날 잠은 잘 잘 수 있었는데, 퇴근 후 속이 더부룩 한지, 배가 부르다는 생각에 저녁은 와이프랑 야채를 삶아 먹었다. 잘 먹고 나서 잠깐 자전거도 타고 가족 다 같이 산책 나갔다가 바람이 차서 정말 잠깐 마트에서 애가 사달라는 고래밥 하나 사고 돌아왔다.


애 재우고 잠깐 게임이나 할까 싶었다. 그런데, 애 재우다 그냥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왜 그리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하던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와이프는 바로 스트레칭을 하라고 했고, 그러고 나니까 좀 났더라. 그리고 배가 아픈 거 같아 화장실에 앉아서 변을 봤는데 묽었다. 좋지 않았던 증거지, 그리고 얼굴 트러블이 났더라...


회사 와서도 오전 업무 보는데 속이 안 좋다. 이유가 뭘까? 야채가 덜 삶아졌나? 제대로 안 씻겼던 걸까, 좀 매운 걸 같이 먹은 게 문제였을까? 잘 모르겠다.


정주임이 어제 얘기했던 책 가져와 빌려줬다. 외근 나가서 차에서 10분 정도 본 거 같다. 꽤나 술술 읽혔다. 글쟁이가 글을 쓰는 것의 가치와 필요성, 방법 등에 대해서 설명한 건데, 글쟁이니까 설득력 있게 쉽게 잘 풀어쓴 게 은당 당연하다고 느꼈다. 잠시 책을 덮고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닐 수 있고, 내가 깊이 있게 또 편견 없이 읽은 게 아니라고 장담하기 어려워서 평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결국 글쟁이의 관점에서 글에 대해 쓴 거라, 한 편으로는 대중적인 내용의 글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효용성이야 인정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글을 쓸 필요는 없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복잡성을, 글을 쓸 수 있는 팔자도 감사한 것이지.


비단 글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러하다, 꾸준히 집중해서 실천해 나가서 얻을 수 있는 결실은 어떤 분야에서든 공통된 프로세스다.


그래도 영감이라고 할까, 일상을 면밀히 살펴보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에서는 좋은 트레이닝이 됨을, 굳이 그것이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나 역시 글의 유용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반성하고 성찰하는 삶에 글은 도움이 많이 된다. 생각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식별해 내는데 글만큼 효과적인 것은 드문 것 같다. 명상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 명상을 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연상하는 것도 결국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기 위해선 후속 작업으로 글쓰기가 좋은 거 같긴 하다. 이건 개인적인 체험이라 깊이 있는 명상의 결과와는 결이 다를 수 있다.


여하튼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속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혹시 내가 책 읽고 생각한다고 스트레스받아서 몸이 이런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그것 때문에 몸이 반응한 것이라면 나는 더 이상 이런 짓거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잠깐만 돌이켜 보니 그것 때문은 아니었을 테지만, 과거 학업 스트레스로 신체화 증상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라, 현재 하고 있는 공부와 기타 조금이라도 성장하고자 시도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면 내가 그것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잠깐 들었다.


모친의 건강이 좋지 않고, 옆에서 치료과정을 지켜봐 오는 입장에서, 또 내가 몸이 힘들 때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는 걸 수없이 겪어 오면서, 선후과정이야 어떻든 글을 쓰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생각이 들더라.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건 진리이다. 난 유물론자나 환원론자는 아니지만 물질을 기반해서 정신작용이 일어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깊은 영향을 주고받기에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육신을 고통을 승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보고 정주임이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조금 궁금해졌다. 블로그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글들을 썼을까?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발언을 오스카 시상식의 봉중호 감독을 통해 접했을 때, 친숙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어령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고

수많은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했던 말이 아닐까,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던 책에서도 데자뷔처럼 다가왔다.

지금 글을 중구난방으로 쓰고 있다. 쓰기 시작한 지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글쟁이는 이제 이 글을 다듬을 것이다. 불필요한 건 덜어내고, 연결을 매끄럽게, 깊이 있게 더 파고들어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시킬 수 있겠지... 나는 왜 썼을까?

그 글쟁이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원의가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음... 그래 생각날 때마다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써 놓고,


기회가 되면? 다시 정리해 보자.

시간이 지나서 읽는 자신의 글은 꽤나 낯설다. 그럼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잘 보인다. 가식적이지 않게, 쉽게, 같이 볼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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