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기'와 '참기'

왜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참을까?

by 겸양


"그날도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어겼어요. 예전 같았으면 참았을 텐데… 이번엔 그냥 터져버렸어요."
"난 왜 이렇게 화를 못 내는 걸까? 늘 참고, 참다가… 결국 나만 속상하더라고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은 너무 자주 분노한다며 괴로워하고, 화를 못 내는 사람은 늘 참고 삼키다가 자신이 무너진다고 말해요.

누가 더 잘하고 있는 걸까요? 혹은, 누가 더 건강한 걸까요?



화내는 사람 = 감정에 솔직한 사람?


화를 내는 사람들은 종종 "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솔직할 뿐이야"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죠. 감정을 억지로 누르는 건 몸과 마음에 독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솔직함이 ‘폭발’로 표현될 때, 그 화는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자기 안의 외로움이나 상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만 무시당하지?"
"왜 아무도 내 입장은 안 들어주지?"
그 마음 속엔 오래된 고립감이나 좌절이 눌려 있다가, 마침내 ‘화’라는 모양으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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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못 내는 사람 = 착한 사람일까?


한편, 화를 참고 참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착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억울함도 함께 느낍니다.
이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죠.
"화를 내면 관계가 깨질까 봐 무서워요."
"나는 다 괜찮은데, 다들 왜 그렇게 예민한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속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괜찮다'는 말이 사실은 자기 감정을 포기한 체념일 때가 많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피다 보니, 자신의 감정은 뒷전이 되어버린 거죠.
그리고 그 억눌린 감정은, 몸의 증상으로 혹은 자기비난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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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은 ‘터뜨림’도, ‘참음’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 조절을 ‘참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감정 조절은, 내 안에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선택하는 힘입니다.

화를 낸다는 건, 감정을 방치한 채 폭발시키는 게 아니에요.
참는다는 건, 감정을 무시하고 쓸어 넣는 것도 아니고요.
건강한 감정 조절은,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를 알아차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당신은 어떤 쪽이었나요?


혹시 당신은 화를 잘 못 내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화를 낼 때마다 후회하곤 하나요?

둘 다 괜찮아요.
그건 당신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온’ 흔적이니까요.
어릴 적, 당신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자랐을 수도 있고, 너무 혼자 감당해야 했을 수도 있어요.
화도, 침묵도 모두 그 시절의 생존 방식이었을 수 있어요.

이제는 조금 달라져도 괜찮아요.
화를 낼 수도 있고, 조심스레 말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을 다시 배워나가는 겁니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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