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왔을 때

감정 조절을 못하는 아이의 속사정

by 겸양

“엄마, 걔가 나 밀었단 말이야!”

현관문을 열자마자 울컥하며 말하는 아이.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고, 입꼬리는 분노로 바짝 올라 있다.
그럴 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누가 잘못한 거지? 우리 아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혹시 자기가 먼저 그런 건 아닐까?’

그런데 가끔은, 아이의 말보다 아이의 표정에 더 마음이 간다.
아직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속상함,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얼굴,
그리고 나를 믿고 달려온 그 마음.


우리는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왔을 때
“왜 또 싸웠어?”라고 묻기 쉽다.
하지만 정작 아이는 ‘무엇이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다.


어쩌면 아이는,
싸움을 한 게 아니라 자기를 지키려고 애쓴 것일 수도 있다.
상처받은 마음이 너무 커서, 말 대신 화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 순간엔 어른이 보기엔 사소해 보이는 감정이,
아이에겐 세상을 뒤흔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그 아이는 아직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중이다.
사람마다 언어를 배워가는 속도가 다르듯,
감정을 배우는 속도도 제각각이다.

감정.png

화가 났을 때, 속이 상했을 때,
어떤 말이 내 마음을 대신해 줄 수 있는지
우리 아이는 지금, 천천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오늘은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화가 많이 났구나. 엄마는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
“어떤 점이 가장 속상했는지, 천천히 말해줘도 괜찮아.”


정답을 빨리 말해주는 대신,
그 마음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 것.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인지도 모른다.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알아가는 중인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 옆에 잠시 머물러주는 어른.
그 둘 사이에 흘러가는 시간은
언젠가 아이에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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