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주영 Aug 06. 2024

둘째와 나

김주영

둘째도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낳았다. 20개월 차이 나는 첫째는 방금 전만 해도 없던 아기가 방에 나타나니 충격이 컸는지 꺽꺽 크게 울었다.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뱃속에서부터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자라 있었고 잔털이 많았다. 심지어 얼굴과 엉덩이 등에 얼룩점이 많았다. 피부도 새카맣고 마치 어느 외계 행성에서 온 것처럼 다른 모습이었다. 첫째를 낳아 기르고 있던 와중이라 형제이니까 비슷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나랑 동생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 편이었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첫째와 완전히 달랐다.


뱃속에서부터 발차기가 대단했던 둘째는 기저귀 갈 때도 발차기가 대단했다. 헉헉대며 손과 발을 허공에 가로지르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을 할머니께서는 둘째를 보며 대추 방맹이 같다고 말씀하셨다.


둘째는 정형외과 단골손님이었다. 높은 곳에서 뛰다 넘어져 팔에 깁스를 하고 스카이콩콩을 타다 발에도 깁스를 한 적이 있다. 머리며, 이마며, 눈썹을 꿰매기도 여러 번이었다. 늘 뛰어다니고 땀도 많이 흘릴 정도로 논다. 등이나 팔을 만져보면 파충류처럼 끈적끈적하다. 잠잘 때도 뽀드득뽀드득 이를 갈고 이불에 쉬할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면에서 정말 짐승 같다고 할까? 정글북에서 나오는 모글리처럼 야성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단순하게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고 성격이 확실하다. 부끄러움을 잘 느끼는 샌님 첫째와 달리 겁 없고 씩씩하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둘째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쇼미더머니 랩을 따라 하거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흥겨운 곡을 좋아한다.


둘째는 독특하다. 한 번은 엄마 찾아 삼만 리 독서록을 썼는데 “내가 마르코라면 안 가고 기다릴 거다. 왜냐하면 힘들고 충격 먹고 귀찮기 때문이다."라고 쓴 적도 있다.(그 아래 엄마의 답글 : 니네 엄마 더 충격) 또,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둘째 오늘 시험 안 봤냐고 문자 보내니 그렇다고 답문이 왔다. 어느 날은 신혼여행 갔다 온 태권도 사범님에게 “결혼해서 애기 낳았어요?” 물었다고 한다. 사범님은 “결혼하면 바로 애기 낳아?” 했고 둘째는 “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눈을 감으면 꿈이 나오고 눈을 안 감으면 꿈이 안 나와.”라고 말하는 둘째의 세계가 기대된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봤다. 쫄깃쫄깃하게 춤도 잘 춘다. 흥 부자 둘째, 나는 놀 때도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온전히 빠지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흥에 몸을 맡기는 둘째의 성격이 부럽다.

작가의 이전글 괴산두레학교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