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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국밥 한 그릇 3000원

— 진주 박가 시락국밥

by 다움 김종훈 살뜻한 이웃

남강에 물안개가 돌아앉는 시각,

앞 흰 판이 오늘의 시를 쓴다.

시락국밥 3,000 / 열무비빔밥 5,000 / 소고기국밥 5,000 / 라면 4,000 / 공깃밥 1,000.

가로줄마다 새벽의 가격이 숨을 쉰다.

옆구리에 노란 글자, 물·커피 셀프—

필요한 위로는 각자 따라 마시는 방식이다.


스뎅 바가지에 퍼붓는 새벽의 소리.

무청이 물에 풀리고, 된장과 멸치가 뼈대를 세우는 동안

국자는 시간을 거꾸로 젓는다.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공복이

한 그릇의 깊이에서 화해하는 순간이다.


현금은 3천 원,

간판 구석 메모처럼 카드 결제 시 시락국밥 4,000원.

지폐와 동전이 손바닥에서 체온을 나누고

“따로국밥/곱빼기 +1,000”이라는 조용한 배려가

배 속의 공백을 넉넉으로 메운다.

포장 주문, 공깃밥은 별도—

따뜻함까지는 포장되지 않는다는 뜻.

동태는 러시아, 그 밖의 재료는 국내산이라 적힌 별표 하나가

성실의 각주처럼 반짝인다.


안주판도 열린다.

계란말이 4,000 / 땡고추부침개 4,000 / 동태 전 6,000 / 육전(돼지) 6,000 / 돼지두루치기 10,000.

주류는 좋은 데이·화이트소주·맥주·막걸리 각 4,000,

음료수 2,000—

밤을 마감하는 사람과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이

같은 값을 내고 서로의 속을 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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