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바깥에서 오지 않는다.
내 미련이 길 위에 드리운 그림자일 뿐.
남의 등불을 빌려도
성냥에 불을 긋는 손길은 나다.
배가 고플 때
누군가 지어 준 밥이 앞에 있어도
넘기고, 씹고, 소화하는 일은
끝내 내 목구멍의 결심이 맡는다.
마음도 그렇다—
가르침은 숟가락, 믿음은 그릇, 깨달음은 향기,
그러나 씹는 이는 나
못된 버릇은 달다.
혀끝의 짧은 번개가
오래 쌓인 어둠의 밧줄을 다시 당긴다.
“안 된다” 속삭이며도
나는 한 발짝 미끄러지고,
그 뒤늦은 쓰림이 밤을 길게 한다.
산은 정상 바로 아래에서 진짜가 된다.
바람은 세지고, 돌부리는 말을 건다.
그때 돌아선 발꿈치는
산 아래에서 더 무겁다.
레저라면 다음에 오르겠지만
해탈은 “다음”으로 미룰 수 없는 오늘의 산이다.
정도(正道)는 길, 신심(信心)은 등불, 깨달음은 눈—
그러나 길을 디디는 발은 실천뿐
발이 없으면 모든 빛은 벽이 되고
모든 눈은 거울만 본다.
내일로 미룬 구름 한 장이
오늘의 해를 가린다.
미루는 동안 늘어나는 고초,
되풀이 속에 더해지는 업의 무게—
그 사이에도 시간은
내 어깨 위 먼지처럼 앉는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숨을 고르고, 말을 줄이고, 눈을 맑히자.
한 번 더 낮추고, 한 번 더 비우고,
한 번 더 넘는 연습을 오늘에 붙들자.
개과천선(改過遷善)의 작은 발걸음 하나가
해탈(解脫)의 먼 봉우리를 가깝게 당긴다.
나는 다시 쓴다,
발바닥으로 자필 서명하듯이—
此昏衆生 我道我修,
이 어두운 때, 내 길은 내가 닦는다.
오늘의 한 걸음이
나의 전 생애를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