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시작해 지구로 확장되는 ‘공정의 생활문법'
1) 등불이 건너가는 밤
연휴의 강가, 남강 물빛 위로 유등이 떠갑니다.
한 등이 다음 등에 등을 비추고, 빛은 다리 밑 그림자를 건너 또 다른 얼굴을 찾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는 오래된 문장을 다시 꺼냈습니다.
“형평은 거대한 깃발이 아니다.
버스 한 칸 비켜 앉는 무릎,
도서관 볼륨을 한 칸 낮추는 손가락,
줄 선 아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크레파스—
잘 보이지 않는 동사들로 도시는 균형을 만든다.”
진주가 품은 형평(衡平, equity)의 정신은 나와 너의 무게를 가늠해 ‘조금 손해 보려는 선의’로 기우는 일상의 결심입니다. 이 감수성을 오늘, 그리고 지구적 언어로 번역해 보고 싶었습니다.
2) 형평은 ‘공평치 않게’ 나누는 용기
Equality(동일 대우)는 같은 신발을 나누어 주는 일이라면,
Equity(형평)는 각자의 발 크기를 먼저 묻는 일입니다.
UN SDGs 10(불평등 완화)은 지표이고,
ESD 4.7(지속가능발전교육)은 방법이며,
우리 형평운동의 100년 역사는 감각과 문장입니다.
세계 여러 도시가 이 감각을 생활 문법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헬싱키: 유모차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 100% 도입 — 모두를 위한 이동권
보고타: 일요일 도심 차량 통제 ‘치클로비아’ — 건강과 공동체를 위한 시간의 재분배
키갈리: 월 1회 ‘Car Free Day’ 도시 청소 — 공적 공간을 내 일처럼 돌보기
이 사례의 공통점은 “같은 규칙”이 아니라 불균형을 인지하는 설계입니다.
형평은 제도 앞의 태도이자, 태도 뒤의 설계입니다.
3) 심사평이 가르쳐 준 것: 더 구체적으로, 더 낮게
몇 해 전, 형평문학제 생활글 공모에서 저는 ‘장려’의 격려와 함께 이런 취지의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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