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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일에 다시 묻는다

‘형평’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by 다움 김종훈 살뜻한 이웃

달력을 넘기다 문득 오늘이 세계인권선언일임을 보았습니다.

진주지역에서 김장하 선생님이 초대 이사장으로 계셨던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로서는, 오늘만큼은 자연스레 **자성(自省)과 반성(反省)**의 마음이 깊어집니다.

저는 성덕도의 성덕명심도덕경을 공부하며

“人權男女同俱 各有所長(인권 남녀동구하여 각유소장이니라)”

— 인간은 남녀 모두 동등하며, 각자가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2021년 전교조 경남 참실 대회에서 ‘형평인권분과’를 만들어 실천 의지를 다졌고, 2023년 형평운동 100주년 추진단 홍보위원장으로 지역 인권 의제를 알리고자 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도 부족합니다.

학교에서는 정치와 법, 사회문화, 사회문제 탐구, 통합사회, 동아리, 방과 후 활동과 담임 업무에 쫓기고, 지역에서는 형평의 가치를 더 넓게 전달하는 일조차 마음만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지역은 누군가의 실천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다행히도, 김주완 작가의 『졌으면 그만이지』 출판,

MBC에서 오랜 기간 제작 경험을 쌓아온 이곤정 이사장의 리더십,

김현지 PD와 강호진 촬영 감독 등의 노력이 모여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설날 특집으로 방영되었습니다.

큰 반응을 얻었고, 이후 영화로 다시 제작되어

넷플릭스 TOP 순위에도 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진주라는 지역이 품어온 인권의 역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화적 성취가 지역 인권 현실을 자동으로 개선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진주 지역의 인권 상황은 어떠한가

인권 조례는 타 시·도보다 일찍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

마을공동체 조례는 도의회 결정으로 폐지되었다.

형평운동 100주년에는 지원이 있는 듯 보였으나 지속성 측면에서 의문이 남는다.

광주는 인권도시로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진주는 아직 제도·공간·정책 모두에서 미완성이다.

진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History) — 형평운동, 호의(好義) 정신, 진주정신, 민주정신 —

이 값진 자산들이 정책으로, 공공 서비스로, 시민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신은 기록 속에 멈출 뿐입니다.


그래서 저(다움 김종훈)는 바란다 — ‘인권이 도시의 얼굴이 되는 진주’를

가. 진주 인권센터 건립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설 인권 공간

피해자 지원·상담·조사·교육을 통합한 전문 기관

지역 인권 기록 아카이브와 전시 기능 포함


나. 형평운동 100주년 이후의 후속 정책 설계

단발성 행사를 넘어서

형평운동을 ‘지속 가능한 지역 인권정책’의 기반으로 재구조화


다. 시민이 체감하는 인권 행정의 구축

약자 보호 체계 강화

교육·복지·도시계획·문화정책 전반에 인권 영향평가 도입


라. 지역 인권문화의 일상화

학교·마을·직장에서 실질적 인권교육 프로그램 운영

청소년·이주민·노인·장애인의 이야기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 마련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형평

형평운동의 정신은 ‘평등’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자기 성찰(自省),

타자에 대한 공감,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지역 공동체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저는 다시 묻습니다.

“진주는 지금, 누구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가?

시민은 인권을 ‘정책’에서 느끼고 있는가?”

우리가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형평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진주도 광주처럼

‘인권도시’라는 이름을 당당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본

오늘은 세계인권선언일.

형평운동의 도시 진주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다시 자성합니다.

성덕도는 말합니다.

“인권 남녀동구하여 각유소장이니라.”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각자가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진주의 인권은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인권 조례는 집행되지 않고,

마을공동체 조례는 폐지되었으며,

형평운동의 정신은 정책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념’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구합니다.

진주 인권센터 건립

형평운동 정신의 정책화

시민이 체감하는 인권 행정

지역 인권문화의 일상화

광주가 인권도시라면

진주도 ‘형평’의 도시답게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세계인권선언일에 그 마음을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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