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은 충전이다
한로의 숨, 재향의 뜻, 추석의 쉼
— 쉼은 충전이다
아침 공기에서 물기 대신 서늘함이 먼저 느껴지는 날입니다. 절기 한로(寒露). 풀잎에 맺히던 이슬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는 뜻이지요. 오늘은 우연히도 재향군인의 날, 그리고 추석 대체 공휴일이 겹쳤습니다. 나라를 위해 시간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계절의 호흡을 따라 한 템포 쉬어 가는 날. 그래서 오늘의 화두를 이렇게 정해 봅니다. “쉼은 충전이다.”
1. 기억으로 충전하기 — 재향(在鄕)의 의미
군복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의 ‘재향’에는 돌아옴과 이어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전선의 시간이 끝나도 공동체는 계속되고, 누군가의 헌신은 우리의 일상 속 안전과 질서로 변환되어 흘러옵니다.
오늘만큼은 감사의 말 한 줄을 남겨 보세요.
“당신의 시간 덕분에, 내 하루가 평온합니다.”
“당신의 용기로, 우리 동네가 조용합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래된 시간을 현재형의 의미로 바꿉니다. 그 기억의 전환이 곧 마음의 충전입니다.
2. 자연으로 충전하기 — 한로의 호흡
한로는 ‘뜨거움에서 서늘함으로’ 넘어가는 문턱입니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계절은 다음 단계로 이동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숨을 고릅니다.
오늘의 작은 실험:
10분 걷기: 말없이 걸으며 “들어온 공기–나간 공기”만 세어 봅니다.
빛 관찰: 같은 창문을 오전/오후 두 번 바라보고 빛의 각도를 기록합니다.
따뜻한 것 하나: 미지근한 물, 보이차, 미음… 몸에 ‘부드러운 온도’를 선물합니다.
자연의 리듬을 몸의 리듬으로 동기화시키는 일—그게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충전입니다.
3. 관계로 충전하기 — 추석의 연장선
대체 공휴일은 돌아보는 시간의 여백입니다. 명절 기간 동안 미처 못한 안부, 늦은 감사, 혼자 지낸 이웃에 대한 작은 연락을 오늘로 미룹니다.
한 통의 전화: “명절 잘 지냈죠? 다음 주에 따뜻한 국 한 그릇 어때요?”
한 사람의 태그: SNS에 올해 나를 지탱해 준 이름 하나를 태그 하고, 이모지 하나로 이유를 남기기.
한 번의 나눔: 남은 송편·전 한 팩을 근처 경비실이나 독거 어르신께 살짝 전하기.
관계는 한꺼번에 바뀌지 않지만, 오늘의 1%가 내일의 체온을 바꿉니다.
4. 내일을 위한 미니 루틴 (20분 완성)
5분: 일정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한 가지 지우기
7분: 이번 주 나를 살린 문장/사람/습관 3가지 적기
5분: 바닥에 누워 복식호흡 20회
3분: 군복무자·보훈 가족·가까운 어른 한 분께 감사 메시지 보내기
이 20분은 ‘소모’가 아닌 ‘축적’입니다. 에너지의 저축통장을 오늘 꼭 한 번 채워 두세요.
5. 나에게 보내는 메모
“나는 더 바쁘기 위해 쉬지 않는다.
나는 더 분명해지기 위해 쉰다.”
쉼은 생산성의 도구가 아니라 존엄의 권리입니다. 오늘의 쉼이 내일의 판단을 맑게 하고, 다음 선택의 윤곽을 또렷하게 합니다. 한로의 서늘함이 가르쳐 주는 건, 덜어냄의 용기와 머무름의 지혜. 재향의 날이 상기시키는 건, 이음의 책임과 기억의 감사. 그리고 대체 공휴일이 허락하는 건, 다시 시작할 힘입니다.
오늘, 충분히 쉬어 주세요.
그 쉼이 곧 당신의 다음을 충전합니다.
덧붙임 · 오늘의 달력 메모
재향군인의 날: 매년 10월 8일. 예비역 군인의 헌신을 기리는 법정 기념일입니다. (위키백과)
한로(寒露): 2025년은 10월 8일(수) 09:56 KST에 들었습니다. (위키백과)
추석 대체 공휴일: 2025년 추석은 10월 5–7일이며, 연휴가 주말과 겹쳐 10월 8일(수)이 대체 공휴일로 적용됩니다. (PublicHoliday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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