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라지지 않고, 모양을 바꿔 흐른다
이어령 교수의 글을 읽고 나면, 삶이란 거대한 강이 어느샌가 손바닥 위의 물줄기로 다가옵니다. 멈춰 쥐면 새고, 편히 두면 흘러가는—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되묻게 됩니다. 최근 그의 마지막 직언들을 다시 읽으며 네 가지 문장을 제 마음의 기준으로 붙잡아 보았습니다.
1)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생의 시작이다”
그는 죽음을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으로 보았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형태만 바뀔 뿐, 생은 이어진다고요. 그래서 말년에도 그는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삶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관점은 ‘끝’ 앞에서 위축되기보다, 하루를 다음 단계로 건네는 다리처럼 살게 합니다.
2)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이어령에게 배움은 젊음의 특권이 아니라 ‘태도’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않았고,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배고픔을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엔진으로 전환하는 법—그의 문장 속에 있습니다. 오늘의 저는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일정의 첫 줄에 적어 둡니다.
3) “사람은 사랑한 만큼 남는다”
지식·명예·재산은 흐리고, 사랑만은 남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결국 한 생을 평가하는 최소 단위가 ‘얼마나 사랑했는가’라면, 관계를 대하는 우리의 시간표도 달라져야 합니다. 성과표 대신 마음표—내가 사랑으로 흔적을 남긴 순간들을 세어보는 저녁을 갖습니다.
4) “이제는 잘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붙잡는 용기보다 더 큰 용기는 ‘품격 있게 내려놓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떠날 땐 미련 없이”를 삶의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는 맺음말을 연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떠남을 연습할수록, 지금 여기의 집중과 감사는 더 또렷해집니다.
오늘부터 해보는 ‘이어령식’ 일상 루틴 5
1. 환승일기 3줄: 오늘의 끝을 내일의 시작과 연결하는 문장 3개 쓰기(배운 것·나눈 것·감사한 것).
2. 호기심 타이머 20분: 하루 한 번, 전공 밖의 주제로 20분 깊이 파기(기사·논문·강의 중 택1).
3. 사랑 체크리스트: ‘사람 한 명 이름’을 적고, 그를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 행동 1개 실행.
4. 내려놓기 박스: 미뤄둔 물건·파일·약속 중 ‘하나’를 과감히 정리 또는 취소.
5. 말의 다이어트: 설명 1줄 줄이고, 감사 한 문장 덧붙이기(회의·메시지·수업 모두 포함).
마무리: 남는 것과 남겨두는 것
남는 것은 사랑이고, 남겨두는 것은 태도입니다.
죽음을 시작으로, 배고픔을 연료로, 사랑을 지표로, 떠남을 품격으로 삼는 삶. 이 네 문장이 오늘의 저를 움직였습니다. 내일의 제가 또 다른 ‘환승’을 준비할 때, 이 문장들이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며 글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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