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한 버스 안에서, 통일을 생각하며"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차창 밖으로 새벽빛이 번지고, 차 안에는 각자의 삶을 잠시 접어 넣고 길 위에 오른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누군가는 돌봄과 청소, 배달과 공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제가 타고 있는 이 버스는 독일 회사의 제품이고, 중국에서 조립되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의 부품과 노동이 만나야만 굴러가는 한 대의 버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연결된 존재”임을 이 차량 자체가 말해 줍니다.
한 대의 버스가 안전하게 서울까지 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모든 부품이 제자리를 받고, 모든 노동이 제값을 받을 때입니다. 바퀴가 바퀴답게, 볼트가 볼트답게, 기사님이 기사님답게 존중받을 때 버스는 사람을 안전히 싣고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교사와 기간제교사, 도심과 지방—서로의 자리를 존중할 때 비로소 사회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전태일 열사가 남긴 말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사람답게 일하고, 일한 만큼 사람답게 살게 하라.”
그 정신은 오늘 우리에게 네 가지 과제로 다가옵니다.
차별을 멈추자. 같은 일을 하면 같은 대우를 희망합니다.. 기간제교사의 이름 앞에 붙은 형용사 하나가 삶의 격차가 되어선 안 됩니다.
안전을 지키자. 현장에서 지켜야 할 규정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자. 최저의 기준은 ‘최소한’이 아니라 ‘최저선’입니다. 모두가 그 선 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대화의 테이블을 넓히자. 갈등을 밀어붙이면 균열이 나고, 대화를 열면 길이 납니다. 노·정·사회의 상설협의가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버스는 여러 나라의 손길이 모여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분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은 왜 불가능하겠습니까? 남과 북의 통일을 말하기 전에, 먼저 우리 삶의 통일—노동의 높낮이를 지우고, 서로의 일을 동등한 가치로 이어 붙이는 통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노동 존중입니다.
8월의 폭우로 미뤄졌던 우리의 약속을 이번 토요일에 잇겠습니다. 민주노총 30년,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억하며, 기간제교사 차별을 끝내자는 우리의 결의를 다시 묶겠습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듯, 우리의 발걸음도 서로의 어깨를 기대어 서울로 향할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오늘 우리의 외침이 내일 누군가의 안전이 되고, 오늘 우리의 걸음이 내일 누군가의 삶을 바꿉니다. 댓글로, 전화로, 옆자리 동료의 손을 잡고 함께해 주세요. 높낮이 없는 사회는 약속이 아니라 실천의 다른 이름입니다. 버스가 목적지에 닿듯, 우리도 반드시 닿을 수 있습니다—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가면 멀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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