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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독서모임을 앞두고 떠올린

생각들


어떤 모임이든, 책을 다 읽지 못했다고 해서 대화의 문턱이 높아질 필요는 없다.

특히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같은 책은, 오히려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숨기는가를 관찰하는 순간부터 이미 토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었든 읽지 못했든,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왜 우리는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거짓말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환경의 산물’이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사람은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검색창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누가 보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익명성과 비판의 부재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언어를 돌려준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조금 다르다.

기대, 평가, 체면, 역할, 소속감, 관계의 무게.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을 말하는 순간 생길지도 모르는 ‘손해’를 계산하게 만든다.


그래서 질문이 바뀐다.


“사람이 솔직해지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빅데이터가 보여준 진실: 사람은 솔직하고 싶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겉으로는 괜찮다 말하지만

검색창에서는 “나 왜 이렇게 불안하지”라고 묻는다.

겉으로는 편견이 없다고 말하지만

검색창에서는 그 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이때 드러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한다.

다만 안전함이 보장될 때 가능할 뿐이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조건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진실은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서로에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환경이 있다.


1) 처벌이 아니라 이해의 언어가 있는 사회


사람은 정직 때문에 상처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더는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

그 문화를 만드는 일이 공동체의 첫 번째 책임이다.


2)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를 놓고 대화하기


이미지 속 질문처럼,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었는가?”

“그 데이터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못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사람을 비난하는 대신 현상을 이해하려는 대화로 이동한다.


정직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구조 위에서만 자란다.


3) 익명성의 힘을 긍정하되, 투명성의 규칙도 함께 세우기


온라인 검색이 보여준 솔직함을

사회적 대화로 옮겨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익명성에서 시작된 ‘진짜 목소리’를

공적 논의로 옮겨오기 위한 장치—토론 규칙, 안전장치, 경청 문화—가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지 않았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마음”


독서모임에 잠깐 참석해도 될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이 책의 핵심을 향해 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숨기고, 왜 숨기고,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탐구한다.


따라서 이 모임은 ‘지식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함께 성찰하는 자리이다.


책 한 줄도 읽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다음 질문 하나만으로 충분히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다.


마무리하며 — 진실은 기술보다 먼저 ‘관계’에서 시작된다

<독서 토론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빅데이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실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은 순간,

그 사람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말한다.


진실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계를 만드는 일은

오늘 독서모임에 발을 들이는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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