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의 시간, 그리고 오늘의 SDGs
오늘 나는 「2025 경남도민 SDGs 아이디어 100」에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 안내 문자를 다시 읽어본다.
아침 9시 30분까지 도착, 개인 컵 지참.
짧은 문장들 속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속가능성은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1998년으로 되돌아간다.
1998년, 군복을 벗고 시민이 되다
1998년 6월 30일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국가의 명령 체계 속에서 살아온 시간 이후,
나는 처음으로 ‘시민’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었다.
그해, 나는 1998년 7월 진주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었다.
거창한 각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개발과 성장이라는 말 뒤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하천, 숲, 마을, 그리고 사람의 삶.
환경운동은 곧 삶의 운동이었다.
환경운동에서 SDGs까지, 이름은 달라졌지만
그 시절에는 SDGs라는 말도,
지속가능성이라는 국제 용어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려 했던 가치는 같았다.
다음 세대의 삶을 해치지 않는 선택
지역의 자연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결정
성장보다 지속을 묻는 질문
이제 그 질문은
‘SDGs’라는 이름으로 세계 공통의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언어를 다시 시민의 자리에서 마주한다.
오늘의 참여는, 다시 묻는 일이다
오늘 열리는 「경남도민 SDGs 아이디어 100」은
정책 설명회가 아니라
시민이 정책을 상상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참여하며
나는 한 가지를 묻고 싶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오래,
얼마나 책임 있게
이 지역에서 살 생각인가.
SDGs는 목표 목록이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한 집단적 답변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텀블러 하나가 불러온 기억
개인 컵을 챙기라는 안내를 보며
나는 오래전 환경운동 집회 현장을 떠올렸다.
일회용품을 줄이자고 외치던 그 시간들.
그때는 늘 ‘불편함’이 먼저였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당연한 실천으로 받아들여진다.
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작은 실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정책이 된다.
참여는 권리가 아니라, 책임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무언가를 요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또 누군가를 비판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함께 책임지는 시민으로서의 자리에 앉으러 간다.
1998년 이후 이어진 나의 시간은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어떤 시민으로
이 지역에 남을 것인가.
SDGs는 오늘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회의실의 선언이 아니라
생활의 선택에서,
대화의 방식에서,
참여의 자세에서
SDGs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오늘,
다시 시민의 이름으로 그 자리에 선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새로운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질문해 온 사람들이
다시 질문할 때
조금씩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