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을 함께 걷는다는 것

2026년 1월 11일 일요일, 비슬산에서

바람이 매서운 한겨울 아침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배낭을 멨다.

추위가 만만치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서는 이유는 늘 같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이다.

<산행 시작 하기 전 비슬산 용연사 입구에서>

2026년 병오년,

그 첫 산행의 장소는 비슬산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버스 안의 온도는 달랐다.

출발길에 전해진 시장님의 짧은 인사 한마디,

“올해도 서로 챙기며 잘 가 봅시다.”

그 말이 창밖의 겨울빛보다 먼저 마음을 덥혔다.

<진주 시장님과 찰칵 >

산길은 예상대로 거칠었다.

얼어붙은 땅, 얼굴을 스치는 바람,

한 발 한 발에 자연스레 조심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말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 뒤에서 속도를 맞춰 주고,

누군가는 말없이 앞을 열어 주었다.

대산회의 산행은 늘 그렇게 진행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자의 보폭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눈이 살짝 와서 바닥이 미끄럽기도 했고 물병이 얼 정도로 추웠음>

양지에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펼쳤을 때,

그 순간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눈 따뜻한 한 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올해의 계획을 조심스레 꺼내는 시간.

화려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포근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시간을 나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비슬산 언덕에서 점심 식사>

문득 돌아보면,

이 인연은 2003년

대아고등학교 사회 교사 시절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맺은 인연이

‘대아고등학교 산악회 대산회’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걸어오고 있다.

선배의 걸음 위에 후배의 발자국이 겹쳐지고,

후배의 기획 위에 선배의 응원이 더해지며

대산회는 그렇게

‘지속되는 공동체’가 되어 왔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에서 동문들과 한 컷>

오늘 산행은

24회 졸업생이 2011년 주관기 행사를 맡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곧이어 32회 후배들이 주관기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 모임이 단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산을 오르고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 줄로 이어져 있다.


바람은 끝내 잦아들지 않았고,

날씨는 끝까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의 첫 산행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덕유산이다.

오늘 비슬산에서 다진 체력과 마음을 그대로 안고,

다음 산에서도

변함없는 웃음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올 한 해도,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서로의 등을 밝히는 동행이기를.

추위 속에서도 따뜻했던 오늘처럼,

대산회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늘 사람 냄새로 가득하길 바란다.

<유가사에 있는 서산대사의 선시>

늘 안전하게,

그리고 늘 함께 지속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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