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 풍경
문경, 사과나무 곁
사이사이 잎 그늘이
발등에 사과빛을 올려놓는다.
나는 한 알도 따지 않지만
손이 먼저 모아져
누군가에게 절하듯 고개가 숙여진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고
계절만 올려 보인다.
벚꽃이 지나간 자리,
비에 닳은 껍질의 옹이,
벌 한 마리의 느린 원
흙냄새가 포켓처럼 따뜻해
숨 한 번 깊게 접어 넣으니
오늘의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기까지 오게 한 길,
새재의 바람과 사람들의 발자국,
보이지 않는 손들이
뿌리로 이어져 있는 듯.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를
나무가 먼저 가르쳐 준다.
한 입 베어 물지 않아도
달다.
빛이 사과처럼 익어
내 어깨 위에 얹히는 오후,
나는 덜어 가지 않고
조금 더 놓고 간다.
늦은 발걸음 하나,
고요한 숨 하나.
한량없이 맑고 고요하고 바르고 둥근 마음
나도 찾고 너도 찾고
우리 본심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