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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예술 Sep 20. 2024

인생은 철없는 항해

「Serenade」, 2019

SHUTTHEFXCKUP

앨범 커버

「Serenade」, 2019

・ 선우정아 정규 3집


  '음악 잘하는 관상'을 탄생시킨 대한민국의 R&B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3집, 「Serenade」입니다.


  경쾌한 스윙 리듬부터 어쿠스틱한 기타 반주, 피아노로 이루어진 고요한 트랙 등 '아티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 앨범은 특유의 소설적인 가사와 함께 여러 바이브의 음악이 녹아들었는데요.


  무엇보다 스스로를 클래식이라고 과시할 만큼 오글거리거나 주제넘지 않는 그녀의 포부, 거리낌 없이 내뱉는 솔직함은 흡사 락스타의 모습을 보는 듯도 합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한대음에서 최우수 음반상을 받기도 한 「Serenade」는 16개의 트랙이 있지만 듣다 보면 지지부진한 위로 대신 보고 싶었던 친구와 하루를 재밌게 노는 느낌이랄까요.


  6번 트랙 'Shuthefxxkup'처럼 울고 웃기도, '닥치고 기운 차리라'는 말도 듣게 되는, 그런 하루를 보내는 감상을 받게 됩니다.


TRACKLIST

1. 인터뷰
2. 도망가자
3. Serenade
4. 멀티 플레이어
5. 욕의 여행
6. Shuthefxxkup
7. 쌤쌤
8. 수퍼히어로
9. Ready
10.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11. My Birthday Song
12. Fall Fall Fall
13. 생애
14. Invisible Treasure
15. To Zero
16. Classic




I

세레나데

・ 오늘과 삶과 사랑


  '세레나데(Sereande)'라는 용어는 라틴어 '늦은'에서 유래합니다. 어둑어둑한 밤에 사랑하는 사람의 집 창문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고백

  선우정아의 '세레나데' 역시 청자들, 아파트와 화면 속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을 향해 전하는 고백과도 같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요즘 사람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모습들.


  너무 바빠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는 삶과 내 기분과 달리 대답해야 하는 자리들. 치열하게 사는 와중에도 배신과 헤어짐은 우리를 가만 두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2yPY5UXT0&pp=ygUW7ISg7Jqw7KCV7JWEIOyduO2EsOu3sA%3D%3D


#1 「인터뷰」

나는 오늘 참 별로였거든
왜 하필 또 오늘 같은 엉망진창인 마음
안녕하세요 나는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것은


#4 「멀티 플레이어」

대단한 Multi Player
참 대단한 Multi Player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외로운 날도 많아


#6 「Shuthefxxkup」

Shut the fuck up
불필요한 소리들
지긋지긋한 새로 고침
I don't give a fuck


  또 만남과 이별의 반복, 바삐 움직이는 일상을 녹슬게 하는 사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요.


https://youtu.be/O8XHWmSno9o?list=PLeOb8Qjd6MXLgopw9vTt-zOFcz2Ak7dvV


#9 「Ready」

마음이 무거워 난 마음이 무거워
우리를 깨뜨린 게 아닐까
내일이 무서워 변하는 게 무서워
우리가 만들었던 세계는
이제 끝


#12 「Fall Fall Fall」

처음 눈 마주친 날이 어제 같은데
네가 품은 태양에 유독 내 눈만 부셨네
우연히 너에게 내 손이 닿았을 때
강렬한 힘 나를 당겼네 네게로


#15 「To Zero」

내 생애 하나뿐인 사랑아
우린 만나면 합쳐지는 물과 같아서
결국 사랑하게 될 테니


  현대인의 오늘과 삶과 사랑. 오늘과 사랑으로 점철된 자기혐오로 가득한 삶 역시.


https://www.youtube.com/watch?v=0q6DR6EiPPo&pp=ygUM64-E66ed6rCA7J6Q


#2 「도망가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3 「Serenade」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부디 모두 다 평온하게
Don't, don't hurt yourself
No, no, that's not a way


#13 「생애」

무섭게 치는 파도 난 지쳐가는데
가슴속에 활짝 핀 꽃 때문에
여행은 계속된다
시간의 폭우를 뚫고
고장 난 나침반이 가진 전부인
철없는 항해


  가사를 듣고 있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듯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개인의 공간의 중요해진 현대는 불투명한 창문이 가득한 빌딩뿐이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어째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갈 듯싶은데요.


  1번 트랙 '인터뷰'는 실제로 기분이 너무 안 좋았던 날 인터뷰를 해야만 했던 기억을 토대로 작곡된 트랙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이라며 의도적으로 답변을 생략한 가사는 알맹이 없는 우리의 대화를 나타내는 것 같죠.


  또 상대적인 것이 중요해진 요즘은 비교에 잠식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6번 트랙 'Shuthefxxkup'에선 휴대폰 화면으로부터 행해지는 가스라이팅을 의미하듯 불행뿐인 새로고침을 멈출 수 없는 '너'를 향해, 그리고 인터넷의 소음들을 향해 외칩니다.


수많은 창문

  




II

총평

・ 위로하는 방식



알앤비 락스타의 지휘



#16 「Classic」

난 어디든 있지 새로움이 있는 모든 곳에
난 모든 걸 마시지 나를 통해 시간이 흐르니
화려한 Trend, Color, 뜨거운 Feedback
시끄럽게 휘몰아쳐도 I don’t care
모든 건 돌고 돌아 부질없고
영원한 건 오직 하나뿐 Keep being alive
너도 알다시피 I'm Classic


간지

  「Serenade」가 다름을 추구하는 방식은 여타 명작의 반열에 드는 작품들처럼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앨범의 주인이자 화자인 선우정아는 무작정 듣기 좋은 말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곧 청자가 듣고 싶었던 말로 연결시키기 때문인데요.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 타인을 일으켜 세우는 방식을 차용합니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경쾌한 리듬을 넘나드는 프로덕션과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클래식이라며 치켜세우고, '닥치고 내 말 들으라'고 말하는 등 유쾌하면서도 진정 필요했던 말.


  아티스트 개인이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곧 범대중적인 공감으로 이어지는 앨범의 감상은 그녀의 색깔과 세상에 대한 통찰, 현대인으로서 느끼는 스스로의 감정을 잘 고찰한 훌륭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클래식이라는 별명을 붙여야 합니다. 나처럼 허덕이는 친구에게는 닥치고 나오라는 말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도망친 곳이 지옥일지언정 함께 가겠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내 마음속에 담긴 말을 전하면서도 타인과 함께할 수 있는, 창밖의 소음 속에서 귀로 흘러 들어오는 사랑을 찾아내야 합니다.


  날이 시원해졌습니다. 창문 열고 잠들 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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